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도시 이야기 - 포르투, 파리, 피렌체에 스미다
신지혜.윤성은.천수림 지음 / 하나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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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파리, 피렌체에 스미다

<세 도시 이야기>

 

글 사진 : 신지혜 윤성은 천수림

발행일 : 2018년 12월 3일

페이지 : 304p

판 형 : 128*188mm (B6)

출판사 : 하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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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제외하곤 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신혼여행이라도 다녀와서 다행이다 싶긴 하지만

내 맘속에 늘 가고픈 그곳은 유럽이다.

남편은 유럽을 부르짖는 나에게

유럽 5개국을 가이드 대동하며 다니던 시절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준다.

 

아... 이럴 때 쓰는 말인가.(축약어 안 좋아하지만)

안물안궁.

이런 목마름을 지닌 나에게 이 책이 다가왔다.

 

포루투칼 포르투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피렌체

- 를 담은 <세 도시 이야기>는,

아나운서, 영화 평론가, 아트저널리스트로 활약하는 세 저자가

각각의 도시를 소개하는 여행서이자 문화예술기행이다.

왜 꼭 이 세 도시일까.

각 저자들이 이야기 시작부에 '왜 거기였을까?'라는 질문에 답한다.

그리고 이 책의 재미는 여행지=도시=영화(예술, 미디어)를 절묘히 섞었다는 점이다.

언급하는 모든 영화와 책 등을 알진 못해도 괜찮다.

이미 마음만은 그 느낌을 아는 듯 하니 말이다.

 

 

부끄럽게도 포르투라는 지명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포르투칼을 잘못 적은 거라 확신했고

검색을 통해 알고선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그런데 그 무식도 과하면... 나중에 염치없다 ,,, 혼자서...

 

그런 내가 포르투를 떠올린 것은 성당때문이었다.

무교였던 나는 좋은 기회로 성당을 알게 되고

성지순례를 경험하며

외국의 성당, 그 건축물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 책에도

클레리구스 성당과 포르투 대성당이 나온다.

그런데 난 클레리구스 탑에 관한 이야기에 눈길이 머물렀다.

 

"거기에서 정말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내려다보는 풍경이야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주는 감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천천히 나선 계단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면서 마음이 평안해지고 즐거워져서

나도 모르게 계속 하하 웃으며 내려온 것이다."

---p.38

나에게 포르투란 언젠가 다다르고픈 '마음의 평안'이다.

나와 같은 마음이 이 글귀에

그리고 문장 곳곳에 담겨있어

감탄사를 토해내며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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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센 강보다 에펠탑이 보고 싶다.

그리고 에펠탑만큼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보고 싶다.

이 책에도 <비포 선셋>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 등장한

영미 문학전문서점인 이 곳을 다루고 있다.

여행지에 가면 동네책방과 문구점을 찾는 나에겐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먼지 쌓인 보물이 한가득이었다"는 글귀가

더 없이 유혹적이었다.



일본소설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다.

특히 여성작가의 신간이 나오자마자 읽던 그 때.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쓴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 흠뻑 빠져선

주위 사람들에게 거품을 물며 강권했다.

소설을 애정한 나머지

누군가는 그 영화화를 반대하기도 했고

개봉 후에는 영화가 원작을 살리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난 피렌체라는 공간을 마음껏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저자 또한 글 초반에 이 소설책을 언급하고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에게 피렌체는

책장을 열심히 넘기던 그 푸릇한 시절의 나를,

주황색 파란색 표지가 떠오르는 소설과

두 주인공이 마주선 두오모 성지가 머릿속에 펼쳐지는 영화의 세계로

소환하는 초대장과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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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다녀온 사람들은 말한다.

도시가 하나의 미술관이라고, 유적지라고.

난 그런 물체적인 볼거리와 함께

이 사진과 같은 사람과 동물의 공생, 그리고 여유로움을 보고 싶다.

