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글이 "1980년대 중반 남성 노동자들이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10년 이상 정의를 위해서 투쟁해온 여성들의 어깨 위에 자신들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 말은 절대적으로 옳다.

 

2.

자기 몸을 희생해서 저항한 전태일의 소식을 듣고, 여러 대학학생들이 그가 사망한 병원의 영안실로 달려갔다. 그들은 전태일의 장례식을 개최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학생들은 전태일이 관계당국을 상대로 외롭게 투쟁하면서 자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인들과 사귀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전해들었을 때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전태일은 자주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3.

현대중공업 노조활동가들은 동료노동자들을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만들고 점차 집단적인 행동에 무감각하게 만든 것은 이런 새로운 통제기술과 금전적인 유인이었다고 말했다.

경영전략은 더욱더 교묘해진 반면 노조전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중략).."지난 10년 동안, 자본은 완벽하게 준비했고,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우리를 상대했지만, 활동가들이 한 것은 자본과 국가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똑같이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조합원들에게 파고드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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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만약 내가 시에서 가장 조용한 거리에 있는 차안판사의 관저에 살면서,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재판을 주재하고, 아침에는 사냥을 나가고, 저녁에는 고전을 읽으면서, 거들먹거리는 경찰의 행동거지에 귀를 막는다면, 그리고 내가 불편한 시기를 적당히 넘기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면, 물러나는 물결의 힘에 사로접혀 헤엄치기를 포기한 채, 망망대해와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느낄 법한 걸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최악의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죽음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불안감이 얼마나 우발적인 것이며, 내 창문 밑에서 하루는 칭얼거리다가 다음날에는 더 이상 칭얼거리지 않게 된 갓난아이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2.

문명이라는 게 야만인들이 가진 마덕들을 타락시키고 그들을 종속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면, 나는 문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3.

때때로 섹스는 나와 전적으로 다른 존재인 것 같았다. 나한테 기생해 살면서 제 스스로의 욕망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지고,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이빨로 나의 살에 달라붙어 사는 우둔한 동물인 것 같았다.

 

4.

나는 내가 말한 것들을 정말로 믿는가? 나는 지적 무감각, 지저분함, 질병과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태도 등 야만적인 방식이 승리하리라는 걸 정말로 기대하고 있는가? 만약 우리가 사라지면, 야만인들은 우리들의 잔해를 발굴하며 그들의 오후 시간을 보낼 것인가?..(중략)..내가 제국의 정책 집행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화를 내는 것은 변경에서의 편안한 말년을 방해받지 않으려는 노인의 투정이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일까?

 

5.

너무 억지스러운 방식이긴 하지만, 그는 내게 어떤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는 지저분하고 어지럽던 내 사무실을 말끔히 정돈해놓고, 거들먹거리며 방안을 거닐고, 의도적으로 무례하게 대함으로써 나에게 뭔가를 알리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어떻게 내가 그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사물실에서 처신하는 방법과 사무실을 편리하면서도 우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왜, 이런 것을 나한테 과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중략)..결국 내가 아직도 '유서깊은 가문'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러는 걸까? 그는 틀림없이, 정보부에 있는 상급자들의 사무실을 눈여겨보고 그 실내장식을 여기에 도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그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내가 자기를 경멸할 것이라고 두려워한 것일까?

 

6.

나는 감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몸짓만 해서는 아무 효과도 없을 것이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신을 위해서 나 혼자에 대한 몸짓으로라도 서늘한 어둠 속으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열쇠를 구부려버리고, 피에 굶주린 애국심으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에 내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다시는 말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나는 동료시민들에게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로 이 순간, 구두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자기 귀에 들리지 않도록 콧노래를 부르며 구두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부들은 부엌에서 콩 껍질을 벗기며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농부들은 지금도 조용히, 도랑을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내가 그들을 모른다는 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지금 이 순간, 군중으로부터 큰 걸음으로 멀어지는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 건 내가 막 일어나려고 하는 잔혹 행위에 오염되지 않아야 하며, 또한 가해자들의 무기력한 증오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죄수들을 구할 수가 없다. 따라서 내 자신이라도 구하는 길을 택하자. 언젠가 누군가가 이것에 대해서 얘기하게 된다면, 그리고 먼 훗날 누군가가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제국의 변방 오지에도, 마음속에서는 야만인이 아니었던 자가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7.

"짐승에게도 망치는 사용해서는 안 돼!"

분노가 무섭게 솟구친다. 나는 하사관을 향해 몸을 돌려 그를 밀쳐버린다. 나한테는 신과 같은 힘이 있다. 그것은 금세 지나가버릴 것이다. 그것이 내게 있는 동안, 잘 사용해보자!

 

8.

온전하고 정상적인 상태에 있을 때만 정의에 대한 생각을 즐기다가, 머리가 붙잡히고 파이프가 목구멍 속으로 쑤셔넣어지고, 그 속으로 소금물이 부어져 기침을 하고 구역질을 하고 도리깨질을 하는 상황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정의에 관한 생각들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그 육체 말이다. 그들은, 내가 야만인들에게 무슨 말을 했으며 야만인들이 내게 무슨 말을 했는지 강제적으로 실토하게 하려고 내게 온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만나면 해주리라고 준비했던 고차원적인 말을 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 그들은 인간성의 의미를 내게 보여주기 위해 감방에 왔던 것이고, 한 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많은 것들을 내게 보여줬다.

