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팟 터치, 본부장님은 wibrain의 B1이라는 UMPC를, 사장님은 아마존 킨들(Kindle)을 얼마전에 구입했다. 2008년은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는 원년이고, 아마존 킨들이 이렇게 출시되어 2008년이 전자책 대중화의 원년도 되지않을까 싶어, 모바일 기기를 실제로 이용해서 느껴보고, 과연 전자책 시장이 열릴까를 몸소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물론 다들 사비로 샀다. 회사에서 이런거 지원을 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난 그래도 셋 중에서 가장 싼 아이팟 터치를 샀던 것이었던 것이다)
wibrain의 B1(http://lazion.com/2511178 소개 참고)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두껍고 무겁다. 샤프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벽돌틱한 느낌이다. 물론 성능은 좋다. 하지만 노트북도 아니고 울트라 모바일로서는 아직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이걸 들고 지하철에 서서 뭔가를 보고 있노라면 팔도 아프겠지만, '이게 도대체 뭣하는 짓인가?'하며 사람들이 딱하게 볼 것 같다. 폼이 안 날 것 같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70만원) 아무래도 노트북 성능이니 70만원 정도면 비싼 편은 아니지만, 어차피 메인 PC나 노트북이 있으면서 추가로 구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일 테니, 모바일 용도의 옵션치고는 고가다.(본부장님은 이제 산지 일주일이 좀 넘는 이 녀석을, 중고로 처분할 생각이라고 한다. 예약판매로 사서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된, 이 녀석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연락주시기 바란다. 대용량 밧데리도 있고, 아직 몇번 만지지않아 새것과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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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가장 폼이 나는 건 아무래도 아이팟 터치 쪽이다. 워낙에 작고, 가벼운데다, 디자인이 한번 보면 갖고 싶다는 느낌이 확드는 간지를 자랑한다. 하루이틀의 수고를 거쳐 해킹을 하면 UMPC만큼 편리하고 높은 성능은 아닐지라도, 웬만한 PDA 저리가라 할 만큼의 기본적인 인터넷사용, 전자책, 동영상 보기, 구글맵 보기 등이 된다. 당연히 MP3는 기본이다. 한글 지원이 기본으로(공식적으로) 지원되지않고, 어느 좋으신 한국 사용자분이 직접 개발한 덕에 한글 자판도 가능하다. 터치스크린 방식이라서 익숙해서 100타 이상 속도와 정확도가 나오려면 한 1주일 만져보면 된다.
MP3도 듣고, 바깥에서 가볍게 인터넷이나 유투브 동영상을 즐기고 싶을 때, 또는 가볍게 전자책을 읽고 싶을 때 적당한 기기다.(PDF보기도 가능하다) 8기가를 30만원 초반대에 구입할 수 있기때문에 가격으로는 가장 저렴하다. 이 셋중에서 가격대비 효용으로 따져라고 하면 1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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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아마존의 킨들은 완전히 책 읽기에 최적화되어있다. 국내에 출시되어있는 NUUT(http://www.nuutbook.com/)와 비슷한 크기와 스타일인데, 오히려 킨들이 조금더 투박한 느낌이다. 그만큼 NUUT가 디자인적으로는 좀더 잘 만든 것 같다. NUUT가 2007년 하반기에 새 버젼을 낸다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 여태 아무 소식도 없다.
킨들은 아마존에서 399달러에 판매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문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위즈위드 등의 해외구매대행사를 통해서 살 수 밖에 없다. 가격도 40만원이 훌쩍 넘어가고, 손에 쥐어질 때까지의 배송기간도 무척 길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서는 쓰기가 무척 힘들거나 불가능하다.
일단 킨들의 가장 큰 장점이 일반 무선인터넷이 아닌 이통사인 Whispernet의 무선망을 이용해서 미국/캐나다 어디에서나 무료로 접속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료로 아마존에 접속해서 전자책을 다운로드받고, 위키디피아에도 접속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하지만 이 두 사이트를 제외한 일반적인 사이트 접속은 제한된다) 거기다가 킨들 블로그라고 해서, 분야별로 유명한 블로그를 이용할 수 도 있고, RSS피드를 구독할 수 있다(1주일 정도 피드를 받아서 저장해두고 있다가 무선망이 없는 데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신문이나 잡지도 이런 식으로 구독이 가능하다.
미국/캐나다에서 산다면 이만큼 편리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MP3플레이나 사진이미지는 불러올 수 있고, TXT, HTML, MS WORD로 된 문서도 불러와서 볼 수 있다. PDF가 안된다는 점이 조금의 약점이다.
