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대담 시리즈 1
도정일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꽤나 두꺼운 책이다.

책값이 약간 비싸긴 했지만

 

'대한민국 지성사 최초의 프로젝트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라는 문구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그게 아니면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였기 때문에

큰 맘 먹고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꽤나 자주 두 학자의 인물사진이 큼지막하게 들어가있어

보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페이지들이 좀 있었지만

읽다보니 이 사진들이 두꺼운 책에 대한 부담을 조금 줄여주고

눈을 쉬게 해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 사진때문에 책값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조금 열 받는다-_-)

 

다 읽고 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을 터.

 

대한민국에서 '먹어주는' 두 학자가 하는 얘기라는게

생각보다 별게 아닐뿐만 아니라 두 사람들이 찾아나서고

지향하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접점, 바람직한 미래상도

뭔가 새로운 게 아니라 그동안 숱하게 들어온 이야기들이다.

 

이를테면,

 

인간은 만물의 척도가 아니고

진화의 꼭지점에 위치하는 것도 아니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측면들이 존재한다.

 

바람직한 사회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두터운 사회다.

하나의 종,잣대,기준,논리는 절멸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근대는 아직 멀었다. 

 

세계화가 전체주의적 성질을 가지기는 매우 쉽다.

 

미국은 바보다.

 

등등..

 

동네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노가리를 까도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책이 별거 아닌거 같지만

 

살짝 언급된 문제들도 무게가 꽤 나가는 문제들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지성사 최초의 프로젝트-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라는 류의 이런 엄청난 문구가 조금의 과장도 없음을 확인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접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책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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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날의 당신이 성공을 원한다면 과거에 하던 그대로 하면 된다.
자기 생각대로 과감하게 굴지 말고,소심하게 살피며 교묘하게
환심을 사는 것 말이다. 따라서 나는 은행지점장들에게 대접받고
친구와 이웃들에게 존경받고, 세상에서 진정한 시민의 귀감으로
인정받다가 신성한 향기 속에 죽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하는 바이다. 당신의 견해를 표명하지 말고 당신
상관의 견해를 표명하라. 당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애쓰지 말고 백만장자들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정해놓은
목표를 추구하고자 노력하라. 사적인 우정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영향력있는 사람들로 가려서 사귀되,혹시 실패할 경우에는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사귀어라. 이렇게만 하면 당신은
공동체의 최고인물들 전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게 될 것이다.

나무랄 데 없는 충고이긴 하지만, 나 자신으로 말하자면 이 충고를
따르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다.

-'비겁의 이점' 중..

2.
영국에 사는 나로 말하자면,내 부친이 급진주의자였으므로
노동당을 찍어준다. 내 부친은 자신의 부친이 자유주의자였으므로
급진주의자가 되었다. 내 조부는 자신의 부친이 휘그당이었으므로
자유주의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분이 휘그파가 된 것은
선조들이 헨리8세로부터 수도원 토지를 하사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급진주의가 이처럼 금전상의 근원에서 비롯되었으니
나는 보수주의자로 돌아서야 할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정치인에 관하여' 중..

3.
인생의 성공에 있어서 위선이 대단히 필요하다는 것은 물론이며
따라서 교육관계자들에게는 위선을 가르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의 옹호론이 많다.

-'립스틱을 써도 좋은 사람은?'중..

4.
너무나 비참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저 불행한 사람들 앞에서 인명의 신성함을 호소하는 것은,
전쟁이 인류의 제도의 일부로 존재하는 한 철저하게 위선이다.

-'불법?-자살이 위법인가'중..

5.
우리는 일반적으로 내 사랑이나 증오의 대상이 아닌 한
타인들의 행위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타인들에게 관심이 없으면 그들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수고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거나 증오할 경우
우리가 얻는 정보는 잘못된 정보이기 쉽다.

-'남들이 우리를 보듯이' 중..

6.
현대의 문학이 대체로 낙관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략)
나는 우리시대의 염세주의자들에게 육체활동과, 소박하지만
건강에 좋은 식사, 장시간의 수면으로 짜여진 엄격한 요법을
처방하면, 해볼 가치가 있는 온갖 것들을 발견하고 그런 것들을
자기가 직접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쓴다든가 각종 형태의 설교나 선전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침식사 전에 의무적으로 한 시간씩 괭이질을 하거나
야외에서 육체노동을 하게 해야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침밥이 그야말로 꿀맛이어서, 그날 하루종일은 허황한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중..

