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딥스는 좀 독특한 아이다. 유치원과 집에서 보이는 행동이 어른들을 의아하게 한다. 어른들 모두가 손을 놓으려는 때에 아동삼당소 임상심리학자였던 저자에게 놀이치료를 받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놀이치료실을 방문해서 선생님과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은 무얼 가르치거나 캐내려는 인위적인 작업을 하지 않고 아이가 자유롭게 놀며 생각들을 꺼내놓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딥스는 힘을 얻고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한 편의 영화같은 사례였다. 주변의 어른들이 이 아이가 정신이상이 있다고 사실상 단정해버렸는데 실제로 문제는 부모에게 있었다. 외과의사로 과학자로 잘 나가던 이들 부부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다. 딥스는 그렇게 태어났고 지적 능력에 비해 사회적, 정서적인 부분이 더디게 성장했다.

이해할 수 없는 아이를 7년동안 지켜본 부모는 얼마나 지쳤을까. 동생이 부모가 예측하는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에 더 비교됐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폭이 좁은 것이 문제였다. 그동안 만난 의사들이 부모의 상담을 권했을때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이래서 객관적인 시각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에게 찾아가 보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다 아는건 아니다. 어른들이라고 균형잡힌 삶을 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사는 대로 평가하는 인간의 한계를 들여다보게 됐다.

간만에 여운이 긴 글을 만났다. 부모는 자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많은걸 가르치려는 것보다 잘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갑자기 우리들은 우리들을 방어해 주던 무언가가 고장 났기 때문에 겁에 질리고, 외롭고, 불행한 사람들이 되어 버렸던거예요. 아주 끔찍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한 것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우린 서로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았어요.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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