<동영상, 킨들과 아이팟터치를 같이 놓고 찍었습니다. 좀 길게 찍었습니다. 한손으로 디카 들고 한손으로 기기를 조작하려니 힘드네요. 디카 동영상으로 찍다보니 초점도 잘 안 맞네요. 홀홀.. ㅠ.ㅠ>
키보드는 제법 편리하다. 터치스크린이 아니기때문에 초기에 바로 키보드를 두들길 수 있고, 사용성에 좋게 잘 배열이 되어있다. 물론 한글은 전혀 지원이 안된다. ㅠ.ㅠ 전자책은 원래는 Wireless를 통해서 바로 아마존 샵에서 킨들로 다운로드받는게 기본인데, 아마도 pc로 다운받아서 USB케이블을 통해서 기기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한 것 같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아마존의 전자책 컨텐츠를 즐길 수는 있을 것 같다.물론 영어 잘해서 아마존에서 산 책을 많이 읽는 사용자만.
조금 독특한 UI는 화면 오른쪽에 세로로 긴 선택자와 그 바로 밑에 있는 스크롤 버튼이다.(위 동영상의 1분6초 이후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겁니다) 터치스크린이 안된다는 제법 커보이는 단점을, 조금은 원시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려고하는 UI이다. 기본적으로는 'MENU'에 세로막대의 추가 위치해 있는데, 스크롤버튼을 누르면 팝업메뉴가 뜨고, 스크롤 버튼을 굴려서 팝업메뉴의 항목을 선택하고, 스크롤버튼을 누르면 선택이 되는 식이다.
텍스트를 일고 있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어떻게 하냐면, 모르는 단어가 있는 줄에 스크롤 버튼을 굴려서 세로 선택자가 위치하면 스크롤버튼을 클릭하면, 그 줄에 있는 단어 중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된 단어는 다 보여주는 식이다. 이 중에서 원하는 단어에 대한 간략설명에 세로 선택자를 맞추면 그 단어만 자세히 보여주는 식이다.
암튼, 전자책 보기에만 집중한다면 B1과 같은 UMPC는 파일의 포맷과 관계없이 PDF 등 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장점외에는 단점만 존재한다. 100점 만점에 30점. 아이팟터치는 화면 크기의 제약이 가장 큰 단점이고 나머지는 크게 나쁜 점은 없다. 물론 전자책이 가져야하는 페이지 좌우 넘기기 등의 편의기능이 좀 부족하다. 100점 만점에 60점. 그렇다면 킨들은 110점을 줘야하지않을까싶다.
우리의 NUUT도 자판을 달고, 인터넷도 되게만 한다면 킨들 부럽지가 않다. NUUT가 이런 기능을 장착한 기기를 50만원정도로만 맞추더라도 난 NUUT를 살 것 같다. 혹시 아마존이 한글을 지원하고, 무선인터넷을 좀더 개방적으로 다뤄준다면 킨들도 고려해봄직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10%도 넘지않을 것 같다. 알라딘이 아마존의 킨들 한국 제휴사로 나서서 한번 열심히 해볼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과연 그렇게 하려고 할까싶다.
사실, 실제로 NUUT나 킨들을 보기 전까지는 E잉크를 채용한 전용 전자책 뷰어가 왜 좋은지 미쳐 몰랐다. UMPC나 노트북, 핸드폰 등의 액정 화면으로 보는 것 과는 천지차이의 화면의 질적 차이를 느낄 수 있다. E잉크는 신통방통하게도 정말로 뭔가 인쇄가 된 느낌이 든다. 빛 반사도 없고 조금 어둡거나 너무 밝은 곳에서도 잘 읽힌다. 전력 소모도 매우 적어서 한번 충전하면 웬만하면 1주일은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그리고 페이지 넘기기 등의 손 UI가 최적화되어있어 흔들리는 버스안에 서서 한손으로 들고 읽기하려면 전용 전자책 뷰어 밖에는 없지않나 싶다.
하지만, 난 아이팟 터치를 산 데 대해 후회하지않는다. 아이폰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출시될 때까지는 이걸 열심히 쓸 계획이다. HTML로 된 한글 전자책 컨텐츠를 구하기 어렵지만 한번 구해보려고 한다. 사실 음악 듣고, 가끔 밖에서 인터넷 좀 한다고만 해도 30만원이 아깝지않다.
원서를 많이 읽고, 전자책을 맘 것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킨들이나 앞으로 나올 국산 NUUT를 구입하는 게 최고일 것이고, 전자책 외에도 관심이 있고 디자인 중심의 샤프하고 얇고 가벼운, 최신 트렌드의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이팟 터치를 권하고 싶다.
UMPC는 아직 좀더 얇아지고, 가벼워져야할 것 같다. 이래서는 데스크탑 수준, 미니 노트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하철/버스 안에서 편리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UMPC가 무슨 UMPC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싼 노트북이나 미니노트북을 사는게 사용성도 좋고, 화면도 넓어서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