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번역된 이 책. 이 책도 Library Genesis에 있다. 

에델스틴의 다른 책들도. 다 고품질 pdf로. 에델스틴은 18세기 프랑스 지성사 주로 연구하고 스탠포드 재직한다. Entitled Opinions에 몇 번 출연했고 로버트 해리슨과 밴드도 같이 하는 사이. 


좋은 글 꾸준히 쓰고 그럴 수 있게 공부도 꾸준히 열심히 하고. 무척 그러고 싶은데 돈도 벌어야 하고. 

세월이 월 단위, 연 단위로 휙휙 가는 동안에 그래야 하고. (.....) 그렇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 

신선한 공기, 바람 같은 책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긴 하고 그게 정말 그러니까 "인문학의 위안" 같은 것. 

역사학의 위안. 철학의 위안. 


영어권 저자들에게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기묘, 절묘한 화법들을 보여주는 프랑스 저자들.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는 것이, 그것이 바로 정신의 형성이다.... 같은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그들. ㅎㅎㅎㅎ 그렇다. 지금은 오직 고평가 중입니다. (....) 제대로 만나고 거기서 무엇이 나오게 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아무 성과 없이 세월이 가는데, 하긴 그래도 그것도 나쁘지 않. 진짜로 재미있어보니까 성과 없어도 상관없. ;;;;;; 그렇게 되어버린 21년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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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10-01 0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으면 충분합니다. 그게 안되서 다들 고생이죠 머.

몰리 2021-10-01 10:15   좋아요 2 | URL
나무가 많은 곳에 조용한 집 + 먹고 살 돈.
이거면 모두가 해결 ㅎㅎㅎㅎㅎ 되는 것인데 그게 안되어 ;;;; 고생.
50억 퇴직금 얘기에, 아니 반란이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먹고 살 돈 해결되면 반란한다, ;;;;; 이러고 있어요.

han22598 2021-10-06 05:17   좋아요 2 | URL
오십억얘기....진짜 험한 말 막 나왔어요...
인생 먼가.
그 오십억 가진 놈보다 반드시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봤어요.끙.

이제부터 나무를 심읍시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는 크고,
그리고 그 나무들이 돈 열매를 주렁주렁 맺으면 좋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

2021-10-06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8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넷이 준 신세계로 Library Genesis도 빼면 안된다. 

프랑스 19세기는 2제국은 뭐고 루이 필립은 그래서 왕이야 대통령이야 (한숨) 하다가 아! Library Genesis! 가서 검색하고 바로 도움될 책들 보는 것이다. 분명 도움되겠으니 나중에....... 힘 넘칠 때 확인하기로 하고 다운 받고 끝이지만 중요한 (그리고 주로, 비싼. 아주 자주, 구하기도 힘든) 책들을 책상 앞에 앉아서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소리바다 신세계 시절에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겠지. 그러니까,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되는 사이트인지 모르겠으나 뭐 하튼 사적 1인이 "교육"(자기교육) 목적으로 오직 자기 pc에서만 쓰고 있으면, 그저 감사하면서 그렇게 계속 써도 될. Library Genesis의 자매 ("동지") 사이트로 Internet Archive도 널리 오래오래 칭송 받아 마땅하다.  



20세기 프랑스의 역사학자들을 다루는 위의 책. 

프랑스 현대사 관련 책들 Library Genesis에서 찾아보다가 발견했다. 역사학자가 역사학자를 말하는 책이다. 20세기 프랑스의 역사학자들 중 42인이 선정되었고 이들 각각을 개별 에세이로 논의한다. 그래서 42장이고 장 제목은 역사학자 이름. 마크 블로흐, 필립 아리에스 같은 들어본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 낯선 이름. 그런데 푸코가 갑분 ;;; 등장한다. 어 형이 왜 나와? 느낌이다가 아, 그는 무슨 역사를 했? 성의 역사. 그 역사는 역사학에서 무엇을 했? ... 암튼 참 그렇군요 느낌으로. 


그 사회에 지성의 삶, 정신의 삶이 존재하냐 아니냐는 이런 책이 기획되고 나올 수 있느냐 아니냐로 

알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 이 책의 한국판 기획을 한다면 어떤 책이 나올까. 


혁명 주제로 읽었던 글 중에 프랑스에서 사회주의의 기원을 혁명과 연결하는 글이 있었는데, 어느 귀족의 회고록에서 인용하는 대목이 있었다. 혁명이 발발하고 "인간과 시민 권리에 대한 선언"이 나오고 얼마 후 그 귀족은 친구 귀족과 연회(? 파티?), 흥청망청하는 자리에 있게 되는데 거지가 그들 앞에 나타나고 돈을 요구한다. 거지의 말을 듣지 않음은 물론이고 거지가 (사람으로) 잘 보이지도 않았던 귀족들은 그를 바로 쫓아내려 하지만 거지가 물러서지 않고 이런 말을 한다. "누구는 굶고 누구는 흥청거릴 수는 없어. 이제 그게 법이야." 이 말에 귀족들은 웃음이 터지고 돈을 쥐어준다. 


