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13 SE - [초특가판]
데자키 오사무 외 감독 / 덕슨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모든 것이 베일에 쌓여있는 고독한 킬러 고르고13. 그는 어떠한 어려운 일도 완수하는 냉혹한 살인 청부업자다. 암살 청부를 받고 그가 처리한 요인들은 수도 없을 정도이다. 실패가 없는 100% 임무완수. ‘고르고13’ 이라는 암호명은 그 세계에서 전설적 존재이다. 그가 나타나는 곳에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세계 각국의 비밀경찰들과 군(軍)은 고르고13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어느 날 공항. 고르고 13은 어떤 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윽고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 한발의 총성이 울린다. 그 많은 사람 속에서 한 노신사가 쓰러진다. 인형을 안은 꼬마 소녀의 울부짖는 소리를 뒤로 한 채 그는 유유히 그곳을 벗어난다.


또 다른 어느 날. 호화 여객선 위에 석유제왕과 그의 아들이 기업의 번영을 위해 후계자 승계식을 거행한다. 뜻 깊은 날 갑자기 날아온 총탄에 의해 아들은 살해된다. 석유제왕의 눈앞에서 아들은 고르고13에 의해 암살된 것이다.


그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미국 고위 첩보국과 연합하여 고르고13을 처치하기 위해 일급 살수들만을 고용하는데....



장르: 액션/스릴러(첩보)

감독: 데자키 오사무

원작자: 사이토 타카오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러닝타임: 90분

 

 



1983년 5월 28일 개봉한 <고르고13>은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만화인 사이토 타카오 원작을 극장판 아니메로 제작한 것. 대자키 오사무 감독의 생애 최대 역작으로 회자되는 작품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대자키 감독의 장인정신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극장판 아니메이다.


절정기의 연출력이 발휘, 데자키 오사무만의 암시와 함축이 담긴 영상언어들은 마치 초현실 영화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데자키 감독만의 앵글과 퍼스펙티브는 사소한 장면까지도 만화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극대화한 화면구성력을 보여준다.


특히 동일시간대의 두 가지 사건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는 교차편집기법은 전체 액션을 다 보여주지 않고도 사건의 기승전결을 시청자 스스로 매꿔가게 해 주고 있다.


또한 실사 영화적 제작기법과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을 적절히 혼용하여 극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작품 속의 요인암살 장면은 지나친 만화적 발상으로 연출된 장면이었지만 아이디어의 기발함 때문에 <시티헌터>에 그대로 차용될 정도였다.


한편, <고르고13>에 대한 또 다른 의의가 있다면 원작자의 간섭이 배제된 철저히 데자키식 만화영화였다는 사실이다. 데자키 사단이 만들어낸 <고르고13>의 영상들은 당시 만들어진 그 어떤 작품보다 탁월한 것이었다. 여기에 오락적인 액션 장면까지 아울러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독창성은 세계최초로 컴퓨터그래픽을 만화영화에 도입하여 세계 애니메이션 사에 기념비적으로 남을 만한 공적을 남긴 점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의 기술로 보면 조악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가히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그 유명한 헬기 씬. 지금 보면 조악하기 그지 없다. ㅎㅎ)

한 마디로 <고르고13>은 그 당시 모든 기술과 역량이 집결된 극장판 만화영화의 정점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ps. 1

“내 뒤에 서지마라”

고르고13이 하는 압도적인 말! 이 하나의 말로 이 작품은 정리되는 듯^^


ps. 2 [펌; 판타지스타님 블로그에서]

 고르고 13의 원작자, 타카오 사이토가 일본의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 중 전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의 세계관에서 왜 북한과 한국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했다고 한다.


"확실히 북한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가 저에게도 왔었고, 또 그에 상응하는 스토리도 있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릴려고 마음을 먹으면 잘 안되요. 뭐랄까? 너무 리얼한 겁니다. 이웃나라기도 하고... 이웃끼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하니까 너무 자극적인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KCIA(한국 중앙정보부)에 관한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는데...결국 관두고 말았어요."


 한편 이 주간지는 "천하의 KGB, CIA,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 공작부를 거리낌없이 제압했던 고르고 13의 최대약점은 한반도였다"라며 다소 과장스럽게 기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ps. 3

1968년 11월 만화 연재가 개시된 이후 44년이 지난 2012년 현재 163권째의 <고르고 13>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연재를 거른 적은 한 번도 없고 여전히 소학관 빅코믹에 원고를 싣고 있다고. 추정판매고는 1억부 이상. 사이토 타카오 올해 75세.


ps. 

