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의 이 어려운 책.
그런데 제사는 아주 매혹적이다. "필멸인 존재는 필멸의 생각을 해야지 불멸의 생각을 해선 안된다. A mortal (being) must think mortal and not immortal thoughts." 출전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희극 작가라는 Epicharmus.
그 제사만 읽은 책.
그의 다른 책들은, 그것들도 공히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철학에서 이전 읽은 것들이 많지 않아도 (심지어 거의 없다 해도) 열의가 있다면 읽을 수 있는데
이 책은 아니었다. 칸트와 헤겔을 몰라도 <부정변증법>은 읽을 수 있지만, 아마 이 책은 저 부제 속의 인물
훗설, 훗설에 대해 꽤 잘 알아야만 읽을 수 있을 것같다.
필멸의(필멸인) 생각
불멸의(불멸인) 생각,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도 매혹적이지 않나.
덧없이 사라질 생각, 영원히 죽지 않을 생각? 예를 든다면?
덧없음에 관한 생각, 영원히 죽지 않음에 관한 생각? : 이건, 어쨌든 영어 문장만 놓고 보면 이런 뜻일 수는 없다.
must think about the mortal and not the immortal, 혹은 must think about mortality and not immortality. 이런 식이어야 저런 뜻이 될 수 있겠지.
매혹적이었던 건, 생각의 종류를 분류하고
생각 앞에 붙일 형용사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을 두 형용사를 생각 앞에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치, 우리가 우리가 하는 생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것. 이 문장을 놓고 보면
사람들도, 그들이 하는 생각들로 분류할 수 있겠구나 하게 되는 일.
정신의 헤비급, 라이트급. intellectual heavy weight, light weight.
이런 '체급'의 표현을 쓰는 것이 여기서도 적실해지지 않나. 자신이 혼자 스스로 하는 생각만이 아니라
남의 생각을 이해하고 재현하는 데서도, 체급이 나뉘어지지 않나. 라이트급인 사람은 도저히, 수퍼헤비급인 저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 다른 데서는 몰라도 어쨌든 학문, 특히 인문학이면, 체급 판정이 정말 정체 파악의 거의 전부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쉽고 가장 얕은 생각만을, 그런 걸 생각이라 부를 수도 없지만 하여튼 그것만을 하는
(그것 이상의 다른 어떤 생각도, 체급 미달이라 하지 못하는) 사람들. 놀랍게도 교수들 (심지어, 인문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드물지 않은 사람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서재에 좀 지나치게 많이 쓰는 듯.
팔로하신 분들께 너무 자주 보일 듯. ;;; 트위터 식으로 '뮤트'하고 싶으실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