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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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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권짜리 대하소설 같은 것들을 보다 보면 짧은 단편소설에 과연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콩트 형식의 장편(掌篇)이나 엽편소설들과는 달리 단편소설은 소설의 구조를 그대로 따른다. 호흡이 긴 장편과는 달리 짧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상상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반대로 단편을 읽는 재미 또한 이런 것에 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놓치지 않고 읽는 것. 등장인물의 대사나 사소한 배경에도 한눈을 팔 틈이 없다. 이야기 전체를 내 안으로 새겨 넣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런 전제는 잘 쓰안 단편이라야 한다는 것이 먼저겠지만.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단편소설로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할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를 보면 이런 단편의 미덕이 잘 드러난다. 에드거 앨런 포 뿐 아니라 안톤 체호프나 기 드 모파상도 단편으로 유명한 작가들인데 여기서 소개할 모파상의 경우 독특한 성향을 가진 작가였다. 초창기에는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인 보불전쟁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다. [비곗덩어리]와 같은 유명한 단편들이 이 보불전쟁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파리에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단면을 다룬 작품들과 시골 생활을 그려낸 작품들인데 당시의 모파상은 휴머니즘이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내기보다는 전쟁이나 삶의 리얼한 모습을 가감 없이 묘사했다. 이후 모파상의 소설은 환상소설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독특한 색채의 작품이 많아졌는데 이는 모파상이 걸린 매독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때 발표한 작품들은 후에 러브크래프트나 웰즈 등의 작가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파상의 작품들은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력, 진지함과 유머가 함께 존재했던 단편들로 예술적 성취와 영향력을 동시에 가진 작가였다.


모파상 이야기의 특징은 반전에 있다. 추리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치밀한 반전이라기보다는 삶 속에서 흔하게 있을 법한 반전인데 그것이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잘 알려진 [목걸이]만 보아도 그렇다. 파티에 가기 위해 귀부인에게 빌린 목걸이를 잃어버려 10년 동안 이것을 갚기 위해 초라한 삶을 살았지만 부부를 기다리고 있던 진실은 무엇인가. [어느 농장 아가씨 이야기] 역시 독특하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을 하다 주인과 결혼한 하녀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 아내가 된 하녀는 남편을 떠날 결심을 하고 자신이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뒷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또한 모파상의 이야기에는 사랑에 관한 것이 많다. 사랑이야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한데 모파상의 사랑 이야기는 보석처럼 빛나는 것이 아니다. 사랑으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모파상 특유의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평생을 환멸과 향락 사이에서 살아왔고 매독으로 인해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묘비에 쓰여진 ‘인생의 온갖 것들을 탐했으나 그 어떤 것에서도 즐거움을 얻지 못했다’는 말처럼 그의 이야기는 그의 삶처럼 극적이지는 않다. 전쟁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마저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야기 말미에 종종 드러나는 반전 역시도 삶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파상이 그려낸 삶은 우리의 그것과 닮아 있다. 시대가 다르고 지역이 달라도 삶은 여전히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가 매독을 앓게 된 후로 써낸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많다. 그동안 모파상의 작품은 유명한 것 위주로 중복출판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 이 단편집을 통해 최대한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모파상의 나머지 단편들 모두가 소개되길 바라며 모파상과 단편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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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

<최후의 인간>

 

세계 최초의 종말문학, 이라니 급격히 궁금해진다.
메리 셸리는 여러모로 비범한 작가이구나.

 

알라딘 책소개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 <최후의 인간>은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후반의 가상 세계에서 원인과 감염 경로도 알 수 없고, 따라서 치료법도 없는 전염병이 발생해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가족과 동료를 모두 잃고 그 자신도 전염병에 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인간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 홀로 남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인간 멸종 또는 지구 종말을 다루는 '종말 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우리의 본성이 가지는 불가사의한 부분"을 다루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는 저자 메리 셸리는 그리스 비극과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전통 위에 괴기소설의 요소를 결합해, 종말 앞에 선 인간의 고독과 광기를 우아하면서도 충격적이고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소설로 그려냈다. 그 후 아서 C. 클라크와 스티븐 킹 등 거장들의 작품들부터 <나는 전설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 <로드> 등 인류의 멸종과 파괴를 배경으로 하여 창작된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들이 바로 이 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에밀 졸라 <나나>

