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냅은 59년생. 2002년 타계.

 

어떤 작가인가 찾아보니 대략 이런 얘기가 있다:

부친이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고, 그러니 부와 특권이 자연스런 환경에서 적어도 겉보기엔 완벽하게 성장했다.

브라운 대학을 졸업했고 저널리스트로 여러 매체에 기고했다. 14세에 처음 술을 마시고 이후 20년 동안 알콜 중독이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도 그런 줄 몰랐을만큼 직업과 사생활 모두에 철저했다. Drinking - A Love Story 이후 개 루씰과의 삶에 대한 회고록, Pack of Two를 썼다. 2002년 4월 폐암 진단. 6월 타계.

 

일찌감치 술을 시작한 이유가,

부유했고 성공적이었으나 왜곡된 사람들이었던 부모에게 있었다 ... 하는 대목이 어딘가 있었다. 지금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니, 저자 약력에 이런 문장이 있다: "유복하지만 비틀린 집안에서 자란 캐롤라인은 애정 결핍에서 오는 심리적 보상을 ‘강력한 중독’으로 대체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어쨌든 그녀의 삶에 대해 알면서,

Six Feet Under에서 브렌다와 빌리 남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음.

이들의 부모가 둘 다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고 그랬으니 당연히 둘의 유년기가 불행했고 인생이 비틀렸다....... 고 말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 설정에 대하여.

 

브렌다는 괴물같은 부모에 맞서 동생 빌리를 지켜주려고 하지만,

빌리도 괴물이다보니 결국 빌리도 내쳐야 하는 때가 오게 되고 마는 이 미친 가족.

 

빌리의 망가진 영혼을 보면서,

울먹이는 브렌다가 "우리의 부모가 네 인생을 망쳤구나 They did a real number on you"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TV 사상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top 10안에 넣을 순간이다.

정말 의미심장한 순간. 이 순간에 집중하는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하다.

 

 




*캐럴라인 냅 책들 궁금해져서 써둔 저런 노트가 있는데 

그보단 덜 궁금하지만 그래도 누가 인용한다면 다 읽고 싶어질 

알콜 중독에 관한, 여자가 쓴 (성공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쓴) 또 하나의 회고록. 


엘리자베스 바르거스의 Between Breaths: A Memoir of Panic and Addiction. 

바르거스는 ABC 20/20, World News Tonight 등에서 메인 앵커였다고. 어린 시절 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 

아버지가 베트남으로 가자마자 공황발작(panic attack)이 시작했다고 한다. 


오늘 새벽에 그녀가 출연한 npr 서평 팟캐스트 들으면서 

이 분 진정 교양인, 문명인이시다... 면서 (저렇게 말하니 좀 비꼬는 것 같다만) 존경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청취자 전화 받고 그에 대해 애기할 때, 주제가 알콜중독이니 전-알콜중독, 혹은 현-알콜중독, 알콜중독 남편이나 아들이 있는 여성, 알콜중독 자살자가 가족인 여성 등이 전화했고 진행자는 냉정하고 얄짤없이 그들의 전화를 길어지기 전 딱딱 끊는데 (이게 진행자의 역할이겠다만) 그러고 그녀에게 발언을 청하면, 


정말 어김없이 그리고 거의 진심으로 

청취자의 곤경에 공감하고 청취자의 사연에서 어떤 지점이 

알콜중독의 문제에서 중요하게 같이 생각해야할 지점들인가 

(그 얘기를 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가) 말하던 때. 


혹시 내가 알콜중독 자살자의 가족으로 전화 건 사람이었다 해도 

그런 반응 앞에서, 고맙다고만 느꼈을 거라 상상함. 


그녀에 따르면,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도움되는 행동 지침 하나가 

'불편하다' 느껴진다면 바로 자리 뜨기. 자신의 참는 능력을 시험에 들게 하지 않기. 

알콜중독이던 시절 중독을 악화시킨 사정엔 그것도 있었다 한다. 싫어도 견디기. 그리고 상황이 끝나면 술 마시기. 

"내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고 판단하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보겠다며 있지 말고, 바로 자리를 뜨세요." 이 말이 내겐 확 와닿은 조언이었다. 아예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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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처럼 2016-09-20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링킹! 디게 재밌게 읽었는데. 아 반갑네요. 이 책. 오늘 하루만 마시지 않기. 그건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