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 이후 딸이 본 적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해가는 내용이다. 초반에 주인공의 삐딱함이 눈에 띄었는데 나와 닮은 점도 있고, 내 속의 답답함을 정확하게 표현해준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평생 마셔본 술이 소주뿐인게 아까워 시바스리갈을 선물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이부진과 김태희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작가의 말에 불꽃이 튀었다. 작가는 글을 매력적으로 쓰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투리에서 가독성이 떨어져 읽기 힘들었고, 끝까지 재미있지 않았다. 그리고 읽던중 모종의 불편함이 감지되어 마음이 어지러웠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아버지 때문에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점은 알겠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딱히 노력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엔 화가났다. 그래서인지 부차적인 어려움들까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념문제까지 깔려있으니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기 쉽지 않았다. 솔직히 기대보단 아쉬웠던 책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군들 빨갱이의 딸을 선택하겠는가. 선택할 수만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이부진이나 김태희의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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