7.
우선 게임과 스포츠를 위한 모임이 있다.
나로 말하자면 모 지역에서는 크리켓 클럽 부회장이고
모모지역에서는 축구클럽 부회장이다.
크리켓이나 축구를 직접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사람인데 말이다.
(중략)
한번은 내가 '견과 먹는 사람들 협회'의 명예간사를 만났다.
"아니" 그녀가 소리쳤다. "폐병으로 꼼짝달싹 못했던 프라하 사람이
견과 식이요법을 한 지 한달도 채 못되어 체코슬로바키아 헤비급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얘기도 못 들어보셨단 말이에요?"
내가 헤비급 우승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노라고 반박하자 그녀는,
수학학위 시험기간에 비프스테이크를 무분별하게 먹어 수석 1급
합격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사례를 홍수같이 쏟아냈다.

나무에서 기거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나무열매를 먹고 산 덕분에
놀라운 수학능력을 갖게 된 모양이다.

-'각종단체에 관하여' 중..

8.
..그러나 현대인은 날씨에 대해 소견을 갖고자 할 경우
공식 기상예보를 읽는다. 나는 이따금 그가 신문의 도움 없이는
지금 현재 비가 오는가 맑은가 조차도 말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 정치나 세계정세, 혹은 구시대의 강건한 미덕으로 복귀할
필요성에 대해 말하는 그의 견해는 신문에서 끌어왔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그는 거의 모든 사안에서 성가시게 자기 생각을 갖지 않는다.
전문적 연구나 경험을 갖추고 있어 권위있게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수동적인가?' 중..

9.
토끼가 하얀 꼬리를 가진 것은 녀석을 명중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라고,18세기의 한 신학자가 엄숙하게 주장한 바 있다.
토끼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에게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중략)
나는 이 저명한 신학자가 가장 준엄한 법으로 다스려졌을 것임을
의심할 수 없다. 칠면조들이 사고능력이 있었다면 크리스마스를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는 종종 궁금해진다.
아마도 평화와 친선의 시즌으로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중략)
인간의 이익이 동물들의 이익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이유가 전혀 없다. 동물들이 우리를 멸하는 것보다 우리가 그들을
더 손쉽게 멸할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견고한 근거는 오직 이것 하나밖에 없다.
우리가 예술과 과학과 문학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우리가 훨씬 더
잘하는 분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래는 아마 물 뿜기를 소중하게
여길 것이고,당나귀는 요란한 나귀 울음을 바하의 음악보다
훌륭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중..

10.
과학적 증거의 본질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점성가들이 믿고 있는 바와 같은 믿음들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부가 바탕에 깔고 있는 믿음의 대다수가
그런 유의 것들이다.
이를테면 특정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나 소득이 일정한도를 초과하는 사람들에겐 특유의 장점이 있다고 보는 따위.
대중들에게 올바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면 이러한 믿음들이
훼손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니 가르칠 필요가 없다.
만약 이런 믿음들이 퇴색된다면 인류는 재앙을 면할 테지만
정치인들은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계속 어리석어야만 한다.

-'점성가들에 대하여' 중..

11.
옛날에는 개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문명이나 민족들도 많았다.
지금은 세계가 하나의 단위로 변하여
산업주의 체제 밑으로 편입되고 있다. 약 150년 전 영국 북부지역에서
시작된 이 체제가 이미 모든 거대 민족들로 확산되어 주요
경제자원들을 통째로 주무르게 되었다.
만약 이 체제가 쇠퇴한다면 외부로부터 재생시키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내부적으로 서로를 죽이는 전쟁들 속에서
자멸한다면 그 잔해를 딛고 건설할 수 있는 새로운 종족조차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거 역사에 입각한 추론을 다소 위험하게 만드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현실이다.

-'진보를 확신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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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집 식구들은 정원 잔디를 기계로 밀어서 깎았다.
그 집 정원에서는 손질이 잘 된 나무들이 밝은 햇밫을 받아 무럭무럭
자랐다. 그 집 나무들은 '나무종합병원'에서 나온 나무 의사들이
돌보았다. 나도 나무병원 앞을 지나가본 적이 있다.
간판에 '귀댁의 나무는 건강합니까?'라고 씌어 있었다.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병충해 구제 진단,생리적 피해 진단,
외과 수술, 건강 유지 관리'라고 씌어 있었다.
함께 지나던 어린 조역이 말했다.