그런데 그게 뭔지 바로 지목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얘기를 잊을 수 없게 전하는 어떤 힘이 그 글에 있었다. "이제 그게 법이야" 이 말을 살짝 강조하면서 독자도 웃게 하고 동시에 생각하게 하던 어떤 절묘한 화법? 프랑스 저자들 특유의 뭔가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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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독 들이는 책. 알라딘에서는 6만7천원 정도. 

불어 사전 무엇이 좋은가, 이 방향으로 검색하면 이 사전 강력 추천하는 글 볼 수 있다. "앱"의 시대에도 아날로그, 페이퍼 책이 필요한 이유... 말하기도 한다. 


유신론자 시절 초딩 때엔 

토요일 오후에 어린이 미사가 있었는데 다 갔었다. 

가는 길에 (그 7-80년대 골목길, 계단도 있고 평지도 있고 언덕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연달아 

아는 아이들 집이 있었. 가끔 그 아이들이 집 밖에 나와 있기도 했었다. 안녕? .... 이러지는 않았겠지만 하튼 대강 아는 척은 했던 거 같고 그러면서 나는 바쁘게 성당으로 갔. 그 아이들 중엔 뭔가 끌리던 남자 아이도 있었는데 그 아이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자기 집 앞에 앉아 있기도 했었다. 응 니가 오기를 기다렸어. 얼마나 기다렸나구? 같은 표정으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듯이 (....) 


저런 성가를 부르던 그 (수없이 반복되던 토요일 오후의) 어린이 미사, 창문으로 들어오던 오후의 햇빛. 

잊혀지지 않는 것이고 


이런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프랑스 역사가 각별히 더 아주 재미있을 이유 하나가, 프랑스는 자타공인 "가톨릭의 장녀"였다는 것. ;;;;;;;;;;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고, 일단 자고나서 답하면 안되겠냐ㅐ 체험을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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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ic Suberville 채널. 

불어 본격적으로 공부하겠다고 이것저것 보다가 마침내 발견한 채널. 

구독자 거의 백만 유명한 채널이라 이제서야 안 게 심히 뒷북일 것인 채널. 

현실 웃음 나오는 웃긴 내용 많다. 


영어 (불어에게): "a-t-il 이게 뭐죠?" "a와 il은 알겠는데 중간에 t가 뭡니까?" 

불어: "응 그건 a와 il을 연달아 발음하려면 발음이 곤란하잖. 아, 읔ㅋ, 일? 곤란한 거 보이잖?" 

영어: "야 너희에게 "타이어"는 pneu야. ㅍ-누. 이런 단어가 있으면서 발음이 곤란함을 말하려 해?" 



저런 식으로 웃긴 것들. 불어 공부하면서 특히 영어 관점에서 WTF??? 순간들을 체험한 모두에게 바치는 거 같은. 그 WTF들을 파헤치면서. 그런데 채널 주인이 불어와 프랑스에 절대 피상적이 아닌 깊은 관심이 있다, 실감 했던 게 라마르셰즈 부르는 저 영상이었다. 노래를 진짜 잘 부른다는 것도 놀랍지만 마지막에 "They are, uh, bloodthirsty people, the French. That's why we love them. That's why we love them" 이 짧은 한 마디 안에 담기는 많은 것들! 


예전에 들었던 프랑스 혁명 강의에서 교수는, 혁명이 시행했던 가톨릭 성직자들을 공무원화 (ㅎㅎㅎ 아 이거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튼 "시민적 구성 civil constitution" 이런 용어) 하는 등의 급진적 정책들을 말하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더니 "that French craziness"라고 한 구절을 말하고 잠시 침묵한 후 살짝 웃기도 했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아는 사람에게는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모르는 사람에겐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을 그것.... 이라는 투로. 


that French craziness. 

that. French. craziness. 

  

프랑스는 이게 진짜 매력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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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Feet Under에서 잊히지 않을 만한 죽음으로 에밀리의 죽음도 있다. 싱글. 40대 초반. 

싱글일 뿐만 아니라 직장이 있긴 한데 직장도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직장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그런, 그럴 수 있는 직장) 다니고 어떤 관계로든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런 삶에 만족한다. 저녁에 집에 오면 정돈된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tv를 켜고 그 앞에 앉아 타파웨어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저녁을 전자렌지 돌리고 먹는다. 어느 날 언제나 그랬듯이 그런 저녁을 먹다가 기도에 음식이 걸려서 질식사한다. 혼자서 하는 하임리히 법을 알았기 때문에 질식할 것 같았지만 아니었.... 이 아니고 질식사한다. 너무 조용히 살았던 사람이라 직장이 있었음에도 그녀의 죽음은 바로 알려지지 않는다. 한참 후에야 이웃들의 악취 신고로 아파트에서 문을 열고 들어와서 사체를 발견한다. (사실 이건 좀 그럴 수는 없을 듯. 직장이 도대체.......) 


