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생 텍쥐페리 지음, 곽재현 옮김 / 라인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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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야기는 두 축으로 나누어져서 진행된다. 하늘과 땅. 중심인물은 세 명이다. 리비에르와 파비앵, 로비노. 리비에르와 로비노는 땅에 있고, 파비앵은 하늘에 있다. 파비앵은 하늘에서 악천후로 고군분투하는 비행사이다. 리비에르는 땅에서 노심초사하지만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로비노는 약간 주변적 인물인데 권위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고 외로워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다 읽고 생각난 것은 영화 '철도원'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철도원'이 생각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할 일을 하는 리비에르의 모습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는 날씨와 싸우는 파비앵의 비행을 읽고 있자니 생각이 났다. 파비앵은 행방불명되고 리비에르는 주변의 우려와 소문에도 불구하고 야간비행을 강행한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승리자 리비에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리비에르는 비도덕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인간적으로 그려진다. 인간적인 면도 나오지만 시니컬하면서 사색적인 모습이나 사고에 흔들리지 않는 의지같은 것은 보통 사람의 것은 아니다. 긍정적 해석이라면, 그는 '초인'쯤 될까? 부정적 해석이라면, 리비에르의 승리가 과연 진정한 승리인가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말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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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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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잔소리는 어떤가? 세대를 이어 온 삶의 정수, 전 세대의 후회가 짙게 베인 삶의 진리? 아니면 그저 낡은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의 강요인가? 젊은 세대들은 어떤가? 잔소리를 듣고 그대로 실천해 본 일이 있기는 있는가? 없다면, 잔소리는 그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정말 신기한 소리다. 그대로 실천했는데 삶의 진리는 커녕 실패만 했다고 한다면 거부반응을 보일만한 충분한 근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나이를 살 수 있을 뿐이다. 미래를 살 수는 없다. 잔소리가 전 세대들이 후회를 통해 축적한 삶의 정수요, 진리라면 다음 세대에게는 그들의 경험과 후회에서 나오는 삶의 정수와 진리가 있는 것이다. 그 둘이 같거나 비슷할 수는 있다. 인간의 삶의 방식이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한다.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계획하라' 이 말은 어떤가? 잔소리다.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작가는 액자구성을 취하고 느린 호흡의 문장을 이용한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어떤가? 나도 나름대로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살고 있으며, 미래를 계획한다. 그런데 행복과 성공은 내게 너무 먼 이야기같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름대로'가 문제인가? 과거에 집착하고 있거나, 현재에 충실하지 않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가? 결국 말바꾸기처럼 비슷해 보이는 이 개념들이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지론이다. 나아가서 이 책은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하고 이야기한다. 즉 자신이 발견한 현재,선물(present)를 나누고 알리라는 것이다.

삐딱한 나는 말한다. 어쩜 그렇게 명쾌할까? 모든 것이 명쾌하다. 행복과 성공에서 멀어지는 이유도 분명하고, 해결책도 분명하다. 뒤로 가면 이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 이유는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좋은 말만 늘어놨다는 식의 인상을 줄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어서 그런지 책 전반에 흐르는 서구인의 사고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여, 이것이 과연 보편적 진리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문제를 개인화시킨다. 구조의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선물'을 받고 제대로 이해하면 구성원 각자는 성공하게 되고 행복해진다. 그러면 자연히 구조적 문제도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것은 합의 오류다. 

게다가 나는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을, 여기가 아닌 다른 공간을, 눈앞에 없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에 꽤나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롸잇나우 롸잇히어'나 '카르페 디엠' 류의 말들은 그닥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연 모든 사람에게 이 '선물'은 맞을 것인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 역시 잔소리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실천에 옮긴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이 지금의 내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용되어야하기 때문에 그토록 외면하려하고, 이 얇은 책을 자주 덮고 딴 짓을 하곤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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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지음, 윤미기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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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대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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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약 오늘날 누군가 세상의 유일한 위생 대책으로서 전쟁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면, 아마도 그는 문학사에 포함되지 않고 정신분석학의 역사에 포함될 것입니다. 명예의 범죄 또는 동해(同害) 처벌법에서 일어나는 일이 전쟁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그러한 것을 실행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인류 공동체가 전에는 그것을 선으로 평가했었지만 지금은 악으로 평가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여전히 도덕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 될 것입니다(때로는 도덕 그 자체가 살인 금지에 예외들을 허용할 수도 있습니다. 집단적 감수성이 더 큰 선을 보장하는 희생과 공포를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전쟁에 대해 생각하기'중..

2.
무솔리니는 어떠한 철학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단지 수사학만 갖고 있었을 뿐입니다.

-'영원한 파시즘'중..

※참고:원형 파시즘의 공통된 특징-위 글에서 요약,정리
ㄱ.전통의 숭배
ㄴ.비합리주의
ㄷ.행동을 위한 행동
ㄹ.불일치는 바로 배반
ㅁ.차이에 대한 두려움
ㅂ.좌절된 중간 계층들에 대한 호소
ㅅ.국제적인 음모의 강박관념,외국인 혐오증
ㅇ.적의 힘과 과시된 부에 의해 형성된 모욕감
ㅈ.삶을 위한 투쟁이 아닌 투쟁을 위한 삶
ㅊ.약한 자들에 대한 경멸
ㅋ.영웅주의,죽음의 숭배
ㅌ.남성주의,남근의 대용품인 무기를 가지고 게임
ㅍ.질적인 민중주의,전체에 대한 부분으로서 민중의 역할 주장.
ㅎ.새로운 언어,빈약한 어휘와 초보적인 통사사용으로
복잡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도구 제한.

