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발행되는 온라인 잡지 Aeon에 실렸던
<공간의 시학> 다시 읽기 주제의 글("Intimate Spaces"가 제목이었다)은
바슐라르가 그의 미천했던 출발에서 어떻게 그 위대했던 여정을 살 수 있었나 말하면서
"그의 성취는 그의 "intellectual tenacity" 덕분이었다" 같은 문장을 쓴다.
intellectual tenacity. 이 구절이 순간 깊이 새겨짐. 한편 바슐라르를 아는 사람이면
이건 쓸 수 없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내하기, 버티기, 이런 건 바슐라르의 정신에
할 수 없는 말이지 않나. 그 유연하고 유희적인 정신에게?
그런데 그보다는
무시, 몰이해, 저평가 같은 것이
자신의 지적 과제... 아니면 더 사소하게 들릴 지적 "관심"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게 하지 않았던 게 바슐라르다....... 같은 뜻으로 들리기도 해서
그 뜻으로 이해하기로 함. 바슐라르의 intellectual tenacity. 그의 (그의 정신의) 주인은 그 자신이었다. 같은 뜻으로.
얼마 전 들었던 culture gabfest 에피에서 스티븐 멧캐프는
N+1 매거진에 실린, 랩퍼가 되고자 했던 백인 소년에 대한 에세이를 추천했다.
에세이 필자는 그 소년을 (그 자신 10대 시절) 지인의 지인으로 알기 시작했다가 세월이 가면서 점점 더 알게 되는데
재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재능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던 그 소년은
예술 지향인 인간들이
대략 빠르면 17세에서 늦으면 35세 사이에 (그들이 아주 멍청하지 않고 최소의 현실 감각이 있다면) 하게 되는 자각, "나는 나 자신의 열등한 버전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자각을 거부했다.
어떤 조롱을 받고 어떤 실패를 하든
그에게 그 자신의 온전한 버전은 언제나 무사히 건재했다.
그리고 세월이 가는데 ......... 세월이 가면서 그는, 조금씩 천천히
그의 능력, 그의 수준에서 그가 갈 수 없는 곳이라 사람들이 말하던 "next, next level"을 성취하기 시작했다.
............ 멧캐프의 요약에 따르면 에세이 내용이 대략 이렇다.
(실제 에세이를 찾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 다 읽지 않았다. 조금 긴 편).
멧캐프가 말하는 걸 들을 때 이상하게 감동적이고 맞아 이런 얘기의 중요한 진실이 있지... 같은 심정이더니
지금 적어놓고 보니까
가장 흔해빠진 자기계발서 주장의 재탕처럼 들린다.
"글쓰기는 한편 기적이다. 공들여 쓴다면 반드시 너의 능력을 초과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건 아도르노 영어 번역을 다수 했던 로버트 훌롯-켄터의 말인데, "tenacity"를 아는 바슐라르와 위의 청년들은 바로 그 "기적"을 (그것도) 알았던 것일 것이다. 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