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내관의 재미있는 한국사 기행 쏭내관의 재미있는 기행 시리즈
송용진 지음 / 지식프레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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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암기라는 선입견,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눈높이는 어린 학생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써내려갔습니다. 지금까지 역사를 몰랐더라도 많은 분들이 우리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역사는 부끄러운 것이든 자랑스러운 것이든, 제대로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들어가는 편지 中


  '3.1운동'이란 단어를 어떻게 읽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고등학생이 답했다. "삼점일 운동?".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현실이다. 젊은이들의 역사의식 부재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한국의 교육과정을 지적한다. 2009년 이후 개정된 교육과정에는 근현대사 과목이 대폭 축소되었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장 혈안이되는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와 한국사는 필수과목이 아닌지 오래되었다. 그 결과 역사를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또한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인터넷에 떠도는 편향적으로 해석된 역사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에 벌어진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일일베스트(이하 일베)의 사건만 보아도 그렇다. 5.18 민주화 운동을 광주 폭동이라고 하는가 하면, 위안부 문제를 우리나라 국민 스스로가 몸을 팔러간 사람으로 취급해버렸다. 역사의식의 부재를 떠나서, 그러한 담론의 장에서 비판의식 없이 그것을 맹신하는 분위기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며 필자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얼마나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숨이 막혔다. 나 역시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과라는 이유로 국사와 한국사의 공부는 등한시했고, 수학이나 과학 같은 이과에서 대입에 유리한 과목들만 공부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다들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쏭내관의 재미있는 한국사 기행>이었다.

  

ⓒ 쏭내관 블로그


  저자 송용진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9년부터 우리나라 궁궐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서로는 우리 궁궐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 우리나라 박물관 80여 곳을 직접 현장 답사한 뒤 집필한 <쏭내관의 재미있는 박물관 기행>, 궁궐의 전각에서 일어난 조선의 사건을 소개한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2>, 왕릉을 통해 조선의 27대 임금들의 역사를 살펴본 <쏭내관의 재미있는 왕릉기행> 등이 있다. 현재 전국의 학교와 도서관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재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사람이 역사에 대한 저서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저자 송용진이 그렇다. 한국화를 전공했음에도 궁궐에 매료되어 역사를 공부하고 그것을 책이라는 결과물로 내놓았다. 그렇다보니 책에 장점도 생겼다. 전공자의 시점이 아닌, 일반인의 시점으로 최대한 쉽게 풀어서 역사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위정척사운동', '을사조약', '을미사변', '정미7조약' 등 한문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역사용어를 상식이라는 생각없이 다 풀어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용어를 그는 당연하다는 듯 풀어서 설명한다. 왜 '을사조약'이고, 왜 '을미사변'인지를. 역사를 깊게 공부하지 않은 사람인 독자로써는 더할나위 없이 그가 고마웠다. 

  역사 해설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이력도 한 몫을 했다. 재치 넘치는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생동감 넘치는 전개로 45억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단숨에 돌파한다. 단편적인 역사적 사건의 나열이 아닌 역사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것도 강점이다. 다음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주요 사건들을 빠짐없이 담아내면서도 시대별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왜 그러한 역사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전개해나간다. 

  신석기 시대. 고래잡이의 달인이었던 신기 덕분에 신기네 마을 사람들은 늘 배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옆 마을 사람들은 계속 되는 고래 사냥 실패로 굶주리고 있었어요. 결국 그들은 신기네 마을을 공격해 고래 고기를 몽땅 훔쳐갔습니다. 

  화가 난 신기는 뒷마을 사람들과 연합해 고래 고기를 훔쳐간 마을을 공격해 다시 고기를 빼앗아왔고, 이에 고래 고기를 훔쳤던 마을 사람들은 주변의 이웃들과 연합해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신기네로 쳐들어갑니다. 이렇게 작은 마을들은 각자 자기 방어를 위해 주변 마을들과 연합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마을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전에는 그저 밭에 널린 과일을 따먹는 정도였지만 마을 규모가 커지며 인구가 늘어나게 되니 이제 곡식을 직접 재배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곡식 농사를 짓기 시작합니다. 

_ 2부 선사시대 50쪽 中

  신석기시대에 마을의 규모가 커지게 되는 이유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얼마나 이해가 잘 되는가! 이러한 식으로 역사는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것을 저자는 잘 잡아내고 있다.


  이 책은 45억 년 지구의 역사를, 500만년 인류의 역사를, 5천년 한반도의 역사를 보여준다. 지구의 탄생부터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등장, 한반도의 첫 나라인 고조선과 융성한 문화를 꽃피웠던 후삼국과 발해시대, 500년 흥망성쇠의 역사를 지닌 조선왕조의 역사를 보여준다. 아울러 역사는 현재와 동떨어진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진행형임을 강조하며 일본강점기와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김대중, 노무현 정권까지 근현대사의 비중 역시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왜 역사를 알고자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저자는 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섭도록 솔직하게 반복되고 있는 역사적 과오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혹자는 역사공부를 왜 하느냐? 현재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역사란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현재를, 혹은 미래를 대비하기위한 작업이다.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과오가 후대에 얼마나 나비효과가 되어 큰 태풍을 불러올지 모른다.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 하고, 역사를 바르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역사란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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