 

저자들의 말처럼

'발길 끌리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작은 일상조차 예술이라고 불러도 좋은 곳'을

나 또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온전히 맛보고 싶다.

 

이 세 도시를 안다면, 물론

두 도시를 안다면 나머지 한 도시마저

한 도시를 안다면 이외에 두 도시를

세 도시를 다 모른다 해도

<세 도시 이야기>를 읽으면 모두

사랑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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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시즈카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 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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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걸작 그림책시리즈_ 지크

<염소 시즈카>

 

글 그림 : 다시마 세이조

옮 김 : 고향옥

발행일 : 2018년 11월 30일

판 형 : 226 * 241 * 24 mm

출판사 : 보림

 

원서 제목 : やぎのしず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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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출판사 세계 걸작 그림책 시리즈 - 지크 78.

BIB상 수상작가, 일본의 그림책 거장 ‘다시마 세이조(田島征三)’의 작품이다.

 

국내에 2010년 03월 29일에 출간되어 소개된 바 있으나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총 7권의 책을 합본으로 만든 특별판으로

208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아기염소 '시즈카'가 작가 세이조의 집에 와서 살며 만들어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에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 곧 '시즈카와 우리 가족의 그림일기'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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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는 봄에 우리 집에 온 염소랍니다.

이 그림책은 아기 염소 시즈카가 엄마 염소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예요.

모두 정말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었답니다.” - 다시마 세이조

 

=

목차 + 내용

 

 

1. 아기 염소가 왔어

: 나호코네 집에 아기 염소가 왔어요. 몸은 새하얗고 눈이랑 입이랑 코 둘레, 귓속만 분홍색인 귀여운 아기 염소예요.

2. 시즈카의 결혼

: 숫염소가 다정하게 속삭이고, 시즈카는 실컷 응석을 부렸지요. 그 뒤로 시즈카의 배가 조금씩 조금씩 커졌어요.

3. 축하해, 시즈카

: 나호코는 쏜살같이 언덕 위로 뛰어올라갔어요. 갓 태어난 아기 염소가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4. 시즈카와 뽀로

: 아기를 낳은 시즈카는 우리 안을 절대로 지저분하게 내버려두지 않아요.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5. 잘 가, 뽀로

: 나호코가 걱정하던 날이 되었어요. 옆 동네 사는 큰아버지가 뽀로를 데려가는 날이에요. 나호코는 시즈카를 데리고 멀리 나갔어요.

6. 아빠의 젖짜기

: 젖을 만드는 건 시즈카의 일이고 젖 짜는 일은 아빠의 몫이에요.

7. 사고뭉치 시즈카

: 엄마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구운 과자를 몽땅 할아버지께 드렸어요. 나호코는 엄마가 구운 과자를 하나도 먹지 못했답니다

(출처: 알라딘- 줄거리)

 

 

위에서 밝힌 것처럼

일본에서는, 1981년에서 1983년 12월까지 <염소 시즈카(やぎのしずか)>라는 제목의 시리즈 7권으로 나온 작품을

국내 출간 시 합본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목차에 적힌 제목이 번역원서 각 권의 제목이기도 하다.

7권 <사고뭉치 시즈카>만 원서 제목(しずかのさんぽ;시즈카의 산뽀)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기 염소의 이름 ‘시즈카(しずか)’는 일본어로 ‘조용, 조용한 상태’라는 뜻으로,

너무 크게 울부짖어 이웃들에게 민망한 나머지 염소에게 “조용! 조용히 해(しずかに)”라고 소리치다 보니

어느새 그것이 이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찌나 이름도 잘 지었는지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봄에 나호코네 집에 온 아기 염소와 함께 가을, 겨울을 지내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한 해의 일상을 그린 이 작품은

시즈카가 나호코네 가족과 함께 살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느 면에서는 시즈카로 인해 다양한 일을 겪으며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더불어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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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염소가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고

사랑을 나누고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애지중지 기르다

떠나보내는 일련의 사건은

단지 시즈카만의 에피소드는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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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서적의 형태상 특징을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는 페이지.

