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의 죽음은 영문 모를 징조들만 난무하던 한 시기에 종지부를 찍고, 초기의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차츰차츰 뚜렷한낭패감으로 변해 가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다른 한 시기의 시작을 점찍어 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시민들은, 이제부터는 차차 깨닫겠지만, 하필이면 우리의 이 자그마한 도시가 쥐들이 밖으로 기어 나와 죽고 수위가 괴상한 병으로 목숨을 잃는 도시로 특별히 지정될 수 있으리라고는 결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시민들은 요컨대 착오를 일으킨 셈이어서 그들의 생각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었다.
만약 모든 일이 거기에 그쳤더라면 아마도 그 일은 습관 속에 묻히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들 중에서 그 밖에도 몇몇 사람들이 그것도 반드시 수위나 가난뱅이가 아닌 사람들이, 미셸 씨가 먼저 밟은 길을 따라가야만 했던 것이다. 공포가,
그리고 공포와 함께 반성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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