 

에밀 졸라가 '나나'라는 팜파탈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그녀를 가지고 결국은 파멸에 이를 사회적 실험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알라딘 책소개

<나나>는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론이 집대성된 '루공마카르 총서' 스무 권 중 아홉번째 작품이다. <목로주점>, <제르미날>, <인간 짐승>과 더불어 총서에서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둔 4대 역작 중 하나인 <나나>는 「르 볼테르」지에 연재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파리의 신인 여배우 '나나'가 타고난 육체적 매력으로 파리 상류사회 남자들을 유혹해 차례로 파멸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졸라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일 년 반 가까운 준비 기간을 가졌다. 많은 자료 조사를 했고, 당대의 인기 여배우 블랑슈 당티니, 고급 매춘부 발테스 드 라 비뉴, 가수 오르탕스 슈나이더 등을 모델로 삼아 '나나'라는 주인공을 창조했다. 이 작품에는 화류계의 생활상과 그곳에 몸담은 사람들의 방탕하고 무분별한 행동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에 엄청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무조건!

(그런데 이 책은 밀란 쿤데라 전집에 포함되지 않는 거냐?

나중에 개정판 내서 포함시키지 말라고!)

 

알라딘 책소개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진행되는 이 소설은, 새로이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된 여자의 배꼽에서부터 배꼽에서 태어나지 않아 성(性)이 없는 천사, 가볍고 의미 없이 떠도는 그 천사의 깃털, 그리고 스탈린과 스탈린의 농담, 그에서 파생된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유를 이어 가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파울 니종 <슈톨츠>

 

'빈센트 반 고흐' 때문에 읽고 싶어졌다.

무기력, 무관심, 권태, 의지 결여 같은 말들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인물인 슈톨츠와 열정의 결정체인 고흐가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까?

 

알라딘 책소개

파리에 거주하며 독일어로 글을 쓰는 스위스 국적의 작가 파울 니종은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유럽권의 유수의 문학상들을 휩쓸고, '오늘날 독일어권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또는 '현재 가장 위대한 독일어의 마술사'라고 칭송받는 작가다. 삶에 대한, 삶을 위한 동기가 없는 20대 초반의 청년 슈톨츠의 방황을 그린 이 소설은 현대 서구 염세주의에 대한 사이코그래프라고 할 수 있다.

김나지움을 졸업한 슈톨츠는 규격에 맞춘 삶이 싫어 대학 진학을 거부하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으며, 스스로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서 무언가가 일어나기만을 바란다. 그러던 중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보고 생애 처음으로 열정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글쓰기는 자신을 찾아가는 개인주의적인 작업이라고 말하는 니종은 이 작품을 40대 중반 파리에 처음 건너가 혼자 생활하던 '고독의 시기, 깊은 혼란의 시기'에 썼다고 한다. 니종의 자전적 역사와 겹치는 슈톨츠의 인생 여정, 많은 부분 인용되는 고흐의 편지글은 이 작품이 주인공 슈톨츠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20대 중반의 그리고 40대 중반의 니종의 전기와 고흐의 전기가 함께 녹아 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번역본과 비교해서 읽고 싶다!

 

출판사 책소개

'단행본 역사상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라는 진기한 기록을 가진 찰스 디킨스 소설. 찰스 디킨스는 똘스또이, 도스또옙스끼, 버나드 쇼우, 조지 오웰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로부터 '19세기 최고의 문호',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찬사와 존경을 받았으며, 당대 대중으로부터도 유례없는 열렬한 인기를 누린 작가이다.

