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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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널리 읽혔으면 한다.

 

한국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좋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나라의 헌법에 대해 바른 시각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 시각을 찾도록 도와준다.

절대 딱딱한 책 아니고..

어떤 부분은 거의 내부고발자 수준에서 쓰여진 것도 있고..

 

법이 그들만의 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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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구해근 지음, 신광영 옮김 / 창비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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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상한(?) 경로로 읽기 시작한 책.

 

한국 사람이 영어로 책을 쓰고

스스로 번역하면 편견이 생길 수 있다하여

다른 사람이 번역을 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다.

원제는 '한국의 노동자'

 

반 억지로 읽고 있는 책이라

정독을 하고 있진 않지만

 

읽으면서 이런 책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기억은 약한 자의 마지막 무기'라고 했던가

 

전태일을

공순이들을

난쏘공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여기 있다.

 

감추고 싶은 과거는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국가인 경우에도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감추어져서는 안된다.

잊혀져서는 더더욱.

 

 

어여 다 읽어야지.

근데 왜케 눈에 안들어오냐-_-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 느낌은 '사치스럽다'는 거였다.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 교실에 편하게 앉아서 입으로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 사치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죄스럽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읽으면서는 한국의 현대사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내가 참 부끄러웠고, 사치스럽다는 생각 자체가 어떤 하나의 벽이었음을 깨달았다. 만약 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때문에 책 읽기를 포기했다면 나에게 여전히 노동운동의 모습은 다가갈 수 없는 곳으로, 벽으로 막혀있었을 것이다. 사회과학서적이지만 딱딱하지만은 않았던, 사람냄새가 물씬 느껴져서 조금 놀라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 책에 들인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던 책이었다.

'기억은 약한 자의 마지막 무기'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말이 떠올랐다. 전태일을, 공순이들을, 난쏘공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국가에게도 마찬가지다. 감추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것이 정말로 감추어져서는 안된다. 잊혀져서는 더더욱 안된다. 루쉰이 '먹으로 쓴 것이 피로 쓴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했는데 한국 노동운동과 언론의 경우 되새길 필요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내가 아는게 아는게 아니구나하는 걸 느낀다.

읽으면서 한국의 노동이 다른 개념들과 어떻게 엮여있는지, 예를 들면 유교적 전통에 입각한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사회 분위기, 뿌리 깊은 성차별, 당시 시대를 반영한 반공이데올로기, 군대의 조직을 닮은 사업장 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진행되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한국적 상황 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물결과 같은 자본의 논리와는 어떤 관계를 가지면서 진행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새로운 통제 기술이나 금전적인 유인 등이 어떻게 노동계급의 연대감을 파괴시키고 점점 개인화시키며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지도 알게 되었다. 읽는데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그 정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는 형 중에 서울 YMCA에 다니는 형이 있는데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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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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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적을 상정하면 내부적으로 단합이 더 잘 될까?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서로가 서로를 파멸할 뿐.

 

느린 호흡의 문장임을 단번에 알았지만,

그래서 천천히 읽어야함도 알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 머리는 내 머리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재형의 문장들. 자신을 객체화 시켜버린 주인공.

판타지소설처럼 불분명한 시대와 장소.

 

사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오마쥬인가?

(그는 사뮤엘 베케트 전문가이기도 하단다)

 

 

여튼,

이런 진지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에는 여유가 없어져버렸다.

촘스키의 책도, 조지 오웰의 책도, 각종 철학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관심이 없어져버린걸까

 

어디갔지? 그 여유가.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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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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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이 어떻게 처음 내게 오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그 후로 오랫동안 종종 생각나곤 했다. 아마도 '한밤중' '개' '사건' 이런 단어들이 마음에 들었던가보다. 다 읽은 지금도 나는 이 책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소설의 서사에서 더 이상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다고 믿는 독자라면..어쩌고하는 조선일보의 광고글(이런건 서평이 아니다)조차 마음에 든다.

 

첫 시작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미 죽어있는 개의 코끝을 만져보고 개를 안아올린다.

 

자폐증 아이가 책을 쓴다는 생각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번역은 좀 신경써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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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보기에 무취미한 인간이 이런저런 취미를 가진 인간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등등의 취미에 빠진 인간이 제대로 가족구성원 노릇을 하는 걸 아직 못봤다.

'취미'중..

