고유의 정서(혹은 온도)가 함께 담겨 있다고 믿는다. 그 예로 내가 자주 드는 단어가 ‘오뎅‘ 이다. 나는 여전히 ‘어묵탕‘ 보단 오뎅탕‘이 맛있게 느껴진다. ‘닭볶음탕‘ 보단 ‘닭도리탕‘을 떠올릴 때 침이 고인다. 심지어 난 쓰레빠‘와 ‘슬리퍼‘, ‘난닝구‘와 ‘러닝셔츠‘는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몇이나 동의해줄지 모르겠으나, 예의 낱말들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차이가 나는 정서의 차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일본어 투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는 거다.
초등학교 때 학교 앞 분식점에 1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꼭 쥐고 가서 사 먹던 오뎅, 주인아줌마 눈치 봐가며 몇 번이고 떠먹던 짭조름한 그 국물…. 그 시절 추억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 난 좀 속상하다.
함바집 얘기한다더니 또 딴소리다. 어쨌거나 난 ‘현장 식당 보단 함바집‘이 더 좋다. 현장 식당이란 말은 어쩐지 사무적이고 행정적이다. 먼지가 풀썩 풀썩하고 진하게 밴 땀 냄새 때문에 코끝이 시큼해지는 느낌이 현장 식당에서는 안 느껴진다.
함바집은 그런 곳이다. 풀썩풀썩하고, 시끌벅적하고, 시큼시큼한 곳. 말하자면, 그 공간에 있는 누구에게든 ‘야생‘ 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