"우리집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나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허리를 잡고 웃었다.

2.
거기서는 눈물 냄새가 났다.
나는 눈물 냄새를 가슴으로 맡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


나는 그날 밤 아버지가 그린 세상을 다시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 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중..


1.
그날 주거지역 교회의 학생들이 노인을 찾아왔다.
한 아이가 "앞으로의 할아버지 생활은 어때지실 거라고 믿으세요?"
라고 물었다. 다른 아이가 하나만 짚으라면서
여섯 개의 문장을 읽어내려갔다.

*아주 좋아질 것이다.
*비교적 좋아질 것이다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약간 나빠질 것이다.
*아주 나빠질 것이다.
*대답할 수 없다.

노인은 간단히 말했다.
"아주 좋아질 거야. 거기다 동그라미를 쳐줘"
학생들은 나무껍질 문 앞에 서 있었다. 뜻밖의 대답이라는 표정을
그 아이들이 지었다.
"나는 곧 죽을 거야"
애꾸눈 노인이 말했다.

2.
우리는 바닷가를 걸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말했다.
"바다에서 제일 좋은 것은 바다 위를 걷는 거래.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은 자기 배로 바다를 항해하는 거지.
그 다음은 바다를 바라보는 거야.
하나도 걱정할 게 없어.
우리는 지금 바다에서 세번째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나는 그가 시를 읽는다고 믿었다.

-'클라인씨의 병' 중..


사람들의 사랑이 나를 슬프게 했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중..


한 주전자의 커피와 한 말의 술을 마시면서
좋은 글을 못 쓰고 울기만 한 나를 이해하라.
그러나 나를 동정해서는 안된다.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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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처럼 베트남 전쟁이 우리에게 아픈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해자'로서 입은 상처이다.
이 문제를 덮어놓고 한국-베트남의 우호관계를 떠드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동시에 남을 속이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합리화하지 못할 죄악이란 하나도 없다.
뒤에서 살펴보게 되겠지만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인의 논리가 바로 그렇다.
조선 침략과 식민지배는 "제국주의가 전세계를 휩쓴 시기에
조선과 일본 사이에 불가피하게
일어난 불행한 일"쯤으로 넘길 수 있고
"좋은 미래를 위해서는 어두운 과거는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 좋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만약 우리 정부와 국민이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아시아를 침략하면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감추려고
아이들 역사교과서까지 왜곡하는
일본 정부를 욕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리라고 본다.

-'골리앗을 구원한 현대의 다윗-베트남 전쟁' 중..


2.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핵전쟁의 유일한 사례이다.
칼로 사람을 죽일 경우 범인은 심대한 정신적 갈등과 죄의식 때문에
그 자신마저 인간성 파탄을 경험하게 된다.
총으로 하면 갈등과 죄의식이 약간 덜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차이는 실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본국에 사랑스런 가족을 두고 입대한 미군 파일럿은
폭탄 투하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동작 하나로 수십만을 살상하고도
멀쩡하게 본국으로 귀환했다.
전투원뿐만이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쟁광들과 전쟁에
반대하는 지하 공산주의자들까지, 원자폭탄은 가리지 않고
살상해버렸다.

만일 재래식 무기로 이같이 두 도시를 짓밟았다면 어떤 나라든
인류의 적으로 비난받았을 것이다.
이것은 일본군이 중국에서 자행한 양민 학살이나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마찬가지로 끔찍스런 전쟁범죄였지만
미국 정부는 아무런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았으며 미국인은 축배를
들며 승리를 기뻐했다.
물론 이것은 전쟁을 도발한 제국주의
일본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민간인을 이렇게 대량학살하면서까지 전쟁에 이기려 한
미국 정부의 행위 역시 인간성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증거라 하겠다.

-'일본제국주의 부활 행진곡-일본의 역사왜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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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s attempting to find a motive in this narrative will be prosecuted;
persons attempting to find a moral in it will be banished;
persons attempting to find a plot in it will be shot.
이 이야기에서 주제를 찾으려는 사람은 고소될것이며
이 이야기에서 교훈을 찾으려는 사람은 추방될것이며
이 이야기에서 줄거리를 찾으려는 사람은 총살당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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