3.
인터뷰는 과거에는 신문들이 언제나 아주 인색하게 사용했던 수단입니다. 인터뷰한다는 것은 자기 고유의 공간을 누군가에게 선물하여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작가가 책을 출판하였을 때 일어나는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독자는 신문으로부터 하나의 판단과 방향 설정을 기대하며 유명한 비평가의 견해 또는 기사제목의 진지함을 신뢰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신문은 무엇보다도 그 작가와 인터뷰를 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패배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작가와의 인터뷰란 무엇입니까? 숙명적으로 그것은 광고입니다. 작가가 보잘것 없는 책을 썼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평조차 싣지 않을 것이오>하는 암시적인 강요는 통상적인 것이지요.
(중략)
대답은 간단합니다. 이 게임에서 각자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고, 잃을 것은 전혀 없습니다. 게임이 소용돌이칠수록 매일매일 연이어 선언들이 나타나고, 독자는 맥락을 잃고 처음에 했던 말을 잊게 되지요. 그 대가로 신문은 뉴스를 짜내고, 정치가는 미리 예정된 유리함을 얻지요.그것은 독자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악한 협정>입니다. 하지만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결국 보상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신문과 정치가들이 대가로 얻는 것은 불신과 사람들의 <알게 뭐야?>라는 반응뿐입니다.

-'신문에 대하여' 중..

4.
그렇지만 주목해야 합니다. 믿지 않는 자는 아무도 위에서 자신을 관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따라서-바로 그렇기 때문에-용서해줄 누군가도 없다는 것을 안다는 점을 말입니다. 자기가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안다면, 그의 고독은 끝이 없을 것이며, 그의 죽음은 절망적인 것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신자 이상으로 공개적인 고백의 죄 씻음을 시도할 것이며,타자(他子)들의 용서를 구할 것입니다.

-'타자가 등장할 때' 중..

5.
..그것은 무서운 단락입니다. 우리를 지속적으로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나라의 공항에서 지갑을 도둑맞기만해도, 나중에 집에 돌아와 그 나라 사람들을 믿지 않아야한다고 주장하기에 충분하지요.
게다가 더욱 무서운 불관용은 차이의 최초 희생자인 가난한 자들의 불관용입니다. 부자들 사이에는 인종 차별주의가 없습니다. 부자들이 혹시라도 인종차별 원칙을 만들어 냈을 수는 있습니다.
(중략)
지식인들은 야만적 불관용에 대항하여 싸울 수 없습니다. 생각없는 그 순수한 동물성 앞에서,생각은 무장해제되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거기에 도전이 있습니다. 인종적이고 종교적인 이유로 서로 총을 쏘는 어른들에게 관용을 가르친다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그것은 너무 늦습니다. 그러므로 야만적 불관용은 그 뿌리부터 없애버려야 합니다. 그것이 책으로 씌여지기 전에,그리고 너무 단단하고 두꺼운 행동의 껍질이 되기 전에 아주 어린 유년기에 시작되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주,관용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것'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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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웃는 사람은 비웃음을 당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사악하다.

'프란티에게 바치는 찬사' 중..

2..
스승님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소이다.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은 자기 일의 기계가 되고
자기 일에서 기계가 된 사람은 기계의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이오...
난 당신들의 발명품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사용한다는게 왠지 부끄러울 것 같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중..

3.
장난감 생산 업체들은 차 트렁크의 문과 유리창을 열 수 있게 만든
끔찍할 정도로 진짜 자동차와 똑같은 장난감을 그 아이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단다. 장래에 컴퓨터화된 군대의 지휘관이 될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끔찍한 놀이란다.
그런 아이들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핵전쟁을 알리는 붉은 버튼을
누를 수 있을 테니까!
너희들은 벌써 그런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을 거야.
부동산과 주식 매매만 생각하며 비열한 독점판매 위에서
자신들의 인격을 형성시켜 온 부유한 부동산 투기업자들,
세든 사람들을 한 겨울에 내쫓아 버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란다.
(중략)내 아들 스테파노야,난 너에게 권총을 선물할 거란다.
권총은 놀이가 아니니까.그건 놀이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단다.
권총을 가지고 너는 상황과 총체적인 관계들,논리적인 사건들을
만들어내야 한단다. 넌 입으로 <빵> 하고 소리쳐야 할거야.
그러면 넌 그 놀이가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네가
그 놀이에 참가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

4.
이제,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작품들의 문체적 가치를 평가해
보자면 이 작품이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몇가지 의구심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열광이
완전한 속임수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혹은 투기를 목적으로
야기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마저 생기게 된다.
무엇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서사구조에 일관성이 없다.
[5만 리라]에서 앞면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얼굴 정반대 쪽에
대칭적으로 위치한 내비치는 무늬의 인물은 [성 안나] 혹은
[동물의 성모]로 해석될 수 있다.[10만 리라]에서는 내비치는
무늬에 새겨진 그리스풍의 여인과 알렉산드로 만초니의 초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혹시 아피아니가
신고전주의적 감각으로 해석한 루치아가 아닐까?
(중략)
그러나 일관되지 않은 내용이 가져오는 결과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신고전주의를 원하든 부르주아 리얼리즘을 원하든 그렇게
까다로운 내용 속에 (그러나 두 예술가의 초상과 뒷면의 풍경은
저급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규범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중도 좌파 정책에 대한 양보일까?)

'희한한 세개의 비평'-이탈리아 은행,[5만,10만 리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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