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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 ㅣ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죽음 이외에는]은 일반적인 추리물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선 플롯이 얽히고 설킨 듯 복잡다단하게 꼬인 게 아니라 스토리 전개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자연스레 드러나고 윤곽도 대략 잡히게 되어 있다. 하여 다른 미스터리 시리즈에서 골머리를 싸매고 범인이 누군지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맞추지 못하고 엉뚱한 인물을 지목하여 범인이 밝혀진 다음 내 머리가 이것밖에 안되냐며 쥐어뜯고 싶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추리물을 읽을 때면 잔뜩 긴장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비교적 쉽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낮은 지능을 탓하지 않아도 되게 말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시대 배경이 소설 저변에 잔뜩 깔려 있다는 점이다. 19세기 말 캐나다 토론토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잘 알지 못할 것인데 친절하게 역사적 맥락이나 지리적 환경이 잘 그려져 있어 그 시대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이 가능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스토리는 아름다운 소녀 테레즈 러포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추운 겨울 토론토 거리에서 발가벗겨진 채 죽음을 맞은 소녀에 대한 사건을 수사하게 된 머독 형사는 로즈 가의 인물들과 접하면서 온갖 추한 몰골을 하고 있는 가족들의 사생활과 직면한다. 하여 관련있는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범인인 듯 보이기 시작했고. 의사 로즈부터, 아들인 의대생 오언, 가정부 부부, 마굿간 관리자 조, 그리고 오언의 약혼자 헤리엇 셰프컷과 그의 아버지 셰프컷 의원 등 모두 어두운 구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상대하는 머독 형사 역시 그늘이 드리운 내면을 지니고 있기는 마찬가지 였고.
결론은 싱겁게도 테레즈가 우연히도 부패 타락한 이들의 일시적 광란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하여 좀 더 복잡한 플롯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화인류학적 접근이라 할 정도로 당시 생활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계층 및 인종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 등은 다른 추리물에서 맛볼 수 없는 것으로 독자들이 누릴 수 있는 값진 보너스라 하겠다.
머독 미스터리 시리즈의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