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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   ★★★★☆

- 아로새기는 책읽기

오랜만에 괜찮은 책을 본 듯 하다.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던 <인터넷 심리학>에서 충격먹고  아, 요즘 읽는 책마다 나의 슬럼프 생활에 활력을 복돋아 주는구나 하며 자괴하고 있을 즈음에 이 책의 위로가 심히 반가웠다..

어쩌면 별반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도 모른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니..

작가의 말이 유머러스한 것도 아니고 재치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으나, 소재와 어우러지는 본문들이 너무나 재밌다. 특히, 조선의 '과거'(시험) 풍경은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기에 그 모습이 참 흥미롭기까지 하다.

과거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깨(!)꾼들을 동원하고 정작 시험자인 양반은 팔짱끼고 앉아 있고 내용과 글씨는 고용한 사람들이 대신 작성해 주고, 심히 성리학에 도취되어 고고한척 하던 이들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유머스러한 일이 아닐수 없다. 결국, 조선은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할, 이른바 지식층이 되어야 할 대다수가 썩어 무너질수 밖에 없었다는 말에 공감이 가게한다.

물론, 공감과 유머 차원에서 끝나긴 찜찜함이 남는건 어쩔수 없다.

대학1년 첫시험이 끝나고. 공개 게시판에서 비실명으로 이번 시험 컨닝페이퍼를 만들었더니 재미가 쏠쏠했다는둥의 망언이 올라왔었다. 그 후, 너희가 진짜 대학생이냐, 컨닝좀 하면 안돼냐의 공방전이 펼쳐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장에서 팔짱끼고 있던 양반들은 컨닝이나 하고 널부러져 있는 대학생들과 별 다름이 없고, 그 컨닝을 옹호하는 하는 이들은 과거장의 어깨꾼들과 다름이 없다. 그런 이들을 묵인하는 교수진이나(하긴, 감히 뭐라 할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많긴 하다만,), 그래서 얼씨구나 좋다며 약은수를 쓰는 이들을 보며 결코 이 나라를 밝게만은 볼수 없다. 500년 전의 폐단과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 뭐가 진보했다는 것일까.

말이 샛다.

그래, 이제까지의 역사는 주류의 역사였다. 어차피 지금이 역사에 남겨질 모습도 주류일터다. 어차피 모든 기억은 주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너와 나, 우리는 그저 역사의 뒤편에 조용히 물러나 있는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이들을 끄집어 내 준 이 책이 재밌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

역사에 별반 상식이 없어도 재밌게 웃으며 즐길수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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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3-11-2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괜히 읽고 싶어졌따. 서울 관련된 책을 모조리 사보리라..

_ 2003-11-2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저 이글 수정했는데, 여긴 구버젼(?)이네요 ^^:

ceylontea 2003-11-2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Bird나무님은 알라딘 서재 테스터 맞군요... ^^

찌리릿 2003-11-25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온글은 퍼온 이후에는 이미 다른 사람의 텍스트처럼 작동한답니다. 다만 출처는 절대로 죽이지 못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