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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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는 그의 신작 소설 <시대의 소음 (The Noise of Time)>에서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루고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련 최고의 작곡가였지만, 형식주의 (formalism)와 사회적 리얼리즘 (social realism)이라는 경직된 이념으로서 예술과 문화의 영역을 재단하려는 공산주의 체제에서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 반스는 쇼스타코비치의 삶 안에서 예술과 권력의 충돌로 빚어지는 시대의 소음을 세가지 결정적 장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절묘하게도 그 시점은 1936, 1948, 1960년으로 12년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으며, 소설도 크게 3 Chapter로 구성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첫번째 최악의 시기는 Chapter1 <층계참에서>에 묘사되어 있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관람하던 스탈린이 공연 도중에 자리를 뜨게 되면서 당기관지 <프리우다>가 그의 오페라를 음악이 아닌 혼돈 (Chaos intead of music)’이라고 논평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쇼스타코비치는 하루아침에 형식주의자로 낙인이 찍혔고 설상가상 그의 후원자가 반스탈린 쿠데타를 주도한 혐의로 처형당하면서 그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비밀경찰로 인해 불안에 떨면서 가족들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아파트 승강기 옆 층계참에서 대기하는 그의 모습은 극도의 불안 그 자체였다.

 

 

두번째 최악의 시기는 Chapter2 <비행기에서>이다. 쇼스타고비치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문화과학 세계평화회의에 자국의 대표단으로 참석하게 된다. 그는 소비에트 정부의 정당성을 공표하고 홍보하기 위해 자신이 쓰지도 않은 연설문을 낭독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한 음악가들을 비판하게 된다. 쇼스타코비치가 그가 존경하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를 자본주의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하며 부정해야만 했던 기억은 그의 삶 자체에 많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마지막 최악의 시기는Chapter3 <차 안에서>에 표현되어 있다. 포스트 스탈린 시대 흐루쇼프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스탈린 시대와 달리 어느 정도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는 해빙무드가 조성되지만 권력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옥죄어 온다. 달라진 시대 분위기에 대한 상징과 작곡가의 자유를 증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국은 쇼스타코비치를 연방 작곡가 조합 의장 자리에 임명하게 되고 이를 위해 비 당원이었던 그에게 공산당 입당을 강요하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공상당원이 되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켜왔던 그는 결국 볼셰비키 최고위원이 되게 된다.

 

 

예술가는 그 어떤 한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여야 한다. 음악가들은 누구나 자신의 음악이 시대의 소음에 맞서는 역사의 속삭임이길 바랄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생존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권력의 폭력 앞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타협과 고뇌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쇼스타코비치가 존경한 스트라빈스키는 혁명후의 러시아에 등을 지고 서방세계에 건너와 미국시민으로 죽었다. 그의 동료 프로코피에프는 서방세계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와 탄압과 굴욕 속에서 죽었다.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를 떠나지 않고 러시아에서 성장하고 생을 마감하였다. 당신이 예술가라면 예술과 권력의 불협화음을 통한 시대의 소음 앞에서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당신은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비판하고 지적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그럴 자격이 있을까?

#쇼스타코비치, #시대의소음, #줄리언반스, #스트라빈스키, #예술과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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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지음, 신준용 옮김 / 애니북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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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랜시간 기다리던 딸이 세상에 나왔다. 새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부모가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우리 부부는 새로운 식구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였고, 온 가족과 친척, 지인들도 딸의 출생을 축하해주었다. 쏟아지는 축하 속에서도 초등학교 2학년의 조카를 두고 있는 친 누나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정말 신기하고 예쁘다. 우리 아들도 이렇게 눈만 떠줘도 이쁘고 고마운 때가 있었는데신생아 조카를 보고 있으면 우리 아들의 신생아 시절이 떠오르면서 괜히 마음이 짠해지네.”

 

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가정이란 단어를 정의한다면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정은 인간이 태어나 하나의 인격체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 동물로 진화하기 위한 최소 단위의 생활 공동체인 것이다. 가정은 정형화할 수 없기 때문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자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하나의 우주적 세계를 이룬다.

