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문> 226번 단장. 



불신하는 이들과 문체. -- 우리 가까이에 우리가 가진 힘을 믿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는 가장 강한 것들을 단순하게 말한다. "문체의 소박함"은 이런 환경에서 길러진다. 가까이 있는 이들을 믿지 않는 이들, 그들은 시끄럽게 말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도 시끄럽게 말하게 만든다. 



이것도 참으로 "심리학자" 니체다운 예리한 통찰이라 감탄했다. 

이모저모로 논평하고 확장할 수 있을 거 같다. (지금 당장 내가 하기엔 

좀 있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왜 우리는 소리지르는가. 

그 이유 하나를 떡하니, 기습적으로 주는 단장일 수도. 


근방에 이 단장과 연결되는 단장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216번. 

"목소리가 품는 위험. -- 아주 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면, 섬세한 사유는 할 수 없다." 


이 단장들 놓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낮은 목소리로, 여러 속도로, 여러 방향으로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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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핏언더에서 좋았던 장면 중엔 

부엌 대청소 하던 루스가 싱크대 상부장 맨 윗칸 구석에서 

클레어가 먹던 이유식 병 (거버) 발견하고 이게 뭔가 하다가, 흑 울던 장면. 

"난 이제 사라져 없는 세계의 유물에 둘러싸여 살고 있어요..." 남친에게 이렇게 말하며 오열한다. 

클레어 83년생. 84년에 구입한 이유식이면 근 20년. 


루스의 남친이 

러시아계이고 이름이 니콜라이인 남친이 

tv 보고 있다가 "저 여자 hot 하다...." 감탄할 때 옆에 앉아 있던 리코가 믿을 수 없다는 침묵을 잠시 지킨 다음 

But, she's like . . . . 60. 


이러던 것도 당시 너무 웃겼다. 

너무 웃기긴 했는데 당시에도 아주 조금은 불편하면서 웃겼다. 

실제로 남자들이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 얼평, 특히 섹시한 여자라면 안할 수가 없고 

드라마는 그에 충실할 뿐이든 아니든, 아주 미미하게 조금은 "으....." 심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이도. 60세. 왜 나이로 괴롭힘?


지금 생각하면 

60세는 . . . . 그 때도 이미 그런 편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확실히 

"성적 매력이 있으리라 결코 믿을 수 없는" 그런 나이 아니지 않나. 

.... 어쨌든 그래도 웃기긴 함. 리코의 그, 별 미친 소리를 내가 이 미친 영감에게 듣고 있다던 표정. 

But, she's like . . .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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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저자 인터뷰 듣고 궁금해진 책. 

장르 규정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스릴러이기도 하고 sf이기도 하고 

(또 뭐라고 했더라, 일종의 성장 소설?). 작가가 아이를 낳은 해에 작가의 언니가 죽었다. 

아이를 얻은 기쁨과 언니를 잃은 고통이 격하게 서로를 교체하며 오가는 세월을 살았다. 아마도 그러면서 

구상된 소설. 주인공은 어린 아기가 있는 고식물학자(paleobotanist). 남편, 혹은 (아이들) 아버지의 

언급이 한 마디도 없었던 걸 보면 싱글맘. 아이들과 집에 있을 때 옆방에 침입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 그녀는 자기 삶 전체를 다시 보게 할 도전을 받게 되는데 (.....) 


고생물학자, 고식물학자들이 그러듯이 

발굴된 화석을 놓고 그것이 그 시대와 현시대에 대해 

알게 하는 것들을 보는 훈련을 한다면 

우리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것들이 '화석'이 되는 걸 알 수 있다... 

당신 책상 서랍 속에 있는 10년 전의 사진도 화석이다. : 책이 궁금해진 건 이런 얘기 때문이었다. 


사진도 화석이다. 

여기서 무엇인가 놀라운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가 하면, 작가가 아주 멀리 갈 수 있는 용기는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도 들던데

(무엇보다 삶에 지쳤기 때문에. 적극적인 자기 제한이나 자기 기만이 아니라) 아마존 리뷰 지금 확인해 보니 

실제로 그런가 보았다. 





<즐거운 학문> 100번 단장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경멸하는 법을 배워야 하듯이 경의를 표하는 법도 인간은 배워야 한다." 


이 책 정말 거의 모든 문장이 그렇다. 아네. 하고 휙 넘어가는 때도 있다가 

세상에 이보다 더 깊이있고 오묘, 심오한 문장이 있을 수 없을 거 같은 때도 있고. 


