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학교를 가는 날이다..
그냥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고.. 방학 숙제를 가지고 가야 한다.
그냥 방학 숙제만 들고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끝낸 방학 숙제를 들고 가야 한다.
나는 두렵다...-_-
어제 저녁 부터 펜을 손에서 놓치 않았건만... 나의 앞에는 정상이 보이지 않는 숙제더미가... 나의 시야를 가로 막는다.
너무 놀았던.. 겨울 방학..
여태껏 이렇게 놀아본 적이 없었다..
두번째 손가락과. 세번째 손가락은 어느새 부어버렸다.
손톱에는.. 볼펜의 흔적이...... 나를 슬프게 한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저기 보이는 정상은.... 언제즘.. 내려오려나..
흰색 A4에 적힌 한글은.... 미지의 문자로. 보이고.
수학의 도형들은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의 형상같이..
나를 구속한다.
엉망이 되기 직전에.. 나는 이 글로써... 해소를 시도하려하지만.
나의 목을 쪼여오는 그 악마의 손길은.. 시간의 더함과 함께.. 강해지고..
조그마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진동은....
나를 미지의 세계에 빠지게 한다.
타락!
그것은 바로. 나를 형상화 한다.
컴퓨터 스크린을 쳐다보는 눈은 스스로 굴러가며.
자판을 치는 현란한 손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오로지.. 생각만이 나를 존재하게 할뿐.
내일의 해가 나를 슬픔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겨울은 봄의 향기가 다가올수록. 더 강해지고.
학교로 올라가는 광명의 길은 더 길어만 보인다.
슬픈 날의 나의 운명이여!
나를 놓아주오.!
나는 순진한 양이고 싶네...
푸르름에 웃음 짓는
그런 양이고 싶네...
- 정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