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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구해근 지음, 신광영 옮김 / 창비 / 2002년 7월
평점 :
조금 이상한(?) 경로로 읽기 시작한 책.
한국 사람이 영어로 책을 쓰고
스스로 번역하면 편견이 생길 수 있다하여
다른 사람이 번역을 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다.
원제는 '한국의 노동자'
반 억지로 읽고 있는 책이라
정독을 하고 있진 않지만
읽으면서 이런 책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기억은 약한 자의 마지막 무기'라고 했던가
전태일을
공순이들을
난쏘공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여기 있다.
감추고 싶은 과거는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국가인 경우에도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감추어져서는 안된다.
잊혀져서는 더더욱.
어여 다 읽어야지.
근데 왜케 눈에 안들어오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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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 느낌은 '사치스럽다'는 거였다.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 교실에 편하게 앉아서 입으로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 사치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죄스럽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읽으면서는 한국의 현대사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내가 참 부끄러웠고, 사치스럽다는 생각 자체가 어떤 하나의 벽이었음을 깨달았다. 만약 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때문에 책 읽기를 포기했다면 나에게 여전히 노동운동의 모습은 다가갈 수 없는 곳으로, 벽으로 막혀있었을 것이다. 사회과학서적이지만 딱딱하지만은 않았던, 사람냄새가 물씬 느껴져서 조금 놀라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 책에 들인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던 책이었다.
'기억은 약한 자의 마지막 무기'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말이 떠올랐다. 전태일을, 공순이들을, 난쏘공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국가에게도 마찬가지다. 감추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것이 정말로 감추어져서는 안된다. 잊혀져서는 더더욱 안된다. 루쉰이 '먹으로 쓴 것이 피로 쓴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했는데 한국 노동운동과 언론의 경우 되새길 필요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내가 아는게 아는게 아니구나하는 걸 느낀다.
읽으면서 한국의 노동이 다른 개념들과 어떻게 엮여있는지, 예를 들면 유교적 전통에 입각한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사회 분위기, 뿌리 깊은 성차별, 당시 시대를 반영한 반공이데올로기, 군대의 조직을 닮은 사업장 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진행되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한국적 상황 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물결과 같은 자본의 논리와는 어떤 관계를 가지면서 진행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새로운 통제 기술이나 금전적인 유인 등이 어떻게 노동계급의 연대감을 파괴시키고 점점 개인화시키며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지도 알게 되었다. 읽는데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그 정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는 형 중에 서울 YMCA에 다니는 형이 있는데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