그리고 Fisher and Sons에서 그녀의 장례식을 맡아서 리코 포함 그 집 남자들이 에밀리의 시체를 가지러 그녀 집으로 오는데, 그녀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위 이미지가 보여주듯이 죽기 전 반팔 위에 긴소매 긴 가운을 입음, 캘리포니아가 덥지 않은....) 밥을 먹었고 죽었기 때문에 시체가 극심히 부패한 상태다. 부풀고 파리가 우글거리는 시체를 그녀의 머리 근방 파리 시점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리코가 절규하기도 한다. "제발, 제발. 죽을 거면 에어컨을 켜고 죽어라 사람들아." 


저런 나이가 내게도 올 것인가 과연. 이러게 되던 에피였는데 ;;;;;; 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시간은, 시간 앞에선 모두가 무력합니다. 하튼 거의 무한 반복 시청하던 Six Feet Under라서 몇몇 제외하곤 어떤 에피든 그걸 언제 처음 봤고 이런 기억은 거의 없는데, 에밀리가 죽는 이 에피는 그게 있다. 에피 제목은 The Invisible Woman. 이걸 처음 보면서 확 빨려 들어가고 그녀가 혼자 사는 집 안의 냄새까지 그 안에 들어가서 내가 체험하는 거 같던 그 느낌 남아 있다. 



지금 집엔 욕실 바로 앞에 냉장고가 있고 냉장고 옆에 밀착하여 책장이 ㅋㅋㅋㅋㅋ (이것도 구석 활용) 있는데, 이 책장은 좀 비싼 나름 "고오급" 책장, 어디 놓든 "뽀대"가 나는 책장이다. 거의 10년 전, 비싼 것도 사고 싶다 가끔은 나도 비싼 것을 사고 싶다... 심정으로 샀던 책장. 싱글일 때 좋은 것이 욕실 문을 닫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샤워나 기타 욕실을 쓸 때 이 책장 위에 전화기로 듣고 싶던 강의나 보고 있던 다큐멘터리나 이런 것 틀어놓고 욕실 문 열어 놓고 쓴다. 이게 책장이 나름 ("나름" 이게 중요합니다) 고급, 내게는 아무리 보아도 눈이 즐거워지는 웰메이드 책장이라서인게 클 거 같은데, 그렇게 그 책장 위에 올려둔 전화기에서 뭐라뭐라 사람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나는 그걸 들으며 인간이 욕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그런다는 게 아주 "행복의 충격"으로 체험되는 때도 이미 많았. 이사와서 아직 5개월도 안되었으나 이미 많았. 던 것이었. 


그러던 어느 날은 그 책장 위로 햇빛이 (욕실 옆, 그러니까 냉장고의 다른 앞이 방이고, 그 방엔 큰 창이 있다. 그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 들어와서 책장과 전화기를 비추고 있었는데


아 이 집에서 나는 죽어도 좋을 거 같다. 

로 해석되는 감정이 밀려듬. The Invisible Woman에서 에밀리가 그렇게 늦은 오후의 햇살이 블라인드 틈새로 들어오던 거실에서 쓰러져 죽었지. 에밀리처럼 그렇게 이 집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 햇빛을 보면서 죽는다 해도 슬프거나 분노하거나 무섭지 않을 거 같다.... 는 게 이 감정의 정체냐? 


.......... 아 아니야. 나는 이 집에서 죽어도 좋을 거 같은 집은 이 집이 아니라니깐. 

진짜로 그런 집으로 가고 살아보는 게 이제 남은 삶의 목표여야 하지 않겠니. 



하튼. 그렇습니다. 정말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모르겠는, 시간이 금싸라기같은 (소중한데 그래서 뭔가 감사한데 그러나 너무 빠르고 너무 허망하게 사라지는.....) 매일을 보내는 중.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서 온종일 일했던 결과를 바로 눈 앞에서 잃고 말았는데 (어쩌다? 냐고는....) 그래서 술을 마셔도 될 거 같아지는 추석 이브입니다. 포스팅 폭주를 한 번....;;;;;;; 원스 모어. 죽기 전 원스 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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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10-27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 왜 하필 이름이 에밀리여서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에밀리 디킨슨의 삶이야 말로 제가 원하는 삶인데.....).
그런날의 햇살이 있죠. 행복의 충격이 느껴지는 날. 저도 제 마지막은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집^^ 건강하소서~

몰리 2021-10-27 18:39   좋아요 1 | URL
노후엔 ㅎㅎㅎㅎㅎ 집멍, 집멍을 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죽음, 죽음의 준비.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