2008년 4월 ~ 2009년 3월까지 TV도쿄에서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TV판 <고르고13>을 선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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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묵시록 카이지 3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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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도박의 묵시록 카이지>라는 만화책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정말 살벌하구 무시무시한 책입니다.  이건 그냥 단순한 재미만을 위해 그냥 흘려버리거나 시간 땜방하는 그런 류의 만화책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이지는 20대 초반의 백수로서 빈둥거리며 무력한 생활에 빠져 자신의 무능함을 사회에 분풀이하며 나날을 보냅니다. 도박에 카드빚에..고급 차들을 보면 그 차에 못된 짓을 하며 화를 푸는 그런방식... 그러다가 차용증을 잘못서 어마어마한 남의 빚을 떠안고 그 빚의 탕감을 받을 조건으로 어떤 배에 오르게 됩니다. 그 배에는 카이지와 같은 사회의 쓰레기들을 모아 게임을 하여 그 중 반의 빚을 탕감해 주는 시스템으로서 어떤 금융대기업에 의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단 게임을 하여 지는 반에 포함되면 어떤 불이익도 달게 받는다는 각서를 쓰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예컨대 신약을 복용하는 실험대상..

그리하여 카이지는 목숨을 건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 게임이 한정 가위바위보...라는 게임으로서 각자 배당되는 7장의 카드에는 가위바위보의 카드그림이 그려져 있고 상대를 골라 심판앞에서 마주보고 카드를 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이기면 시작때 카드와 같이 받은 별 3개중에서 상대 별을 가져올수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하여 자기가 가진 모든 카드를 소모하고, 동시에 별을 3개만 남기는 게임입니다. 게임 시작하기전 돈도 빌려주죠. 굉장히 비싼 고리대로...하지만 게임에서 살아남으면 탕감~ 돈은 어떻게 써도 상관없다는 전제.. 

한정 가위바위보 게임은 얼핏보면 간단한 게임 같지만 제한된 4시간이라는 시간속에서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전략과 전술을 짜야만 최종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게임입니다. 여기에는 경제 경영 그리고 기획과 정책의 모든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특히 카드게임이론 속에 절묘히 이런 이론들이 녹아있습니다. 각 게임마다 피를 말리는 머리싸움..탈락자는 별실로가서 인간이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임.. 
 

이 책은 살아가면서 대충 사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서운가를 깨닫게 해줍니다. 자신이 시간을 아무렇게나 허비하면 그것은 반드시 어떤 가혹한 결과를 동반해 그자신에게 치명타를 입힌다는 생활속의 진실을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대충 사는 삶...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이 책을 한권한권 읽을때마다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깨닫습니다. 무조건 이기기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무엇을 하든지!! 이 책의 준엄한 교훈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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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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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붕가부별의 종족과 가붕가 별의 종족이 서로 대치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별은 달이다. 원래 붕가부별은 멀리 있는 아름다운 별이고 그 별의 종족들은 평화를 사랑한다. 반면 가붕가별 종족은 호전적이다. 전쟁준비로 인해 혼경을 돌보지 않아 별 전체가 환경호염으로 죽어자, 붕가부별의 황경전문 박사를 납치해오라는 지령을 내린다. 가붕가별 일당이 붕가부 별의 박사를 납치에 호다가 도중에 연료 부족으로 불시착 한 곳이 달이었다. 뒤쫓아온 붕가부별 족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달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달에서 두 진영이 대립하며 살아가게 된다.

 두 별 종족들은 서로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당한다. 그래서 가붕가족은 에너지를 얻기위해 달의 토착종족인 힘없는 만두족들을 잡아 그들의 에너지를 짜내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만두족 사냥을 위한 흡입로봇이 자주 돌아 다니고 있다. 엄마를 흡입로봇에 빼앗겨 버린 어느 어린 만두족은 붕가부족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드디어 달이 붕괴의 조짐을 보이는데.....


 이 작품은 1999년 추선특선 프로로 공중파 방송을 타고 우리나라에서 첫 선을 보인 순수 국산에니메이션이다. <붕가부>는 이전까지의 셀 에니메이션과는 달리 거의 전부를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여 제작되어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작진이 1998년 <2000년대 애니메이션 우리가 간다>라는 특집 방송에 출연하여 작품소개와 함께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생하게 보여 주었었다. 감독이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에요.”


 이 작품을 보면, 애니메이션에 대한 그들의 정열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 전개와 움직임이 마치 토이스토리를 연상시키듯 예측 불허의 상황을 속출해 낸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기상천외한 대화들을 천연덕스럽게 주고받는 내용을 보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참신하고 탄탄한 스토리가 매력이다.