 

내가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어떤 법칙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어느 봄날 오후, 나는 아버지의 이발소 마룻바닥에 앉아 놀고 있다.” - P. 6 -

 

따뜻한 봄 햇살의 온기가 한가득 머문 마루, 아마도 그건 어린 시절 중 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한때였으리라.” - P. 7 -

 

다니구치 지로의 『 아버지 』를 읽으며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 , 가정을 이루어나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인공 요이치는 왜곡된 기억으로 아버지와 고향을 외면하고 살았지만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15년만에 고향으로 향한다. 거주지인 도쿄에서 고향 돗토리현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이지만 요이치가 아버지와 고향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는 15년이란 세월만큼이나 아득하게 멀리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요이치는 고향에 도착해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미치 몰랐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들으며 비로소 자신이 아버지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일생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살아온 매 순간순간의 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지난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세계관의 형성과정에서 개인은 가정, 집단, 조직, 국가라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며, 이 같은 경험들은 개인의 잠재의식 속에 어떠한 형태로 저장되었다가 추후에 재생, 재구성,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기억 (記憶, Memory)이라고 한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이 재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저장된 것을 재생하기 위한 동기가 필요하다. 요이치의 사례에서는 아버지의 부고와 이를 통해 모이게 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동기에 해당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과거에 어떤 일을 겪고 경험을 하든지간에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재생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기억으로 혹은 뼈아픈 추억으로 받아들일수 있다. 아버지에 대한 특정 시점, 특정 장면 등에서 느꼈던 왜곡된 기억으로 아버지를 자신의 삶에서 밀어내기만 했던 요이치가 오해를 풀고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개인은 모더니스트 (Modernist)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역사가 (His own Historian)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서 고동치는 두번째 심장이기 때문이다. 요이치가 고향을 떠올릴때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이발소에서 봄 햇살의 온기가 가득한 행복했던 한때를 연상하듯이 우리는 가정 안에서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이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행복한 기억들을 화석화하여 영원과 불멸의 세계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고향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고향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돌아오는 것이라고.” - p. 274 -

 

내 아이가 눈을 뜨고 나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순간, 처음으로 지은 미소, 첫 걸음마, 처음으로 말을 한 순간... 이는 내가 자식으로서 부모님과 공유한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부모로서 앞으로 내 딸과 공유해갈 기억들이기도 하다. 앞으로 나와 내 가족은 삶의 어떤 순간순간들을 공유하며 추억을 만들어나갈까? 다니구치 지로의 『 아버지 』를 읽으며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느끼는 죄송한 마음과 아직은 낯선 부모로서 자식과 함께 살아갈 앞날에 대한 벅찬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고향이 우리 마음속에 돌아오는 것이라는 책 속의 대사처럼 나도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변함 없는 한결같음으로 내 자식에게 전하는 아버지가 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다니구치지로, #아버지, #애니북스, #신준용, #돗토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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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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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일생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일생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한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살아온 매 순간순간의 누적 (accumulation of every single moment)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지난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세계관의 형성과정에서 개인은 집단, 조직, 국가라는 사회적 관계 (Social Relation) 안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며, 이 같은 경험들은 개인의 잠재의식 속에 어떠한 형태로 저장되었다가 추후에 재생, 재구성,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기억 (記憶, Memory)이라고 한다.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 (Retrospective Memory)은 마치 동식물이 퇴적, 암석화의 과정을 거쳐 화석이 되듯이 사건의 잔상과 흔적, 진실의 파편 속에서 원형만이 살아남아 개인의 의식속에 퇴적되고 암석화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경험을 하든지간에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재생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기억이 될 수도 뼈아픈 추억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개인은 모더니스트 (Modernist)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역사가 (His own Historian)라고 할 수 있다.

 

 

피에르 보나르는 현실이 아닌 기억을 그린 화가였다. 특히, 정감 있고 소박한 일생생활을 묘사하여 행복한 내면의식을 표현한 앵티미스트 (Intimiste)였다. 일상속에서 포착한 즐거웠던 순간들을 내재화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세월속에서 화석화된 일상의 단면들을 캠버스에 표출하였다. 현실의 한 장면을 보면서 그리는 대신 '기억'으로 재구성한 행복한 일상의 순간들은 '진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불완전한 기억 덕분에 창조와 감동의 원천이 된다.