 

9.

제국은 역사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제국은 부드럽게 반복되는 순환적인 계절의 시간이 아니라, 흥망성쇠와 시작과 끝, 그리고 파국이라는 들쭉날쭉한 시간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제국은 역사 속에 존재하고 역사에 대해 음모를 꾸미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있을 뿐이다. 그 생각은 어떻게 하면 끝장이 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시대를 연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낮에는 적들을 쫓아다닌다. 그것은 교활하고 무지비하다. 그것은 사냥개들을 이곳저곳에 파견한다. 밤이 되면, 그것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도시가 약탈당하고, 사람들이 강간당하고, 죽은 사람의 뼈가 산처럼 쌓이고, 수많은 땅이 황폐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말이다. 그것 말도 안되는 미친 상상이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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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리학자들은 풀어야 할 문제를 풀었다기보다는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왔던 것이다.

 

2.

이 연구에 감명받은 파코는 그 즉시 윌리엄 화이트의 '공공장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원서를 내고 합격통지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몰리는 공원과 그렇지 못한 공원 사이에 어떤 법칙이 존재한다면, 사람이 몰리는 매장과 그렇지 못한 매장 사이에도 반드시 어떤 법칙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중략)..그러나 실상 파코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좋은 판매 전략을 세우고 매장 설계와 진열에 이를 응용하는 것이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매 전략이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와 판매 촉진을 위한 서비스가 대치할 때 과연 그들은 무엇을 따를까?

..(중략)..

손님이 왕이라고? 손님은 주머니에서 돈이 지불되기 전까지만 왕이다.

 

3.

심지어 런던 웨스트 엔드에 자리한 한 현대식 레스토랑은 무려 98데시벨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 노동청에 따르면 98데시벨이라는 수치는 돼지가 사육장에서 사료를 먹을 때 내는 소음 정도라고 한다.

 

4.

네발 동물들의 걸음걸이는 더욱 재미있다. 토끼는 뛸 때 두 앞발끼리는 같은 위상(박자)으로 움직이고 이 두 앞발의 움직임은 뒷발과는 반대위상이 된다. 반면 기린은 한쪽 앞발과 같은 쪽 뒷발이 같은 위상으로 움직인다. 왼쪽 앞발과 왼쪽 뒷발이 같이 움직이며 오른쪽 발들은 이와 반대 위상으로 움직인다. 말은 좀 더 특이하다. 대각선 발들이 같은 위상으로 움직인다. 왼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이 같은 위상으로 움직이며 오른쪽 앞발과  왼쪽 뒷발이 같이 움직인다. 코끼리는 더욱 특이하다. 네발이 모두 제각각 90도 위상차를 갖고 움직인다. 같은 위상으로 움직이는 발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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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수는 모든 규칙들을 지우고 났을 때 남는 수다. 나는 소수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수들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당신이 한평생 생각하더라도 소수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결코 알아낼 수 없다.

 

2.

그때, 나는 정원에 있는 공기 냄새가 어떤지 알기 위해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러나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도 재미있었다.

 

3.

그리고 낯선 장소에 있는 데다가 사람들도 많이 있으면 더욱 힘겨워진다. 사람들은 암소나 꽃, 풀과는 달라서 내게 말을 걸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일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내가 낯선 장소에 있고, 사람들이 많아 컴퓨터 폭주와 같은 상황일 때, 나는 때때로 두 눈을 감고 손으로 귀를 막고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그것은 ctrl+alt+del키를 눌러..(이하 생략)

 

4.

어느새 기차는 시골로 접어들고 있었다. 논과 밭, 암소 떼와 말 떼, 다리 , 농장, 집들과 차가 달리고 있는 수많은 샛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광경을 보다보니 이 세상에는 수백만 마일의 기찻길이 깔려있고 그것들은 모두 집들과 도로와 강, 그리고 들판을 지나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 모두가 집과 돌아다니는 길, 자동차, 애완동물, 옷들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다 밥을 먹고 잠을 자며, 각자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다시 머리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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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 상황은 무시하고 성격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는 이 오류는 일상 생활에서 매우 빈번하게 그리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중요한 면접에서 긴장하는 후보자를 보고 천성적으로 걱정 많은 사람으로 결론짓거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을 천성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판단하거나,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들 앞에서 능숙하게 강연하는 사람을 원래 뛰어난 연설가로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일 등이 그러한 오류의 예들이다.

 

2.

다른 사람에게 차를 더 청하는 상황에서도 동양과 서양의 언어적 차이가 잘 드러난다. 중국인들은 '더 마실래?(Drink more?)'라고 묻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더 할래?(More tea?)'라고 묻는다. 중국인들의 관점에서는 그 상황에서 마시고 있는 것은 분명 '차'이기 때문에, 명사인 '차'를 문장 안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지만, 미국인들은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동사인 'drink'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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