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정한 과학 기술, 누구도 차별하면 안 돼요 ㅣ 반갑다 사회야 33
김현주 지음, 신성희 그림 / 사계절 / 2026년 5월
평점 :
반갑다 사회야-시리즈 33
공정한 과학 기술, 누구도 차별하면 안 돼요
혐오와 차별이 판치는 요즘, '과학기술'에도 공정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어린이 교양서가 등장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과학 기술을 누려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
저자 김현주는 버밍엄대학교 대학원에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연구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제구호활동을 하는 NGO에서 일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의 산간 오지를 다니며 과학 기술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과학 연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계기가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이 너무도 빠르게 앞서가는 현재도 마실 물이 없어 옆 마을까지 쉼없이 걸어가야 하는 아이들과 먹을 것이 없고 치료할 약이 없어 목숨을 잃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공정한 과학 기술'은 누군가의 생존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우치게 된다.
* 인상 깊었던 내용 중
<생명을 구하는 드론>에서는 2016년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급성 말라리아로 의식을 잃은 두살배기 아이를 위해 드론이 혈액을 운반해 주는 이야기이다.
산과 언덕이 많고 진흙길이 대부분인 르완다에서 차량으로 주요 물품을 운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드론을 통해 신속하게 배송하는 기술을 적용하면서 2018년 한 해에만 만오천 팩의 혈액을 나르며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외면 받는 기술이 되지 않으려면>에서는 1990년대 베트남의 농촌마을이 등장한다. 당시 5세 미만의 아이들 중 65%나 영양 실조에 걸리는 실정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는 직원이 파견을 나오게 된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소수의 건강한 아이들에게 특별한 비법이 있음을 발견한다. 외지에서 온 전문가가 으스대며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영양 교실을 열어 이 문제를 개선해 나갔다는 일화이다.
이 책에는 단순한 과학에 대한 정보가 아닌 사람이 살아 숨쉬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고로 과학은 사람들의 삶과 문화 속에 더불어 자생하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 어린이 추천 중
과학에 관심이 많은 호기심 천국 아들에게 물어보니 '특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로 <값비싼 고철이 된 플레이펌프>를 꼽았다. 놀이기구처럼 만들어서 사용한다는 엄청 좋은 아이디어인데 결국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아이는 심히 안타까워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아직도 마실 물을 얻기 위해 편도 1시간 거리를 걸어간다. 그러다 보면 학교에 늦을 수도 있고 들짐승을 만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이에 모잠비크 정부와 원조기관이 합작으로 '플레이펌프'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긴다. 놀이기구 뺑뺑이(회전무대)와 비슷한 외관으로 지하에 파이프를 연결하여 땅속 물을 끌어올려 물탱크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놀이삼아 뺑뻉이를 사용하면 물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타지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 기획과 개발에 큰 호응을 얻은 것에 비해 비싼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다. 뺑뺑이 주고객인 아이들은 땡볕에 하염없이 고철 핸들을 돌리는 것이 영 놀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곧 또 다른 형태의 노동, 그것도 상당히 비효율적인 삽질임을 알게 되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플레이펌프를 만드는 비용은 수동 펌프의 4배에 달하지만 정작 끌어올리는 물의 양은 6분의 1도 안 된다는 이유 또한 한 몫을 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실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실생활에 알맞게 다가가는 효율도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엄마에게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냐고 물으니 <사람들의 잔은 비어 있지 않아요>를 추천했다. 신생아를 꼭 껴안아주는 그림을 가리키며 엄마는 아이를 꼭 껴안아 줘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포옹을 상당히 좋아하는 어린이라, 상당히 사심 가득한 추천임을 알 수 있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라 마구 안아줬다.
<사람들의 잔은 비어 있지 않아요>는 국제사회에 기초 보건의료를 확대하기 위해 설립한 구(舊) 빌&멜린다재단(현 게이츠재단)의 수장이였던 멜린다와 현지 보건요원이 인도 북부 마을을 찾은 이야기이다. 무지함으로 인해 신생아의 사망율이 높았던 곳으로, 아기가 사악한 영혼에 사로잡혔다, 아기를 안으면 그 영혼이 옮겨 붙는다 등의 미신 추앙 또한 그 비율을 높였다. 태어나자마자 수유하기, 깨끗한 도구로 탯줄 자르기, 꼭 안아서 체온 올리기, 모자나 속싸개로 체온 유지하기 등 간단한 방법만 알면 아이들의 목숨은 충분히 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의학 지식을 원주민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거부반응만 일으켜 과학이나 의학을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아무리 사람에게 이로운 과학이나 의학 기술이라도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계절출판사 <반갑다 사회야>시리즈 33권인 이 책은 최첨단 과학 기술을 누가 먼저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담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정한 과학 기술의 쓰임에 대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유익한 토론서로 활용할 수 있겠다.
단순한 과학 정보책이 아닌 어린이들이 사회 전반을 이해하고 과학 기술을 접목시키는 세계를 터득할 수 있도록 돕는 융합적 사회 과학 교양서적이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
과학 기술을 필두로 한 다양한 정보를 알고 싶은 어린이/
사회와 과학을 접목한 융합적 수업을 지향하는 선생님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사람들의 잔은 비어 있지 않아요. 당신의 생각을 그들의 잔에 마구 쏟아부을 수는 없어요 - P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