2.
책이나 공부는 어떤 권리를 얻기 위한 패스포드일지는 몰라도 결코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
해변가의 모래밭에서 햇볕을 쬐거나 물장구치기,
산에 올라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거나 절 구경을 하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와 뒹굴며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것,
비오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르게 창 밖을 바라보는 것,
공원의 벤치에 누워 햇빛에 물든 나뭇잎의 변화무쌍한 푸름을 즐기는 것,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하는 것,
분홍 신을 구해 신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갈 정도로 춤을 추는 것,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록 세끼 식사를 걸러가면 사랑하는 사람과 긴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온종일 입맞추는 것 등등.
음악은 좀 다른 경우에 속하지만 책이나 영화에서 훔치고자 하는 즐거움은 앞서의 즐거움을 대신하는 빈약한 대체물일 따름이다.

'인생' 중..

3.
신상공개라는 악법이 의도하는 바는 먼저 당사자에게 치욕을 주어서
재범을 하지 않게 하고 나아가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10대
매매춘을 근절하는 데 있지 싶다. 하지만 이 법은 연좌제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가족 가운데 누군가 10대와 매매춘을 했다면 그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 치욕을 주고자 특정 인터넷
사이트나 관보 등에 게재한다면, 그 집안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되고 멸시를 받게 된다. 아버지의 죄를 그 집안의 어린
아들이나 딸이 함께 받아야 한다면 그것이 연좌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신상공개법은 죄를 지은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을
분리해 낼 어떤 장치도 갖고 있지 못하며, 설사 연좌제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효과는 동일하다.(중략)
..교정(자기반성)과 재활(새회적응)이 그것이다. 하지만 교도소가
재범자를 양산해 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법 집행이 처벌이라는
즉각적인 효용은 만족시키고 있을지 몰라도 교정과 재활에 대해서는
미숙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특히 이번에 입법 통과된 10대 매매춘자에 대한 신상공개법은
처벌을 받고 나온 재소자의 재활을 원천차단한다는 데 문제가 크다.(중략)
..그러니 좀 더 인간적인 법 집행을 생각한다면, 10 매매춘자들에겐 신상공개가 필요한게 아니라 사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중략)
..사회적 자원을 보호할 뿐 아니라 '복수가 복수를 낳는' 항구적인
분쟁상태로부터 사회를 구하기 위해 근대인은 고대인의 복수를
폐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학적이고 인도적인 관점에서 복수가
나쁜 것은 그것이 범죄자의 교정(자기반성)과 재활(사회적응)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이다.(중략)..신상공개법을 제안하고 추진한
장본인들의 인터뷰를 텔레비젼으로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10대 매매춘자들의 행위를 '짐승같은',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등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10대 매매춘자들은
왜 사람이 아닌가?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들은 뭔가? 나는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고 또 저지를 수 없는 범죄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겪고 있는 온갖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열린다. 10대 매매춘자들을 '인면수심'이라고 물아친다고 해서 인간
세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막가파적 레토릭이 신상공개법이라는
비인간적인 법을 만들었다.
아,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데 무슨 법을 만들지 못했을까?

'복수' 중..

4.
참(懺)

