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항해와 탐험의 역사
앨런 거니 지음, 강미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역사상 중국인에 의해 발명된 최고의 발명품으로 나침반, 종이, 화약 이렇게 3가지를 손꼽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침반은 누구에 의해 발명되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단지 11세기 후반에 중국의 심괄이 저술한 [몽계필담]에서 "지관이 바늘 끝을 천연자석에 대고 문지르면 남쪽을 가리킨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나침반의 역할이 아니라 마술사나 지관들에게 중요한 밥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기본적인 해양지식을 알고 읽는다면 더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도 있지만, 모르고 읽는다 하여도 그 재미가 반감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단지 사전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아주 작은 수고가 필요할 뿐. 

나침반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방향을 알려주는 도구"라는 것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바다에서 항해할 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도구라는 것은 나침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나침반은 오랜 세월, 약 천 년의 시간동안 바다를 항해하는 많은 뱃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 주었던 도구이다. 아마 그 사람들에게는 도구라기 보다는 목숨의 담보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16세기에는 나침반이나 나침반의 자석을 훼손할 경우 누구든 단도로 돛대에 손이 찔려 박히는 형벌을 받기도 했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칼날에 손바닥이 두 동강 나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위반자 스스로 돛대에 찍힌 손을 빼내야 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뱃사람들에게 있어 나침반이라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소중한 도구였던 것이다.

이 책은 나침반이 없었을 때, 혹은 완벽하지 않은 나침반의 작은 오류로 일어났던 참담한 사고들을 기록해 놓기도 하고, 작은 나침반 하나 덕분에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아슬아슬한 기록도 남겨져 있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복잡하게 느껴지는 책이기는 해도 책 전체에 깔려 있는 이 작은 도구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이다.  
1901년 전까지는 주로 자기 나침반을 이용했지만, 1901년 독일 공학자 헤르만 안슈츠-캠페 박사에 의해 회전 나침반이 처음 등장하였다. 회전 나침반의 큰 장점은 다른 무엇보다도 늘 진북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그 전의 자기 나침반의 경우 자북을 가리키기 때문에 철이나 자석에 민감한 나침반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미묘한 흔들림에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늘 진북을 가리키면서 쇠붙이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즉 편차가 야기하는 나침반의 오류와 항해 실수를 한번에 잡아 버린 회전 나침반이 등장하고 나서는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사고로부터 조금은 멀어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나침반이라는 작은 도구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얼핏 무시하고 넘어가기 쉬운 물건이지만 이것이 놀라운 발명품 3에 들어갈 자격은 충분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자칫 어렵고 진부할 수 있는 해양서적이지만 '앎'이 던져주는 멋진 정보에 오늘도 책읽기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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