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응, 이런 꿈을 꾸는 것도 괜찮겠지. 너무나 낡은 시대의 글이라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미야자와 겐지의 글 같은 꿈도.

 처음에 읽을 때는 글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속독을 즐기는 타입인 내가, 처음 책을 잡고 다 읽기까지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을 정도니까(무려 한달). 이유는 단 하나, 맨 처음 글인 은하철도의 밤-에서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 왜 막혔냐고? 실은 글에 나오는 거리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글에 나오는 꽃이름이, 풀이름이, 나무이름이 낯설어서- 그 고비를 넘기기가 참 힘들었었다(덕분에 어린이를 위한 식물도감책을 다시 읽을 예정이라는.).

겐지가 살았던 시대는 그런 시대. 이상한 이름의 기계들 보다는, 꽃과 풀과 별과 나무가 더 친숙하게 존재하던 시대. 그런 이름 따위야 누구라도 알 수 있었을 시대. 그리고 그 안에서 노니는 주인공들은 무엇인가 담백하다. 엄청나게 분노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웃지도 않으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아뭏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슬슬 글이 재밌어졌다. 뻔하고 과장된 이야기들만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재미 이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어렸을 때 계몽사 세계 ㅡ_ㅡ 명작선으로 읽었던 동화들을 다시 만나는 재미(이상한 음식점, 첼로 연주자 고슈)도 솔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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