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은 26세의 수영선수 출신으로 신체가 건장한 청년이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한채로 성장했다. 왜냐하면 그는 뇌전증으로 발작을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진의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의사인 이모는 그를 상위 1%의 싸이코패스, 즉 프레데터라고 정의했다. 이모가 처방한 약을 먹으면서 온갖 부작용에 시달렸는데 그 약을 끊으면 온전한 자기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 번의 경험으로 확신을 얻은 유진은 의도적으로 약을 끊으며 즐거움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날 피범벅인 집을 목격하게 되고 잃어버린 2시간 30분을 복기한다.

지난에 읽은 <열세번째 배심원>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는 범죄자의 악랄한 행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이 책은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점에서 <종의 기원>이 더 좋았다. 귀신이야기보다 납득하기 어려운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무섭다. 왜냐하면 언제나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현실감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이들을 도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암담하다. 가능성만으로 격리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윤리적 문제와 솔직한 마음이 부딪친다. 그래서 이런 글에서 일종의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타인의 시선과 엄마의 시선을 병행해서 보게 되면서 또 다른 갈등에 놓인다. 유진은 어찌하면 좋을까. 작가의 말이 자꾸 맴돈다.

약물중독자들은 대부분 환상을 좇느라 약을 먹는다. 내 경우는 반대다. 환상을 얻으려면 약을 끊어야 한다. 끊은 지 얼마 후면 마법의 시간이 열린다. 약물 부작용인 두통과 이명이 사라지고 오감이 내 젖꼭지도 딸 수 있을 만큼 예리해진다. 후각이 개같이 예민해진다. 머리는 그 어니때보다 기민하게 돌아가고, 생각 대신 직관으로 세상을 읽어들인다. 내가 내 인생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낀다. 인간이 만만해진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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