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 대학신문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선되면 백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대회였는데, 마침 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일하는 동기가 경쟁률이 낮다는 얘기를 해줬다. 언제나 술값이 모자랐던 그때의 나는 학력 콤플렉스가 심해 방송통신대에서 학사학위를 두 개나 따고 난 후 자식의 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는 오십대 여성의 이야기를 썼는데, 그것이 당시의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얘기이기 때문이었다. 던지듯 출품했던 내 첫 소설은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을 들으며 당선됐다. 엄마는 어디선가(아마도 모든 소문의 원흉인 교회에서) 그 소식을 주워듣고는 내 당선작이 나온 대학신문을 구해다 읽었다. 그리고 사흘 밤낮을 울었다. "네 마음이 그렇게 아팠다니, 내가 그렇게도 너를 착취해왔다니………" 안방 문을 넘어올 만큼 큰 소리로 통곡을 하는 그녀에게 "엄마, 소설은 그냥 소설이야. 다 지어낸 거라고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들릴 턱이 없었고 그루로 엄마는 내가 쓴 그 어떤 글도, 심지어는 바닥에 떨어진 리포트나 메모조차도 읽지 않는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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