 행동이 엉뚱하고 모자라는 듯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이 작품에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발한 착상과 그것을 표출하는 연출력 또한 일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의의는 한국적 상황을 우리의 정서와 위트로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작품 도처에서 발견 할 수 있다. 마치 남과 북의 대치를 연상시키는 붕가부 족과 가붕가 족의 대결구도, 그리고 21세기 화두인 환경문제를 한국식으로 훌륭히 담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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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에스카플로네 TV보급판 박스 세트 - 아웃박스 없음
조이온엔터테인먼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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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의 가와모리 쇼지, <마신영웅전>의 와타루 감독, 야다테 하지메가 원안을 내고 <마크로스플러스>와 <카우보이비밥>의 칸노 요코가 음악을 맡는 등 화려한 스탭들로 구성된 선라이즈의 야심작. SBS가 98년 선보인바 있다.


 호화 스탭 탓인지 화려한 영상과 탄탄한 시나리오가 압권이다. 이 작품의 독창성은 가이아라는 공간 설정과 가이메레프라는 메카라 할 수 있다. 로봇도 아니고 생체병기도 아닌 일종의 수동식 갑옷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 이었다. 

 


 

 전편에 흐르는 그로테스크한 음악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은 마리(히토미)의 점괘와 드룬커크의 운명개변장치와의 대결구도이다.


마리의 점괘는 마리 자신의 억제된 무의식속의 바람을 대변해 주는 것으로서, 마리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드룬커크의 운명개변장치 또한 ‘미래는 필연적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라는 전제아래, 그 운명을 통해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리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드룬커크는 신적인 결정론적 세계관을 대변한다는 사실이다. 마리의 점괘는 마리의 바람이며 그것은 마리의 자유의지이다. 반면 드룬커크의 운명개변장치는 이러한 마리의 자유의지조차 운명개변장치 속에서 움직인다고 본다.


 결국 마리의 자유의지는 드룬커크의 운명개변장치를 돌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명개변장치 속에서 마리의 자유의지는 부인될 수밖에 없다.


 사실 개연성의 문제와 함께 마리가 바라는 바와 드룬커크가 바라는 바는 동전의 양면처럼 운명개변장치 속에서 동일하게 움직인다. 따라서 마리가 아무리 우연적 상황을 상정하더라도 운명개변장치 속에서는 필연이 될 수밖에 없다.


 절대행운권속에서 사람들의 우연적 상황과 사건들은 점차 필연적이 되어간다. 이것은 우연과 필연의 문제,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신봉하면 결정론적 세계관은 무의미해지며, 결정론을 지지하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결정론자인 드룬커크는 절대행운권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폴켄에게 죽을 운명인 것도 알고 있었고, 모든 ‘사람이 바라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도래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변수가 있었지만, 드룬커크는 그 변수를 간과하는 실수를 했다. 마리의 반에 대한 사랑과 반의 마리에 대한 사랑이었다. 비록 유한한 인간의 순간적 사랑이지만, 그 순간만큼의 진실한 힘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지 드룬커크는 전혀 알지 못했다. 단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도래한다’는 결과만을 볼 뿐이었다.

 

 


 인간의 고귀한 사랑은 운명의 결정론적 세계관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더 이상 가아아에는 역사의 필연적 미래란 없어진다. 오직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현재적 삶’만이 중요하게 될 뿐이다. 이것이 드룬커크가 본 미래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도래’이다.


 <에스카플로네>는 마크로스의 새로운 변주곡이라 일컬어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초월적인 힘에 의해 인간의 운명이 정해져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짧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요컨대 <에스카플로네>는 자유의지와 결정론, 우연과 필연이라는 딜레마를 사랑의 방정식으로 절묘하게 풀어낸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에스카에서 최고로 멋졌다고 생각한 폴켄.

한국 성우 분, 완전 쩔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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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세르크 (고급 검정벨벳 케이스) + 엽서세트 + 화보집 - 초회 특별판 (Berserk Box Set / 劍風傳奇)
매니아 엔터테인먼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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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도 봤어던 건데..어제 베르세르크라는 애니메이션의 완결을 보았습니다. 하루에 한편씩 조금씩 봤는데...아~ 정말 감동적이더군요. 뭐, 잔인하다란 평이 지배적인 작품이었습니다만...무엇보다  예전에 읽었던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를 계속들춰보게 만들었다는 겁니다...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거기에 맞는 느낌의 책을 읽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거...정말 가슴뛰는 일인거 같습니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어떤 사람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겠죠. 베르세르크에 관한 여러 평론을 읽었습니다만...역시 그런것과는 영~ 멀군요..

