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추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눈이 많이 온 강원도의 휴양림은 밤새 밖에 세워둔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차의 온도계로 영하 19도였던 저녁, 남편은 밖에서 고기를 구우며 즐거워했고 원래 인생이 즐거운 아이들은 즐거워하다 심심해하다가 하며 여행을 즐겼다. 하지만 나는 연말부터 시작된 아토피와 습진과 화장품 거부반응(어쨌든 모두 알레르기)과의 싸움이 다른 모든 걸 압도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연mp3파일을 듣다가 생각했다. 육아 휴직 중이었던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듣고 싶었던 강연이 있었다. 육아 휴직이라는 걸 통해 나는, 시간이 펑펑 남아돌면서도 무언가를 위한 시간은 낼 수 없는,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런 강연을 찾아가 공부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루 종일 듣고. 그러니까 내가 여가 시간에 취미로 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산다면 어떨까. 
그래, 말도 안 된다. 책 읽는 사람들은 보통 책을 써서 돈을 벌고 있는데, 나는 읽는 것도 빈약하지만 쓰는 건 더 형편없다는 걸 아니까. 결론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재미를 찾기. 아이 키우기와 학교 일.
그런데 지금은 다 필요없고 이 지긋지긋한 알레르기에서나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딸, "맨날맨날 치카하니까, 안 치카할래."
이 닦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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