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즐겁게 읽고 있었다. 현 교육의 문제점은 다 위의 높으신 분들의 잘못이라니, 이 얼마나 마음편한 이야기인가. 언제나 공교육 부실의 이야기에 가슴 뜨끔했던 나로서는, 비난의 화살을 튕겨버릴만한 말을 알려줬으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앞의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는데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옆에 괄호쳐진 부분, '(독어독문학 부전공)'이었다. 그 다음 문장에서 내가 왜 이 독어독문학 부전공이 걸리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독일 괴팅겐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사회학, 사회심리학, 철학, 과학사'를 공부했단다. 나는 이 중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조차 불가능할텐데, 공부한 학문이 다섯 개나 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근대 세계를 디자인한 대사상가들과 조우'했다고 한단다. 아, 이 부분은 본문에서 다시 한 번 반복된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미국의 이론과 교육체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시킨 현재 주류 교육학자들과,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서울대 출신과 미국 유학 편중에 대해 비난을 퍼부으면서 독일 이야기만 계속하는 저자와의 차이점이 나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에 축구에 관해서까지 뭐라 중얼거리는데, 저자도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이다. 뭐, 대한민국 남자들 대부분 축구에 대해서 할말이 참 많은 '전문가'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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