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부처님 오신 날에 본 <밀양>. 오늘 새벽 칸느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아버려서, 지금 쓰는 글이 좀 바랬지만, 사실 난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는 <오아시스>에 못 미치는데, 정말 전도연은 연기가 최고였다"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칸느에 출품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도 전도연이 이렇게 상을 받을지는 생각지 못했다.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음... 그래... 정말 잘하긴 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전도연이 나온 영화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생각나는 것만도 <접속> <약속> <해피엔드> <내 마음의 풍금>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인어공주> <스캔들> <너는 내 운명> <밀양>. 그리고 보니, 전도연 나온 영화는 다 봤구나.
 
전도연을 첨 본건 94년도 <우리들의 천국>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학 다니면서 TV를 자주 보진 못했지만 전도연을 첨보고는 '야... 참 이쁘다.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전도연이 97년 <접속>에 나왔는데, 당시만도 전도연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스캔들>이라는 영화가 정말 싫어서, 전도연을 한동안 별로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너는 내 운명>을 보고는 다시 한번 그녀의 연기를 실감했고, 이번 <밀양>은 최고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만약, 외국인들이 전도연을 이번 수상으로 알게 된 후, 그녀의 전작들을 볼 때, <해피엔드>와 <너는 내 운명>을 꼭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더욱 그녀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그리고, 송강호는 사실 좀 많이 아쉬웠다. 특히 <우아한 세계>의 주인공으로서도 많이 아쉬웠는데, 그는 좀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물론 그의 연기는 좋다. 다만 그 캐릭터가 너무 한결 같다. 건들건들거리는, 약간은 머리가 비어있지만, 속 하나는 어린애처럼 착한, 겉으로만 잠시 욱하는 그런 캐릭터는 이제 많이 질린다. 조폭이나 껄렁한 역할 외에 정말 다른 역할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 이창동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기대를 했는데, 사실 영화는 잘 모르겠다. 전작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보다 많이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좀 낯설었던 것은 기독교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조금은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나에게, 영화 속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교인들의 모습과 구원이라는 주제 때문이었다. 초중반에는 '설마 계속 교회 얘기가 나오겠어?'했는데, 끝까지 교회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는데, 좀 거시기 했다.
그리고, 소재인 '자녀 납치 당한 엄마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그리고, 끝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2007년의 이창동이 던지는 메시지라는 것이 '구원'이라니.. 더욱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정치적으로 이창동을 바라봐서인가?
 
암튼... 요즘 나오는 시시껄렁한, 기본도 안된 한국영화 속에서 <밀양>은 괜찮은 영화다. 아니 관람료가 아깝지않은 영화다. 아니, 미안하다. 전도연 연기만 제대로 봐도 관람료의 2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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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5-2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캔들' 좋았는데, 위험한 관계의 사극판 각색이란 점이 매력적이였죠.
근데, 전도연 본인도 '스캔들' 디게 싫어하더라구요. ^^ 아, 밀양 보고싶어 죽겠는데,7월초까지는 안 걸려 있겠지요. 으으으

Mephistopheles 2007-05-2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전도연의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헤피엔드와 피도 눈물도 없이를 꽤 쇼킹하게 봤던 기억이 나요..

이매지 2007-05-2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러고보니 전도연이 나온 영화는 접속과 스캔들만 본 듯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