그래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나가야 한다.

글씨는 세로쓰기에

마침표, 괄호처리 등 문장부호는

모두 일본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견고하지만 부드러운 글씨체까지.

 

이 모든 것이 다시마 세이조의 거칠지만

일면 따스한 그림책 속 또 하나의 그림, 이미지라는 생각이 든다.

 

뒷커버부터 열어보는 책이라

어른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편견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서적을 소개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그림 중간중간 글밥이 없는 장면엔

더할 나위 없는 강렬함이 느껴져

더욱 집중해서 빠져들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책 말미에 담긴 <작가의 말>을 꼼꼼히 읽고 다시 읽기를 추천한다.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작가 세이조의 '자전거찾기'도 하나의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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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하게 걸어라, 아레호 The Collection
다시마 세이조 지음, 고향옥 옮김 / 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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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Collection 시리즈

<꿋꿋하게 걸어라, 아레호>

글 그림 : 다시마 세이조

옮 김 : 고향옥

발행일 : 2018년 11월 20일

판 형 : 310 * 267 * 16 mm

출판사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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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출판사 The Collection 시리즈.

BIB상 수상작가, 일본의 그림책 거장인 ‘다시마 세이조(田島征三)’의 신작!

 

 

 

일본그림책에 관심이 있던 나는

관련 책을 찾아보며 이 작가의 이름을 자주 발견했다.

그림책의 'ㄱ' 정도를 알까말까 할 시절이기에

내 감상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을 본 첫 소감은 '거칠다'였다.

그리고 독특함, 그만의 세계를 쏟아냈다고.

 

 

오랜만에 만난 그의 작품은

또 이렇게 오묘하고 뭔가 난해한 느낌을 풍기는 표지로 시작한다.

제목부터 '아레호'...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런 생각을 하며 면지를 넘기면 '작가의 말'이 나온다.

그리고 숙연해진다.

 

 

 

'아레호'라는 이름은 시리아 북부 도시인 알레포에서 따왔습니다.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의 정부군과 반군, 내전에 개입한 국가들의 격전지로, 많은 민간인과 어린이 사상자가 발생한 곳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시리아 난민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닙니다. 알레포에서 죽어 간 어머니와 딸들 그리고 소년들.......

그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이 앞으로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것입니다.

--<꿋꿋하게 걸어라, 아레호>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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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을 다룬 노(老)작가의 시선과 그림체.

여전히 나에겐 오묘하지만

이야기를 품에 안으려 노력한 색감이 느껴졌다.

물을 듬뿍 머금은 붓끝을 상상할 수 있다.

 

지금은 여행중이라는 아레호.

아름다운 세상만 펼쳐지면 좋으련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괴물에게 잡아 먹히고 하늘로 내팽겨쳐지고

바다에 빠지고 커다란 물고기에게도 먹히고

그 와중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하지만 아레호는 운이 좋다고 말한다.

살아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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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던 아빠와의 기쁜 상봉도 잠시.

무시무시한 짐승의 공격도 피한 부자는 또 다른 이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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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열매를 보고

폭탄인줄 알고 놀라는 이런 불행속에서도

아레호는 또 꿋꿋하게 걸어갈 거라고 말한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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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며 이렇게 조마조마했던 적이 있을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일이 계속되는 와중에

해석할 수 없는 난해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신음이 새어나오는 입을 연신 손으로 막는다.

류재수 씨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는 이 그림책을 통해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고 말했다.

(소외된 이웃을 향한 소망- 작품소개글 中)

아레호를 그린 마지막 장면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희망은 지지 않았는다는 작가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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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omoe(コドモエ) 2018年 12月號 - 코도모에 2018년 12월호
シゲタ サヤカ / 白泉社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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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라네코 팬이라 구입~ 에코백은 광목천이라 얇은 여름용^^ 그래도 짱짱하다. 부록그림책도 깜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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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들의 집 보림 창작 그림책
김한울 지음 / 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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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우리들의 집

글/ 그림 : 김한울
발행일 : 2018년 11월 15일
판   형 : 227 * 306 * 17 mm
출판사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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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커버란 무슨 의미일까?

