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집 식구들은 정원 잔디를 기계로 밀어서 깎았다.
그 집 정원에서는 손질이 잘 된 나무들이 밝은 햇밫을 받아 무럭무럭
자랐다. 그 집 나무들은 '나무종합병원'에서 나온 나무 의사들이
돌보았다. 나도 나무병원 앞을 지나가본 적이 있다.
간판에 '귀댁의 나무는 건강합니까?'라고 씌어 있었다.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병충해 구제 진단,생리적 피해 진단,
외과 수술, 건강 유지 관리'라고 씌어 있었다.
함께 지나던 어린 조역이 말했다.

"우리집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나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허리를 잡고 웃었다.

2.
거기서는 눈물 냄새가 났다.
나는 눈물 냄새를 가슴으로 맡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


나는 그날 밤 아버지가 그린 세상을 다시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 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중..


1.
그날 주거지역 교회의 학생들이 노인을 찾아왔다.
한 아이가 "앞으로의 할아버지 생활은 어때지실 거라고 믿으세요?"
라고 물었다. 다른 아이가 하나만 짚으라면서
여섯 개의 문장을 읽어내려갔다.

*아주 좋아질 것이다.
*비교적 좋아질 것이다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약간 나빠질 것이다.
*아주 나빠질 것이다.
*대답할 수 없다.

노인은 간단히 말했다.
"아주 좋아질 거야. 거기다 동그라미를 쳐줘"
학생들은 나무껍질 문 앞에 서 있었다. 뜻밖의 대답이라는 표정을
그 아이들이 지었다.
"나는 곧 죽을 거야"
애꾸눈 노인이 말했다.

2.
우리는 바닷가를 걸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말했다.
"바다에서 제일 좋은 것은 바다 위를 걷는 거래.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은 자기 배로 바다를 항해하는 거지.
그 다음은 바다를 바라보는 거야.
하나도 걱정할 게 없어.
우리는 지금 바다에서 세번째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나는 그가 시를 읽는다고 믿었다.

-'클라인씨의 병' 중..


사람들의 사랑이 나를 슬프게 했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중..


한 주전자의 커피와 한 말의 술을 마시면서
좋은 글을 못 쓰고 울기만 한 나를 이해하라.
그러나 나를 동정해서는 안된다.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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