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 이런 곳이 있다고 한다.
오후에 장보러 갔다가
5만원 이상 배송 서비스에 장본 것 맡기고
마트 문을 나갈 때 오래 전 잠시 알았던 누군가를 봄.
8개월 정도 알았던 사이. 마트엔 자동문이 있고 또 문이 있는데
내가 자동문을 나갈 때 그가 문으로 들어왔고 거의 스쳐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지나침.
그는 나를 못 본 척하는 거 같기도 했고 실제로 못 본 거 같기도 했다.
남은 생에서, 보면 반가울 사람이 있을까?
....... 실패한 인생. 여러 모로 실패한 인생.
다는 아니겠지만 (어디든 아웃라이어들 있으므로) 중년 이후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 이것 아닌가.
만날 이유가 있는 사람이 없다.
만날 이유가 있는데, 오직 생계가 그 이유라면.
그런 만남, 그런 사이는 얼마나 끔찍한가. 생계가 아니라 "일" 때문에 만나야 하는 사이들도 있겠지.
그런데 그러면서 즐거운, 보람있는, 어쨌든 생산적인 관계인 사람들은 얼마나 (....) 하여튼 이런 생각 하게 되고 맘.
Six Feet Under에 이 주제로 나오는 명대사들 있다. 하나는:
나이가 들면 축적된 경험 덕에 더 다양한 더 많은 사람들을 더 재밌게 만나고 살 줄 알았어.
그 정반대야. 인간이 타인과 공유하고 견딜 수 있는 면적이 급격히 좁아지는 일이 일어나지.
그런데 이게 이렇지 않았으면 좋겠으므로
짧게든 길게든 시간을 같이 보낸 적이 있는 사이면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으므로,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도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일단 지금의 답은, 서로 잘 모르기. 잘 모르려는 의지. 그러나 동시에
어떤 핵심을 공유하기.
syo님이 그러듯 나도
적어도 여름 동안엔 서재에 별, 별의별 포스팅할 힘까지 다 그러모아
다른 일에 투입해야 할 형편인데 그러기 전, 요즘 특히 더 많이 생각하게 되던 주제들에 대해
적어두고 싶기도 하다. 그게 한 30개 포스팅이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