 

 

 

 

역사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간의 동시다발적인 삶의 교차와 수렴이 일어나는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고 소멸되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사라지고 소멸된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개별 주체들의 삶과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며, 이를 서술하고 평가함으로서 역사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다.

 

 

 

기억과 역사는 모두 과거를 현재화하는 수단이지만 역사가 객관성, 합리성, 실증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억은 주관적, 직관적, 감성적이라는 면에서 그 차이가 존재한다. 역사는 객관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그 성격으로 인해 과거 사건에 대해가능한 유일한 것을 지향한다. 하지만 기억은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에 근거하지만 오히려열린 행위라는 성격으로 인해 역사가 추구하는 진리와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억과 역사는 상호보완적인 것으로서 동시에 활용되어야 한다. 기억은 역사의 외연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를 검증하고 역사를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간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퇴보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불멸을 꿈꿀수 있다. 기억은 우리의 삶 속에서 고동치는 존재이자 동시에 미래의 삶에 대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관계와 소통, 연대를 통해서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역사는 끊임없이 평가되어야 하는 대상이고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은 다시기억으로 회귀하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재검증해야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냇물은 당신에게 묻는다. 빛을 반짝이며 흘러가는 물결처럼 과거와 현재라는 당신만의 역사 속에서, , 유년의 기억과 현실의 존재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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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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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 (Deep Work)는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 딥 워크는 심층적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이 책의 저자 칼 뉴포트가 새롭게 정립한 용어이다. 딥 워크는 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종종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서 수행하는 부수적 작업을 지칭하는 피상적 작업 (Shallow Work)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딥 워크로 대표되는 집중과 몰입이 경쟁력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네트워킹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주목할만한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저자는 이를 책에서 언급한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등 탁월한 성과를 낸 딥 워크의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온전한 몰입으로 인해 창조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일견 집중과 몰입을 방해하는 네트워크 도구가 딥 워크를 피상적 작업으로 변질시킨다는 주장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칼 뉴포트는 기술 낙관론자의 네트워크 긍정론과 기술 회의론자의 네트워크 부정론 사이의 지루한 철학적 논쟁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자는 네트워킹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피상적으로 변해가는 업무 문화 속에서 심층성을 지향하는 일의 잠재력을 깨달은 소수에게 경제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엄청난 기회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문제제기 자체에는 동의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는 4차산업혁명의 현실 속에서 딥 워크는 어려운 일을 신속하게 습득할 수 있게 해주거나 질과 속도면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릴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 뉴포트의 딥 워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이다.

 

 

