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는 그의 신작 소설 <시대의 소음 (The Noise of Time)>에서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루고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련 최고의 작곡가였지만, 형식주의 (formalism)와 사회적 리얼리즘 (social realism)이라는 경직된 이념으로서 예술과 문화의 영역을 재단하려는 공산주의 체제에서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 반스는 쇼스타코비치의 삶 안에서 예술과 권력의 충돌로 빚어지는 시대의 소음을 세가지 결정적 장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절묘하게도 그 시점은 1936, 1948, 1960년으로 12년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으며, 소설도 크게 3 Chapter로 구성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첫번째 최악의 시기는 Chapter1 <층계참에서>에 묘사되어 있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관람하던 스탈린이 공연 도중에 자리를 뜨게 되면서 당기관지 <프리우다>가 그의 오페라를 음악이 아닌 혼돈 (Chaos intead of music)’이라고 논평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쇼스타코비치는 하루아침에 형식주의자로 낙인이 찍혔고 설상가상 그의 후원자가 반스탈린 쿠데타를 주도한 혐의로 처형당하면서 그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비밀경찰로 인해 불안에 떨면서 가족들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아파트 승강기 옆 층계참에서 대기하는 그의 모습은 극도의 불안 그 자체였다.

 

 

두번째 최악의 시기는 Chapter2 <비행기에서>이다. 쇼스타고비치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문화과학 세계평화회의에 자국의 대표단으로 참석하게 된다. 그는 소비에트 정부의 정당성을 공표하고 홍보하기 위해 자신이 쓰지도 않은 연설문을 낭독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한 음악가들을 비판하게 된다. 쇼스타코비치가 그가 존경하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를 자본주의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하며 부정해야만 했던 기억은 그의 삶 자체에 많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마지막 최악의 시기는Chapter3 <차 안에서>에 표현되어 있다. 포스트 스탈린 시대 흐루쇼프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스탈린 시대와 달리 어느 정도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는 해빙무드가 조성되지만 권력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옥죄어 온다. 달라진 시대 분위기에 대한 상징과 작곡가의 자유를 증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국은 쇼스타코비치를 연방 작곡가 조합 의장 자리에 임명하게 되고 이를 위해 비 당원이었던 그에게 공산당 입당을 강요하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공상당원이 되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켜왔던 그는 결국 볼셰비키 최고위원이 되게 된다.

 

 

예술가는 그 어떤 한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여야 한다. 음악가들은 누구나 자신의 음악이 시대의 소음에 맞서는 역사의 속삭임이길 바랄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생존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권력의 폭력 앞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타협과 고뇌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쇼스타코비치가 존경한 스트라빈스키는 혁명후의 러시아에 등을 지고 서방세계에 건너와 미국시민으로 죽었다. 그의 동료 프로코피에프는 서방세계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와 탄압과 굴욕 속에서 죽었다.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를 떠나지 않고 러시아에서 성장하고 생을 마감하였다. 당신이 예술가라면 예술과 권력의 불협화음을 통한 시대의 소음 앞에서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당신은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비판하고 지적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그럴 자격이 있을까?

#쇼스타코비치, #시대의소음, #줄리언반스, #스트라빈스키, #예술과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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