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여름이 준 선물 - 쉼표와 느낌표 1
유모토 가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응, 내게 있어서 정말 지난 여름에 선물 받은 보물 같은 책, "여름이 준 선물".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도 그렇고, 아이들의 성장 소설같은 뻔한 시놉시스도 그렇고, 그냥 잔잔한 책 일 것 같아서 사놓고 읽지 않고 있다가, 아무 생각없이 책을 잡자마자 다 읽어버린 책. 심심한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기도 오랫만이었다.

아기에서 아이가 되고, 아이에서 소년이 되고, 소년에서 청년이 되고, 청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가운데, 아이에서 소년이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 따스하고 자근자근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없지만 어느새 나도 이렇게 자라왔구나, 하고 자신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소설. ...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아이들에 대하여 부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고, 내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가르쳐 주고, 아무리 작아도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 아무때나 훌쩍 찾아가서 마음 편히 쉴 수가 있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 좋아하는 여자애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나를 가르치려 하고,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나를 자신에게 맞게 바꾸려는 어른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와 놀아주고, 이야기해주는 그런 어른이. "왜 어머니가 나한테, 어서 커서 아버지한테 꼭 복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때, 들어와서 수박 한덩어리나 먹고 가라고 말해줄수 있는.

응, 왜 나에게는, 아니 우리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던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억지로 얘기하기를 그만두면,
몸이 오랜 세월에 길든 서로의 리듬을 마음대로 새겨준다.
그러면 대화는 느긋하고 매끄럽다.
-p51

그래도 다도코로 씨는 멍하니 먼 곳을 보면서
고맙다는 말을 할 뿐이다.
딱히 웃지도 않고 위로하지도 않고,
도리어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또 일상이 돌아온다.

나는 현실이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광경을 보면 사람이란 참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어둠을 처리할 장소가 있으면
조용한 사무실에서 비명을 지를 만큼 절박해지지 않는다.
-p61

애도의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유독 명랑했다.
정말 무언가를 잃으면 사람은 잠시 그렇게 된다.
그리고 일상에 섞여 정말로 외로운 때가 천천히 찾아온다.
그렇다는 것을 잘 알지만 친구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보고 있는 것밖에는.
-118



요시모토 바나나는 아줌마가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웃음과 함께 살풋 든 생각이, 그것이었다.

아아- 이제 바나나의 소설은 "하느님 바보"하면서 사랑한다 몸부림치지도 않고, 울먹이며 "하치가 보이지 않으니 눈물이여 멈춰주세요" 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만히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에서 버티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는 바뀌지 않았다. 친구, 가족, 주변에 존재하는 작고 익숙한 것들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속삭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의 작품은 확- 끌리는 맛은 없지만, 한 번 잡으면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단편은, 다도코로씨.
내 친구들은 믿지 않겠지만, 나, 진심으로, 다도코로씨 같은 사람이 되고팠던 적이 있었다. 낡은 고향집의 말라빠진 개처럼, 썩고 더러워졌지만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이정표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정말 그럴수 있다면, 참 많이 행복했을 텐데.

...기다릴 사람을 만나지 못한 탓에, 결국 여기까지 살아왔지만.

그 다음으로 맘에 든 단편은 아빠의 맛.
이 글을 읽으면서 확실히 한 가지 결심. 다른 음식은 다 못해도 좋지만, 나는 정말 맛있는 오믈렛 하나는 만드는 사람이 되리라. 아니, 스파게티여도 좋고, 소면이어도 좋고, 라면이나 돈까스, 카레밥이어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정말 따뜻하고 맛있는, 무엇인가 한가지는 만드는 사람이 될거라고. 

..그래서 꼭, 내 가족에게, 나를 찾아온 친구들에게, 해 먹일거라고. ㅡ_ㅡv

(하지만... 이번호 표지는 좀 너무했다구. 악취미야, 이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이 책에 별 4개는 좀 과하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들의 모음이지만, 그 각각의 편차가 좀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파이란"의 원작이라는 단편 "러브레터"는... (그 글을 읽으면서, 이 원작으로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든 송해성 감독은 천재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지 못하게 된 이유는, 오직 하나. 아사다 지로가 보여주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 부적응자, 또는 낙오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퇴직을 앞둔 철도원, 3류 야쿠자, 실직한 회사원... 그런 사람들이 아사다 지로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의 소설들에 우아하고 잘난 주인공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바닥에서, 원칙을 지켜가며 한 사회를 버텨왔던 사람들에 대한 믿음. (물론 그 가운데 쓸데없이 눈물 ㅡ_ㅡ과 의리를 강조해서 조금 걸리적 거리긴 하지만...)

한번쯤 읽어봐도 손해는 보지않을 책.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내 소중한 사람 1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별 하나를 주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에 붙어있는 번역자의 과찬이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로 나쁘다.

대충 이야기만 들으면 흥미가 생긴다. 죽은 네 사람이 각각의 풀어야할 사연을 가지고, 전혀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지상에 돌아와서, 그 네 사람이 얽히고 설키면서 벌어지는 사흘동안의 이야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야기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도 이런 구조. 서로 관련이 없는듯하면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인연의 고리.

하지만 유일하게 봐줄만한 것은, 저승에 대한 묘사뿐. 현실과 다를바 없는, 관료적인 공무원 세계처럼 보이는 저승에 대한 묘사. 그것만이 유일하게 재미있다.

두권으로 나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면서 속으로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단편 모음집인 철도원을 읽으면서도 단편 각각의 편차가 너무 커서 당황스러웠는데, 이 책은 그 가운데 엉터리 단편을 크게 부풀려 놓은듯한 느낌이다.

우띠- 이 따위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단 말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응, 이런 꿈을 꾸는 것도 괜찮겠지. 너무나 낡은 시대의 글이라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미야자와 겐지의 글 같은 꿈도.

 처음에 읽을 때는 글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속독을 즐기는 타입인 내가, 처음 책을 잡고 다 읽기까지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을 정도니까(무려 한달). 이유는 단 하나, 맨 처음 글인 은하철도의 밤-에서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 왜 막혔냐고? 실은 글에 나오는 거리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글에 나오는 꽃이름이, 풀이름이, 나무이름이 낯설어서- 그 고비를 넘기기가 참 힘들었었다(덕분에 어린이를 위한 식물도감책을 다시 읽을 예정이라는.).

겐지가 살았던 시대는 그런 시대. 이상한 이름의 기계들 보다는, 꽃과 풀과 별과 나무가 더 친숙하게 존재하던 시대. 그런 이름 따위야 누구라도 알 수 있었을 시대. 그리고 그 안에서 노니는 주인공들은 무엇인가 담백하다. 엄청나게 분노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웃지도 않으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아뭏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슬슬 글이 재밌어졌다. 뻔하고 과장된 이야기들만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재미 이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어렸을 때 계몽사 세계 ㅡ_ㅡ 명작선으로 읽었던 동화들을 다시 만나는 재미(이상한 음식점, 첼로 연주자 고슈)도 솔솔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