오늘 아침엔 후자. 

니체의 한 문장을 놓고 반 나절 얘기하기 한다면 이 문장도 좋은 후보일 것이다. 

경멸하는 법을 배워가는 인물이 나오는 소설은 있는가. 

경의를 표하는 법을 배우는 인물의 예는? 

경멸은 어떻게 배워지는가? 경멸은 감정인가, 인식인가. 

감정이든 인식이든, 경멸의 내용은 무엇인가. (.........) 아무튼 여러 질문들을 만들고 

그에서 출발해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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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넘어서>에 

"심리학이 학문의 여왕이 될 것이다" 말하는 몇몇 단장이 있다. 

이 얘기도, 처음엔 단순명확해 보이는 거 같다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읽고 비교하고 생각할수록) 

하도 심오해서 의미 확정 불가인 것처럼 느껴진다. 


중요한 단장들 거의 전부가 그럴 것이다. 

다 읽고 안 거 같은데, 인용되는 걸로 다시 보면 

알던 단장이 아니다. 다른 내용이 되어 있다. 


그래서 좌절과 함께 살게 되긴 하는데 그런가 하면 

점점 더 실감하기도 한다. 니체가 어떤 엄청난 일을 한 것인지. 







영어판 <힘에의 의지>. Will to Power. 

이 책은 니체의 유고를 니체 여동생이 묶어 냈던 책.  

독일에서는 진작에 그랬던 거 같지만 영어권에서도 이제 이 책은, 이 제목 이 형식으로는 사라질 책. 

여기 묶인 유고들을 시기별로 다시 정리한 <유고> 제목 책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청하판 전집에 

<권력에의 의지>가 있지만 책세상 판에서는 (독일어 판이나 요즘 영어판처럼) 몇 권의 "유고"들에 포함된 듯. 


아무튼. 

이 책 보면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 니체가 과연 어떤 미친 (오직 좋은 의미로만, 미친) 인간이었는지. 

그는 과연 무얼 한 건지.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거든, 믿어라. 

그러나, 알고 싶거든, 물어라." : 니체가 여동생에게 쓴 한 편지에 이런 문장도 있는데 

그렇게 "묻는" 사람이라면 


니체에게 적대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니체에게 적대적이라면 "묻는" 인간이 아닐 것이다. 


"묻는" 인간들이 니체의 중요한 단장들을 놓고 

해석 배틀........... 같은 거 한다면 엄청난 (실로 위대한) 일들이 일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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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 좋은 수많은 이유들 중 이것도 있다. 

그들 사회가 생산하는 기이한 인간들을 정확히 (과장이나 왜곡을 하기도 하고, 애정과 비판이 조합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정확히), 웃프게 그린다는 것. 


식스핏언더에서 브렌다 모친 마가렛. 

grandmother from hell. 실제 혈연 손녀는 아니지만 마야에게. 

아니 마야에게 지옥에서 온 할머니일 뿐 아니라 딸 브렌다에게 mother from hell. 

가는 어디든 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여자. 만나는 누구에게든 지옥이 될 수 있는 여자. 

지옥을 몰고 다니는 여자. 


근데 그게 여혐이 아님. 

등장 인물 중 마가렛을 가장 사랑한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마가렛을 사랑한다면, 마가렛이 알게 한 무엇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마가렛이 알게 한 무엇, 거기엔 해방이 있음.  


인간을 이해하는 역량. 

이 점에서 걸작 미드와 걸작 한드 사이에 심연이 있다고 

.............. 적어두자. 만인이든 기인이든 인간을 정확히 그릴 수 있다는 건 

삶에 대해 정직할 수 있다는 거고, 삶에 대해 그만큼 정직할 수 있다는 건, 잃을 무엇도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일 것임. 


브렌다와 마가렛이 싸우는 장면.  

브렌다가 마가렛에게 "당신이 내 삶을 파괴하게 내가 내버려두지 않았다는 것. 

당신은 그걸 질투하는 거에요" 이 대사 나오는 그 명장면. 그들은 무엇을 극복했는가 알게 하는 장면. 



*아래 포스팅에서 "you must really love that suit"는 

데이빗이 네이트에게 하는 대사가 아니라 네이트가 데이빗에게 하는 대사였다고 

오늘 아침 일어나면서 기억했다. 뒤죽박죽 (정조어찰집에서 밑줄 그을 단어라는 뒤죽박죽. 뒤듁박듁). 

온전히 제대로 자리 잡은 기억이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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