첫번째는 분업의 효과이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분업의 효과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핀공장에서 한 사람이 전과정을 도맡아 핀을 만들면 10명당 하루 20개도 채 만들기 힘든데 비해, 이 공정을 18가지로 나누어 분업을 하면 동일 인력으로 48,000여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딥 워크는 기본적으로 자기완결형 행위이다. 딥 워크의 수행자는 자신의 인지능력을 기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오롯이 혼자서 달성해야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네트워킹에 대한 효과이다. 생각주간 (Think Week)을 가진다는 빌게이츠는 "경쟁자는 두렵지 않다. 경쟁자의 "생각"이 두려울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현대사회는 게임이론적 상황이다. 내가 선택하는 최적의 전략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경쟁자의 전략 및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라도 통하는 만능전략이 존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오래 일하지 마라. 깊이 일하라!"라는 저자의 외침은 업무의 깊이와 밀도가 낮아지고 업무의 영역이 파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있어 분명 의미 있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딥 워크는 기본적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적 역량을 기반으로 창조적 가치를 창출해내는데 있어 유용한 작업이다. 나는 책에서 언급된 딥 워크의 사례들을 보면서 딥 워크의 심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카를 융의 성공사례는 뉴튼이 거인의 어깨를 기반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에 누적되어 있던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자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카를 융은 자신의 인지능력과 기존의 누적된 연구결과들을 기반으로 분업이나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 없이도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빌게이츠는 정기적으로 1년에 2번의 생각주간을 갖는다. 평상시에는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의 조직관리와 리더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다가 1년중 2주만 집중적으로 사업의 방향성과 신사업에대한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프로그래머든, 저술가든, 마케터든, 컨설턴트든, 창업자든 딥 워크의 효과 자체는 성공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딥 워크의 효과가 높은 대상직군이나 대상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정기간 동안 완전한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성공적인 학술적 업적을 남겼던 카를 융의 사례가 있는 반면에 평상시에는 네트워킹과 분업의 혜택을 이용하다가 짧고 간헐적인 딥 워크를 통해 성과를 창출한 빌 게이츠의 사례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칼 뉴포트의 넥스트 스텝은 딥 워크의 효과를 통계적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딥 워크의 실전에의 적용영역과 적용대상을 유형화하고 사례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딥 워크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딥 워크의 진화를 응원하며 딥 워크의 심화편을 빠른 시일내에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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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중국 3대 고전 세트 - 전3권 - 삼국지 + 수호지 + 서유기
둥훙유.가오훙보.바이빙 지음, 전수정 옮김 / 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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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역사서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일단 "역사서"의 범주를 정사(正史)로 한정한다면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는 역사책으로 분류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구전과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픽션이기때문이다. 삼국지를 예를들어 설명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설로서의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다. 하지만 이는 삼국지연의의 바탕이 되는 역사서인 진식의 "삼국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와 수호지, 서유기는 그 어느 정통의 역사서 못지 않게 동아시아 문화권에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000년을 관통하는 베스트셀러상상이 가는가? 문화권마다의 선호도 차이도 흥미롭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삼국지’, 일본인은수호지’, 베트남인은서유기’, 중국인은금병매를 가장 애호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각국의 문화적 배경에 주목한다. 무사의 개별적 활약에 관심을 두는 일본인은 수호지, 특유의 민속신앙에 익숙한 베트남인은 신비한 사건과 분위기를 담은 서유기, 사랑과 인간의 개별적 관계에 가치를 둔 중국인은 금병매를 열독했다.

 

 

 

 

 

 

 

한국은 중앙집권적 의식과 유교적인 대의를 중시했으므로 특별히 삼국지를 애독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논리로 삼국지에 나타나는 평범한 인간들의 비범한 역사를 통해 의리와 충의를 읽어내고, 현실의 지향점을 꿈꾸면서 유교적 신분 질서와 가치를 고양했다는 의미에서이다.

각각의 작품 선호도도 그렇지만 삼국지 한 작품에 대한 문화권마다의 시각 차이도 존재한다. 삼국지의 주요 장면을 그린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의 삼국지 그림에서는 등장인물의 개별 특성이나 계급과 관계없이 얼굴과 표정이 비슷하고, 배경과 복식을 통해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일본에서는 감각적이고 현란한 원색으로 구사된 화면이 주가 되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해학적인 상상력에 기반을 둔 민화 특유의 화풍을 보인다.

 

 

 

 

 

 

문화권마다 또 국가마다 나름의 선호도 차이는 존재하지만 삼국지나 수호지, 서유기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내용과 매력적인 케릭터, 스토리 자체의 힘으로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송이 호랑이 때려 잡은 얘기, 관운장의 충절, 도원결의, 동탁과 여포, 초선, 제갈공명 등 간단히 떠올려봐도 수많은 이야기와 영웅호걸의 무용담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에 보림출판사에서는 한권으로 읽는 중국 3대 고전 세트를 출간하면서 아동들을 위한 책이라는데 방점을 두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은 작품들이지만 어린이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난해한 점이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중국의 대표적인 아동 문학가들이 등장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시대의 고전들을 풀어낸 것이다. 방대한 스토리를 한권으로 쉽고 간략하게 축약하여 중국 고전에 나오는 영웅호걸들의 시대정신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았다.

삼국지를 통해 천하 통일을 꿈꾸는 영웅들의 우정과 의리를 배우고 수호지를 통해 천년의 사랑을 받아온 대장부들의 충정과 의리를 배우며, 서유기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은 고전소설들을 소재로 한 만큼 가족 모두가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듯 하다. 우수 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문학연합회와 작가협회에서 활동하는 등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아동문학 전문작가들의 약력을 보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일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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