한밤중 런던에서 빠리로 건너가는 우편마차 속 한 남자가 있다. 그는 18년간 무고하게 옥살이를 하며 죽은 자처럼 지내야 했던 한 의사가 ‘되살아났다’는 소식을 듣고 빠리로 향한다. 이처럼 은밀하게 빠리로 향하는 한 남자를 따라가며 시작된 소설은 프랑스 혁명 직전의 빠리로 옮겨가며 그곳 사회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임계점에 다다른 민중의 비참한 삶과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사치와 폭압을 일삼는 왕실과 귀족들, 그리고 곳곳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소요의 열기. 성난 파도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고 휩쓸어버리는 광기 속에서 한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 각자의 삶이 생생하게 마주치고 얽히는 현장으로 역사의 격랑을 세세히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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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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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 Pastoral 牧歌 - 전원생활이나 목가적인 정서를 주제로 한 시문학. 목가라는 것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의 한적한 느낌이 드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목가라는 단어에 반어적인 의미가 담긴다면 어떨까. 1960년대는 세계가 격동했던 시기였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사회 전반에 걸쳐 격동적인 상황이 많이 펼쳐졌는데 ‘광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전쟁과 반전운동, 젊은 대통령의 당선과 암살, 흑인운동가의 암살, 패권주의와 우드록 페스티벌 등 미국의 당시 상황은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도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신제국주의 정책의 표방으로 여러 나라에 간섭을 하게 된다. 겉으로 내세운 것은 평화라는 이상이었지만 결국 미국이 걷게 된 길은 패권주의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국 미국과 소련의 끝없는 냉전과 타국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패권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어져 쓰디쓴 실패를 겪게 된다.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는 광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1960년대 말의 혼돈스러운 미국을 배경으로, 베트남전쟁의 실패와 맞물리며 한 개인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몰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스위드, 마법처럼 불렸던 이름. 유대인이었지만 누구보다도 미국인 같았던 그는 스포츠의 영웅이었고 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는 전설로 통했고 실제 전설이 되었다. 미스 뉴저지 출신의 미국인 미녀와 결혼한 것이었다. 스위드는 결국 해내었다. 둘 사이에 소중한 딸인 메리가 태어나고 삶의 또 다른 소중한 가치가 된다. 하지만 메리가 자라고 미국인을 향해 저지른 사건으로 자신의 낙원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운동으로 미국인들에게 폭탄테러를 가한 것이었다. 누구보다도 미국인다웠고 그걸 원했지만 결국은 완전한 미국인이 아니었던 그에게 딸의 행동은 무엇보다도 충격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첫 번째 성공으로 여겼던 아름다운 부인이 바람을 피운 것이다. 스위드의 낙원은 완전히 몰락했고, 이렇게 몰락하고 나서야 스위드는 완전한 미국인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겪었을 분노와 상처와 절망을 함께 똑같이 겪게 되었다. 유대인과 미국인의 이상은 한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고 몰락 역시 함께였다.

어느 쪽이 옳은 가치인지는 알 수 없다.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비난하는 반전주의자 아들, 피땀흘려 일군 가업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들의 폭동으로 어려워지게 되는 것, 규칙을 준수하는 것과 한없이 자유로워지는 것. 스위드의 딸 메리는 당시 미국에서 벌어졌던 폭력적인 운동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패권주의로 타국의 전쟁에 개입한 미국과 메리의 폭력적인 운동을 두고 어느 것이 더 옳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으로 온 스위드는 평범하고 목가적인 삶을 꿈꾸었고 결국 이루어 냈지만 한순간에 몰락하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은 지옥이 되었고 자신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필립 로스는 『미국의 목가』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도약하게 된다. [기억 속의 낙원][추락][잃어버린 낙원]으로 이어지는 각 장의 제목은 주인공의 몰락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재도 끊임없는 영토분쟁과 전시에 준하는 상황을 가진 이스라엘을 보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유대인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스위드의 이야기를 쓴 작가를 내세워 그 뒤에 숨으려는 필립 로스에게 언뜻 느껴지는 감정은 유대인의 이상이 내비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스위드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원했고, 질서를 원했고, 규칙을 원했다. 그에게는 미국의 가치를 반대하는 모든 것이 나락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스위드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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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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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합리하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하다.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이 불합리한 세상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살아온 우리는 너무나도 약하고 어리석고 약삭빨라서 불평도 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피눈물을 흘렸던 80년의 광주는 폭동으로 매도되고 그것을 자행한 인간들은 오히려 배를 두드리며 얼굴에 기름을 번득이며 국회의원들에게 큰절까지 받아가며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80년 광주의 이야기다. 그리 오래 전의 일도 아닌데 이제는 벌써 잊혀버린 듯한 이야기. 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에겐 죽을 때까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이 온다’ 그 소년은 누구한테 가는 것일까. 아니 왜 오는 것일까.