난 커버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대부분 커버가 있는 책은 양장본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책에 무게감을 주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원할 때,
원서는 그렇지 않더라도 번역출간하며 양장본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괜스레 하드커버에 겉지가 입혀져 있으면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
나도 그래서일까, 커버가 있는 책이 좋다.

그런데 그림책에서 커버란 무엇일까?

관심을 가진지 1년 남짓한 그림책 초보자인 내 생각엔
그림책에서 커버는 ... 선물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
그래서 언젠가부터
그림책에 커버가 입혀져 있으면 더욱 유심히,
그리고 기대를 한껏 하며 열어보게 된다.

커버를 벗기는 그 순간의 기대와
약간의 긴장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14마리의 아침밥>의 커버를 벗기며
이렇게 귀여울 수가~를 연발하던 내가
이 책의 커버를 펼쳐보고는 한동안 침묵했다.
소장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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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봤던 겉지와 표지의 구성은
인물 행동의 차이,
혹은 작가가 뜻하는 바를 전하는 새로운 무엇이 더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은... 예상을 뒤엎는다.
겉지 속면에 작가가 그리던 그 시절의 동네 풍경을 확대해서 담았다.
하나의 예술작품이란 이런 것이구나.
앞면지에 동일한 풍경이 담겨 있지만
왠지 다른 풍경 인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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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한울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사라지는 집들을 눈여겨보면서 작품을 만들었고
'자라나는 집’과 ‘일구어진 땅’이라는 두 번의 개인전을 열어
잃어버린 집과 공동체에 대한 상실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작가의 첫 그림책인 <안녕, 우리들의 집>에서는 전시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가 다른 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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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 덩그러니 집만 남은 그곳에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개,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
오늘도 수다를 떠는 새 또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그것은 집과 나무,
그곳의 모든 것을 부수고 쓰러뜨린다.
동물들은 제 보금자리가 사라져도 속수무책.

그런데 보름달이 유난히 밝게 빛나던 날,
고깔을 쓴 너구리들이 찾아온다.
손때 묻고 사연 많은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너구리들은
이곳저곳을 살피며
버려지고 남겨진 것을 챙겨서
유일하게 남은 그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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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는 다르지만
너구리와 남은 동물들은 힘을 합해서
이 집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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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은 아늑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활기찬 목소리, 웃음소리가 되살아났습니다.
초록 덩굴이 금이 간 벽을 감싸 안고,
깨진 창문 너머로 꽃이 피어났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

 

글귀와는 다르데
왠지 난, 이 그림이 쓸쓸하다.

쓰러진 나무,
사방으로 무너진 벽,
그저 황망할 뿐이다.

동이 트면 마지막 집도 사라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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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면지에는
한 귀퉁이에 '지은이의 말'이 담겨 있다.

제가 살던 집은 낡았으나 특별했습니다. 그곳에 찾아오고 함께 살던 동물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담벼락구멍으로 주둥이를 내밀며 인사하던 강아지, 볕 좋은 날 길에 누워 일광욕하던 고양이, 날마다 마당에 찾아오던 산비둘기 부부, 작은 틈새마다 비집고 피어나던 민들레...
이런 풍경들이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풍경 속에서 스며든 너구리는 어쩌면 그들과 함께 남아 있는 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소식을 알길 없는 그들, 사라진 집과 동네와 그곳을 떠나면서도 떠날 수 없었던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이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은이의 말(전문)-

우리도 나이를 먹는다.
동네도 건물도 다 함께 세월을 먹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드는 것은 순리.
그런데 사람들은 편의성을 위해 세월을 거스른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아쉬운 요즘이다.

그림책이 또 한 번 엄청난 것을 담아냈다.
작가의 다음 책이 이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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