 

 

이 세계에는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무언가의 초월적인 [율]
신의 손이 존재하는 것인가?
적어도 인간은.. 자신의 의지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비운의 시지프를 아십니까가? 적어도 그리스 신화를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시지프의 신화를 알고 있을 겁이다. 그리고 부조리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산문집 <신지프의 신화>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시지프의 비애를 더욱 더 잘 이해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신들의 비밀을 누설했다는 죄로 시지프는 신들로부터 끊임없이 바위를 굴려 어떤 산의 정상에까지 밀어올리는 형벌을 받았는데, 일단 산 정상까지 도달한 바위는 그 자체의 무게로 인해 언제나 땅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시지프는 다시 똑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 무수히 바위를 굴려 산 정상에 올려놓는 일을 반복 또 반복 해야 하는 시지프의 형벌이었기에. 

 갑자기 왜 카뮈를 들먹거리며 시지프의 신화를 찾느냐고요? <베르세르크>가 바로 카뮈가 그린 시지프스적 고뇌를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베르세르크>를 보면서 시지프의 운명을 답습하고 있는 가츠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가츠는 시지프의 새로운 변형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카뮈가 시지프를 부조리한 영웅으로 그렸다면, 나는 가츠를 부조리한 것에 맞서는 검풍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다.

"부조리한 영웅이라는 그 정렬에 의해 또한 마찬가지로 그 괴로움에 의해 그는 부조리한 영웅인 것이다. "신들에 대한 그의 모멸, 죽음에의 증오, 삶에의 정렬이, 온 몸과 영혼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성취되지 않는다고 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형벌을 그에게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이것이 이 지상에서 정렬을 위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될 代償인 것이다."(카뮈,<시지프의 신화>,p197)

시지프의 운명이 그의 손에 속해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의 바위는 그의 소유물이며 그의 일부분인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츠의 운명은 '인과 율'에 의해 정해져 있는 대상이 아닌 그 자신에게 속해 있는 것입니다. 그의 손에 있는 커다란 칼 드래곤 슬레이어가 그의 일부분인 것처럼 말입니다.

"꼭대기로 바위를 밀어 올리기 위해  잔뜩 일그러진 시지프의 얼굴. 볼을 바위에 밀착시킨 채 진흙으로 덮힌 거대한 덩어리를 한쪽 거깨로 단단히 받아내고 한발을 쐐기처럼 뻗어 그 거대한 덩어리를 지탱하며 두 팔을 뻗어 또다시 밀기 시작하는 모습. 흑 투성이가 된 양손.하늘이 없는 공간과 깊이가 없는 시간에 의해 측정되는 이 긴 노력 끝에 마침내 목적은 달성되지만 돌은 또다시 지상으로 굴러떨어진다."(카뮈,<시지프의 신화>,p200)

한쪽 눈 없는 얼굴, 의수할 수 밖에 없는 한쪽 팔, 상처투성이인 온 몸, 그리고 항상 긴장된 모습.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시지프가 형벌을 받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굴러 떨어지는 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지프. 그는 또다시 지상으로부터 정상까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아래로 터벅터벅 내려갑니다. 나는 이 사나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형벌을 향해 또다시 무겁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내려가는 것을 떠올려 봅니다. 내려가는 순간은 그에게 있어서 숨돌릴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일겁니다. 그의 불행과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돌아오는 시간. 이 시간은 의식이 팽팽하게 긴장된 시간입니다.

 가츠도 시지프의 발자국을 되짚습니다. 하나의 악귀를 물리치면 더 강한 악귀의 공격을 받고, 피투성이가 된 만신창이의 몸으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악귀를 쓰러뜨립니다. 또 다시 더 강한 악귀가 나타날 터이지만 악귀를 물리친 순간의 고요함은 가츠가 유일하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역시 시지프와 마찬가지로 그의 불행과 함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또 다른 악귀의 출현을 위한, 팽팽히 긴장된 시간이 됩니다.
 

 가츠의 시지프스적인 삶의 궤적이 이 작품의 전부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시지프의 삶은 무한히 반복되는 고뇌의 삶이라할수있습니다. 가츠 또한 생존해 있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하는 고난의 삶입니다. 시지프의 삶, 가츠의 삶 모두 현실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닐까요...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말입니다. 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고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자신말입다. 만신창이가 되서 잠자리에 드는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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