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서 일기를 쓰거나 읽는 이유는, 읽은 것을 자꾸 잊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멋진 장소로 여행을 가서 그 장소를 즐기면서도 이 경험이 결국 잊혀질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하는 것.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때 느꼈던 안타까움 뿐이라는 것. 즐거웠던 느낌이 아니라, 즐거운 느낌을 가졌다는 기억만이 남는 것.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하긴, 이것이 어찌 여행이나 독서에만 국한될까. 삶 전체가 그러한 것을. 나는 그게 두려워 사진을 찍고 무언가를 적어두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토요일에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이틀을 연달아 쉬게 된 일요일 오후, 한 사람은 차이코프스키를 들으며 자고 있고, 나는 망구엘의 독서 읽기를 읽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가 내 인생에서 바라는 것은 이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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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생물 시간에 배우는 것이지만, 학명은 라틴어나 그 비슷한 것으로 지으며 속명과 종명을 쓰고 나서, 생략할 수도 있지만 뒤에 명명자를 붙인다. 우리나라 식물들의 학명 뒤에는 거의 Nakai라는 이름이 붙여져있다. 뭐 나까이의 국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래서 마음이 참 불편했다. 아편 전쟁이나 그 나라의 중요한 내전들도 식물 채집에는 부수적인 일일 뿐이다. 자기네들 정원 꾸미자고 조경 회사 돈 좀 벌자고, 남의 나라에 가서 멋대로 나무에 총쏘고 서식지 파괴하고 그래도 되는 걸까. 게다가 그걸 자랑스러운 공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걸까.

'발견'이라니, 원래 있는 이름 놔두고 멋대로 학명을 갖다 붙인 것도 웃기는 판에, 발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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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읽고 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발생반복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도 득이고, 쉽고 단 책에 길들여진 입맛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아주 하드한 책이라는 건 아니지만). 분류나 생태를 경멸하면서 물리학을 닮으려고 애썼던 그 비틀어진 유전학 교수도 생각났다. 아무튼, 훌륭한 책이긴 하다. 이제까지 우습게 생각해온 발생반복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게 해준 것도 고맙고, 생물학 전체에 대한 조망도 훌륭하고, 마지막 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이념을 버리고 안정경제 이념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훌륭하다.

 책 앞 표지의 몇 줄의 글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오늘 뒷표지의 글을 발견하고 어이가 없어져버렸다. 뉴욕 타임스에서 인용한 문장 다음에, 이런 문장이 쓰여있었다.
'분자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이 만나면서 생명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 책과 함께 몸과 마음이 출간한 [분자생물학, 실험과 사유의 역사]를 함께 읽는다면 생명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뻔뻔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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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오역이라고 할 수도 없고, 한 페이지 안에서 똑같은 말을 다르게 쓴 것은 뭔가?

p.63 타일러 / 데일러

p.78 노스웨일스 / 북웨일스

누가(역자 본인들일지, 대학원생들일지, 다른 초벌 번역가들일지)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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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즐겁게 읽고 있었다. 현 교육의 문제점은 다 위의 높으신 분들의 잘못이라니, 이 얼마나 마음편한 이야기인가. 언제나 공교육 부실의 이야기에 가슴 뜨끔했던 나로서는, 비난의 화살을 튕겨버릴만한 말을 알려줬으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앞의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는데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옆에 괄호쳐진 부분, '(독어독문학 부전공)'이었다. 그 다음 문장에서 내가 왜 이 독어독문학 부전공이 걸리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독일 괴팅겐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사회학, 사회심리학, 철학, 과학사'를 공부했단다. 나는 이 중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조차 불가능할텐데, 공부한 학문이 다섯 개나 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근대 세계를 디자인한 대사상가들과 조우'했다고 한단다. 아, 이 부분은 본문에서 다시 한 번 반복된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미국의 이론과 교육체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시킨 현재 주류 교육학자들과,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서울대 출신과 미국 유학 편중에 대해 비난을 퍼부으면서 독일 이야기만 계속하는 저자와의 차이점이 나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에 축구에 관해서까지 뭐라 중얼거리는데, 저자도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이다. 뭐, 대한민국 남자들 대부분 축구에 대해서 할말이 참 많은 '전문가'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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