5.18 당시 중학생이던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어린 그에게는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보다 친구의 죽음을 외면했던 자신에 대한 뉘우침의 의미가 컸을 것이다. 그래서 동호는 상무관에 연이어 들어오는 시신들에게 촛불을 밝히며 친구를 떠올렸다. ‘너’는 ‘나’에게 온다. ‘너’인 동호는 ‘나’인 정대에게, 이미 죽어버린 우리들에게 온다. 동호는 도청의 상무관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동호와 마찬가지로 ‘너’인 존재들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살아남았다는  것. 온갖 고문을 당하고 하혈을 하고 감옥에 갇히고서야 살아남은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영원한 고통과 함께 남아 있던 것은 당시의 잔인함 앞에 맞섰던 자기 안의 깨끗한 것, 양심뿐이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이 짧은 경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같은 땅의 피 흘린 역사가 30년이 조금 지난 지금 다시 되풀이된다. 그런데 그 되풀이되는 역사는 과거의 그것보다 훨씬 끔찍하다. 나치의 선전, 선동 전문가인 괴벨스는 ‘사람들은 한 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 번 말하면 의심하게 되고 세 번 말하면 이내 그것을 믿게 된다.’고 했다. 사십만의 광주에 지급받은 팔십만의 탄알, 필요하다면 팔백만의 탄알이라도 아낌없이 내주었을 과거. 시신이 있어야할 관마저도 모자랐던 과거.

 
너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 우리가 깨닫게 해주겠다.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몸,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 같은 몸뚱이들이 너희들이라는 걸, 우리가 증명해주겠다. -p119


이렇게 광주의 사람들을 폭도로 매도했던 인간들이 여전히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려 한다.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우스꽝스러운 과거가 이제는, 이제는 인터넷을 보는 광주의 사람들에게 또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 은폐는 조롱으로 공포는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총구 앞에서는 오줌이나 지릴 인간들이 키보드를 치는 손가락 하나로 총보다 무섭게 사람을 죽이고 있다. 세상은 불합리한데다가 잔인하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억울한 죽음마저 조롱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 땅이 가끔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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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백석 평전>

 

백석의 동화시들을 사랑하고 안도현의 시 <白石 선생의 마을에 가서>를 안다. 안도현이 쓴 <백석 평전>이라니...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을 줄 알았어야 했는데.

 

알라딘 책소개

당대의 많은 시인들을 매료시켰으며, 해방 이후 후대의 시인들에게도 절대적이고 폭넓은 영향을 끼친 백석의 생애를 담은 <백석 평전>. 스무 살 무렵부터 백석을 짝사랑하고, 백석의 시가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으며 어떻게든 "백석을 베끼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안도현 시인은 "그동안 백석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그를 직접 만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백석의 생애를 복원했다.

 

 

 

제더다이어 베리 <탐정 매뉴얼>

 

6월에 출간된 소설들 중에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

 

알라딘 책소개

2009년 대실 해밋 상과 크로퍼드 환상 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제더다이어 베리의 데뷔작. 쟁쟁한 환상 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내놓은 스몰 비어 프레스의 편집자인 베리는 <탐정 매뉴얼>로 탐정 소설과 환상 문학, SF의 영역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탐정 소설 특유의 복잡한 트릭이나 인간 군상에 연연하지 않고,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환상 세계를 쌓아올리는 그는 기존의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작품을 내놓는 특별한 작가다.

 

 

 

 

 

 

미셸 라공 <패자의 기억>

 

<탐정 매뉴얼>이 홀가분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라면 이 책은 묵직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읽어야 할 소설일 것이다.

