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십 권짜리 대하소설 같은 것들을 보다 보면 짧은 단편소설에 과연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콩트 형식의 장편(掌篇)이나 엽편소설들과는 달리 단편소설은 소설의 구조를 그대로 따른다. 호흡이 긴 장편과는 달리 짧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상상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반대로 단편을 읽는 재미 또한 이런 것에 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놓치지 않고 읽는 것. 등장인물의 대사나 사소한 배경에도 한눈을 팔 틈이 없다. 이야기 전체를 내 안으로 새겨 넣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런 전제는 잘 쓰안 단편이라야 한다는 것이 먼저겠지만.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단편소설로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할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를 보면 이런 단편의 미덕이 잘 드러난다. 에드거 앨런 포 뿐 아니라 안톤 체호프나 기 드 모파상도 단편으로 유명한 작가들인데 여기서 소개할 모파상의 경우 독특한 성향을 가진 작가였다. 초창기에는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인 보불전쟁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다. [비곗덩어리]와 같은 유명한 단편들이 이 보불전쟁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파리에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단면을 다룬 작품들과 시골 생활을 그려낸 작품들인데 당시의 모파상은 휴머니즘이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내기보다는 전쟁이나 삶의 리얼한 모습을 가감 없이 묘사했다. 이후 모파상의 소설은 환상소설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독특한 색채의 작품이 많아졌는데 이는 모파상이 걸린 매독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때 발표한 작품들은 후에 러브크래프트나 웰즈 등의 작가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파상의 작품들은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력, 진지함과 유머가 함께 존재했던 단편들로 예술적 성취와 영향력을 동시에 가진 작가였다.


모파상 이야기의 특징은 반전에 있다. 추리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치밀한 반전이라기보다는 삶 속에서 흔하게 있을 법한 반전인데 그것이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잘 알려진 [목걸이]만 보아도 그렇다. 파티에 가기 위해 귀부인에게 빌린 목걸이를 잃어버려 10년 동안 이것을 갚기 위해 초라한 삶을 살았지만 부부를 기다리고 있던 진실은 무엇인가. [어느 농장 아가씨 이야기] 역시 독특하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을 하다 주인과 결혼한 하녀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 아내가 된 하녀는 남편을 떠날 결심을 하고 자신이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뒷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또한 모파상의 이야기에는 사랑에 관한 것이 많다. 사랑이야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한데 모파상의 사랑 이야기는 보석처럼 빛나는 것이 아니다. 사랑으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모파상 특유의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평생을 환멸과 향락 사이에서 살아왔고 매독으로 인해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묘비에 쓰여진 ‘인생의 온갖 것들을 탐했으나 그 어떤 것에서도 즐거움을 얻지 못했다’는 말처럼 그의 이야기는 그의 삶처럼 극적이지는 않다. 전쟁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마저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야기 말미에 종종 드러나는 반전 역시도 삶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파상이 그려낸 삶은 우리의 그것과 닮아 있다. 시대가 다르고 지역이 달라도 삶은 여전히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가 매독을 앓게 된 후로 써낸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많다. 그동안 모파상의 작품은 유명한 것 위주로 중복출판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 이 단편집을 통해 최대한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모파상의 나머지 단편들 모두가 소개되길 바라며 모파상과 단편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