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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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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렬하다. [도롱뇽과의 전쟁]은 안드리아스 스테우크제리라는 종의 도롱뇽을 빗대 인간 문명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한 편의 우화이다.

인간과 다른 종이 지구상에 번성하여 문명 발달을 이루어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의 발로인 이 작품은 시종일관 허를 찌르는 에피소드와 읽을거리로 빼곡하다. 도롱뇽이 댐을 짓고 칼로 상어를 퇴치하고 심지어 말을 하고 문자를 해독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하여 마치 사실인 양 믿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경천동지할 기막힌 상황 하에서도 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취해보려는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진주 채취를 위해 이들을 훈련시켜 장비를 주고 이동시키기까지 하는 반 토흐 선장,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 도롱뇽의 과잉 번식을 초래한 본디씨가 보이는 행태는 그리 새삼스럽지 않게 보인다. 이 대목에서 아바타의 스토리가 오버랩되는 듯하다. 돈만 된다면 뭐든 하고야 마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인간의 적나라한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이 작품은 인간 문명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요하는 우화라 하겠다. 반 토흐와 본디는 섬 원주민들인 인간보다 도롱뇽, 타파보이가 더 정직한 거래를 한다며 모든 것을 상거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더 큰 이윤을 취하려는 탐욕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을 낳게 만들고 말았고. 그들은 마치 영혼을 판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루비와 진주를 얻기 위해 도롱뇽과도 거래를 하는 것 말이다. 마치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서늘하다. 이런 작품을 구상하고 이야기를 일관되게 끌어나가며 그렇게 실감나는 자료를 동원할 수 있다니. 작가의 천재적 발상과 문학적 감수성, 이를 아우르는 내공의 폭과 깊이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에다 동원하는 자료도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박람강기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도롱뇽이 안드리아스 스케우크제리라는 학문적 해설을 곁들이기도 하고 도룡뇽에 대한 관찰 실험보고서를 통해 400어휘를 사용하고 문자를 해독한다는 것을 실제 현실처럼 보이게 했으며 전보문, 신문기사 및 재판과정기록물, 심지어는 도롱뇽의 봉기를 선동하는 격문이 담긴 삐라까지 전문을 실어 독자들을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놀라운 플롯 구성과 필력에 그만 서늘해지고 만다. 글쓰기를 지망하는 이들이 이 작품을 읽으면 거대한 벽을 느껴 붓을 꺾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말이다. 하여 [도롱뇽과의 전쟁]은 지적으로, 또 심정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벅차게 느끼게 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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