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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잔소리는 어떤가? 세대를 이어 온 삶의 정수, 전 세대의 후회가 짙게 베인 삶의 진리? 아니면 그저 낡은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의 강요인가? 젊은 세대들은 어떤가? 잔소리를 듣고 그대로 실천해 본 일이 있기는 있는가? 없다면, 잔소리는 그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정말 신기한 소리다. 그대로 실천했는데 삶의 진리는 커녕 실패만 했다고 한다면 거부반응을 보일만한 충분한 근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나이를 살 수 있을 뿐이다. 미래를 살 수는 없다. 잔소리가 전 세대들이 후회를 통해 축적한 삶의 정수요, 진리라면 다음 세대에게는 그들의 경험과 후회에서 나오는 삶의 정수와 진리가 있는 것이다. 그 둘이 같거나 비슷할 수는 있다. 인간의 삶의 방식이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한다.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계획하라' 이 말은 어떤가? 잔소리다.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작가는 액자구성을 취하고 느린 호흡의 문장을 이용한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어떤가? 나도 나름대로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살고 있으며, 미래를 계획한다. 그런데 행복과 성공은 내게 너무 먼 이야기같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름대로'가 문제인가? 과거에 집착하고 있거나, 현재에 충실하지 않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가? 결국 말바꾸기처럼 비슷해 보이는 이 개념들이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지론이다. 나아가서 이 책은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하고 이야기한다. 즉 자신이 발견한 현재,선물(present)를 나누고 알리라는 것이다.
삐딱한 나는 말한다. 어쩜 그렇게 명쾌할까? 모든 것이 명쾌하다. 행복과 성공에서 멀어지는 이유도 분명하고, 해결책도 분명하다. 뒤로 가면 이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 이유는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좋은 말만 늘어놨다는 식의 인상을 줄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어서 그런지 책 전반에 흐르는 서구인의 사고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여, 이것이 과연 보편적 진리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문제를 개인화시킨다. 구조의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선물'을 받고 제대로 이해하면 구성원 각자는 성공하게 되고 행복해진다. 그러면 자연히 구조적 문제도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것은 합의 오류다.
게다가 나는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을, 여기가 아닌 다른 공간을, 눈앞에 없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에 꽤나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롸잇나우 롸잇히어'나 '카르페 디엠' 류의 말들은 그닥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연 모든 사람에게 이 '선물'은 맞을 것인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 역시 잔소리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실천에 옮긴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이 지금의 내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용되어야하기 때문에 그토록 외면하려하고, 이 얇은 책을 자주 덮고 딴 짓을 하곤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