시베리아에는 참이라는 동물이 산다. 어떤 치들은 참을 곰이라고 우기기도 하는데 그건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크기가 딱 그만한 데다가 뒷발로 뚜벅뚜벅 걷는 그 놈을 온통시야가 희미해지는 눈발 속에서 보면 영락없는 곰으로 착각되기도 하지만 곰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가지(假知)식자들은 또 참을 원숭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참이 원숭이 종류라고 주장하는 논자들은 원숭이 류가 진화하고 분화하면서 열대성 기후를 좋아하는 놈들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를 자생지로 삼았고, 추운것을 좋아하는 놈들끼리 어울려 북방으로 갔는데 바로 그게 참이라고 한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없는 말로 들리지는 않지만, 주박이 되는 이론과 학설로 제 눈과 귀를 틀어막고 스스로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어 버린 이들이 가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래턱이 튀어나오지 않고 안으로 잘 들어가 있는 것 하며 얼굴에 털이 없는 것을 보면 참이 원숭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간의 일종이라는 것을 그들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시베리아의 겨울은 기후의 변덕이 심해서 날씨가 마냥 좋을 줄 알고 겁없이 긴 사냥길에 오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어쩌다 길눈이 어두워 실종하는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사위가 어두워지면서 눈보라가 불어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길이 지워지고, 흔적 없는 길 위에서 사냥꾼의 마음은 공황에 빠져든다.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황급히 몰아쉬는 입김은 살얼음이 되어 뺨에 달라붙고 칼끝 같은 바람은 사정보지 않고 언 살갗을 찢어 놓는다. 하므로 그 와중에 살아남는 이가 좀처럼 없다. 온 목숨을 걸어 놓고 제딴에는 한 방향을 향해 열심히 전진한다고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 꼬리를 물려고 맴도는 실없는 봄날의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한 자리를 몇바퀴나 거듭 배회했을 뿐이다. 길 잃은 사람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승냥이 떼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런데 가끔씩 그런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이 있고, 마을로 생환하여 그날을 생일 삼아 잔치를 벌이는 사람이 있다. 배는 고프고 온몸이 한기로 뻣뻣하게 굳어 탈진되었을 때, 갑자기 인기척처럼 등 뒤가 뜨끈해지는데 조난자가 뒤돌아보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의 어개를 툭 친다는 것이다. 환영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면 거기에 참이 있다. 지금 말하려고 아까는 그냥 지나갔는데, 참의 특징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뜨겁다는 것이다. 얼마나 뜨거운가 하면 이 짐승이 딛고 지나간 곳은 눈이나 얼음이 흥건히 녹아있다. 참은 인간을 좋아해서 아주 멀리서도 인간의 냄새를 맡고 온다고 한다. 그러면 길 잃은 조난자는 가지고 있던 칼로 반가워서 빙글빙글 웃고 있는 참의 배를 갈라서 내장을 꺼낸 다음 그 속에 들어가면 된다. 참에겐 피가 별로 없다는데 실핏줄과 살 속에 고농축된 피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 눈보라 치는 얼음장 위에 벌렁 누운채 참은 조난자가 칼을 들고 그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 동안에도 마취제 없이 개복 수술을 받는 것마냥 눈만 깜빡깜빡하고 있단다. 자신의 몸이 들어갈 만큼 참의 내장을 들어내고 조난자가 그 속에 들어가 웅크리면 따뜻한 한증탕에 든 것처럼 후끈하다. 뿐만 아니라 참의 뜨거운 뱃 속은 동상으로 못이 박힌 어혈을 단번에 풀어준다. 추위와 동상을 해결했으면 이제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는데, 허기진 조난자는 방금 파낸 참의 뜨거운 내장을 오물오물 씹어 먹어도 좋고 자신이 들어앉아 있는 참의 뱃속에서 젖을 빠는 새끼처럼 야금야금 살을 파먹어도 좋다. 참의 육질은 어릴 때부터 우유만 먹여 키운다는 저 어느 색목인 나라의 송아지고기보다 맛있고 저작(咀嚼)을 하면 할 수록 살코기로부터 갖가지 신비로운 성분이 발효한다고 한다. 참은 배에 긴 칼금을 맞은 채로도 5,6일 정도는 정상대로 심장이 벌떡이고 눈도 깜빡거리는데 죽고 나서도 한달 간이나 생정의 체온을 유지한다고 한다. 시베리아에서 길을 잃고 사경을 헤매다가 구조된 조난자들은 거개가 참의 희생으로 목숨을 부지했다는데, 참이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고 이 변변치 않은 사람의 글에 의해서 널리 알려지는 까닭은, 인간에게 수치심이 있기 때문이다. 목숨을 부지한 조난자는 차마 반가운 동료를 죽이고 그 덕분에 살게 되었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린다. 칼로 배가 죽 갈라진 동료가 오랫동안 죽지 않고 눈을 꿈벅이며 "살려줘,살려줘. 나는 너의 친구잖니?"하고 호소했다는 것, 그런데도 자기혼자 살기 위해 동료를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 피와 살을 먹고 마셨다는 것을 수치로 여겨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懺)' 전문(全文)

5.
나는 여자들에게 청해 듣는다. 그녀들의 어린 시정 이야기를..
(중략)내게 그 찰나를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온통 주의를 모으던, 바로 그 때의 당신 모습을? 나직하고,진지하고,한없이 부드러웠던 말투와 표정.얼마나 나직하고 부드러웠는지 당신은 모를거야.나는 너무 진지하게 듣기에는 시시할 수도 있는 그 이야기보다 당신의 말투와 표정에 취했어

'여자들의 어린시절' 중..

6.
나는 겨울에 죽을 것이다. 밧줄 하나를 들고 첫눈 내린 날 오후에 눈발이 희끗희끗한 산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태너난 것은 내 의지가 아니자만, 죽는 것은 내 의지대로 하고 싶다고 늘 다짐했다. 그것을 행하기 보름 전에 이혼 수속부터 하겠다고, 아내에게는 일찌감치 말했다. 아이를 낳지 않았던 것처럼, 내 죽은 뒤에는 아무런 것도 남겨놓고 싶지 않다.(좋은 어감이 아니지만, 내게도 미망인이 있다는 것은, 끔찍하다). 여름이 아니고 왜 찬바람 부는 겨울이어야 하는가 때문에 , 이 요령없는 글은 쓰여졌다. 뱀들이 내 시체에 노니는게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산삼을 먹고 몸이 드거워진 흰뱀은 한겨울의 눈 속에 피를 식히기 위해 나타난다고 한다.

'지그재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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