 

알라딘 책소개

프랑스 작가 미셸 라공의 장편 역사소설. 20세기 세계사의 벽화이자 그것을 관통한 '혁명'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하는 목격담이며, 한 세기 동안 금지되었던 사상과 행동을 망각으로부터 구해내는 시대의 증언이다.
심부름꾼, 기계공, 주물공장 노동자, 헌책 장수 등을 거치며 삶의 폭을 넓혔고 2차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작가는 알프레드 바르텔르미라는 프랑스인 아나키스트의 회고록이라는 형식을 빌려 19세기 말부터 1968년 5월혁명에 이르는 격동의 역사와 그 현장의 한복판을 누볐던 인간 군상, 그리고 그들을 사로잡았던 이념을 엮어 실제와 허구가 넘나드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직조해냈다.
소설의 주인공 알프레드는 파리 뒷골목 부랑아에서 출발해 1.2차 세계대전, 러시아혁명, 세계대공황, 스페인내전, 68혁명 같은 20세기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노동자로, 아나키스트로, 정치가로, 혁명가로, 망명객으로 성장하면서 사랑하고 분투한다. 그의 희망과 패배의 연대기에는 레닌, 트로츠키, 크롯포킨, 고리키, 블룸, 마흐노, 소렐, 페기, 말로 같은 실제 인물들이 동행한다. 친구로, 동지로, 적으로 그들과 연대하고 반목하는 과정은 충실한 시대 고증의 기반 위에서 실제 역사의 흐름을 호흡하게 하며, 거기에 결합된 소설적 이야기는 극적인 흥미를 배가한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이 출간될 때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추천도서로 올리고 있지만, 별로 사랑받지 못하는 책이다. <기 드 모파상>은 거의 800쪽에 육박하는 최고 페이지, 읽고 싶다!

 

<알라딘 책소개>

<기 드 모파상>에는 거장의 단편 세계 전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분량을 담았고, 책에 실린 63편의 다채로운 단편들은 모파상이 왜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지 독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모파상은 극히 짧은 시기 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을 집필했다. 10여 년에 걸쳐 300여 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소설, 3편의 기행문과 1편의 시집을 남겼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출간과 동시에 기록적인 판매를 기록했고 비평가들로부터도 격찬을 받았다. 투르게네프와 톨스토이, 니체 등이 모파상의 작품을 애독했고, 오 헨리와 서머싯 몸 같은 작가한테는 직접적인 창작의 모델 역할을 했다.


존 버거 <킹, 거리의 이야기>

 

리처드 예이츠의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과 밀로시 우르반의 <일곱 성당 이야기>를 저울질하다가 존 버거의 책을 발견하고, 무조건 존 버거!

 

<출판사 책소개>

이 책은 ‘킹’이라는 이름의 개가 바라본, 유럽의 어느 도시 근교 노숙인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위와 같이 요약되는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소설 속 배경인 ‘생 발레리’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의 노숙인 거주 지역을 본 후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차들은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도로 옆에 위치한 생 발레리에는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여 살고 있다. 작품 속 화자인 ‘킹’은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작가는 이 개의 눈을 통해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 생 발레리로 흘러 들어온 열 명 남짓한 인물들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존 버거는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일 수 있는 주제를 문학적 틀로 엮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삶을 역설적이게도 서정적인 문장으로 담아낸다. 여기서 ‘서정적’이라는 말은 미화했다는 표현과는 궤적을 달리한다. 주유소 화장실로 물을 길으러 갈 때면 인상을 찌푸린 주인의 갖은 욕설을 듣고,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물건들로 방을 채우고,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성냥이 잠자던 노인의 온몸을 불태우기도 하는 등, 그들의 삶은 무서울 정도로 참혹하다. 하지만 존 버거는 비참한 현실만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작가의 시선으로 투과된 그들은 서로 농담을 하거나 과거를 회상하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 준다. 눈앞에 가려져 있던 커튼이 걷혔을 때 모습을 드러낸 개인은 마냥 불편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존 버거의 시선은 일견 ‘불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걸하는 삶과 요리하는 일상을 동시에 그러안는다. 그렇게 획득한 문장들은 서정적이지만 현실을 단단하게 잡고 있기에 낯선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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