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문학과지성 시인선 52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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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물을 받아서 처음 읽었다. 그러니까, 몇번의 실연을 당하고, 머리 뒤에 칼을 꽂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쓸쓸한 마음에- 밤새 밤과 놀아날때- 사람 보다도 술 보다도 밤이 좋아서 밤을 샐 때, 그때, 아주 키가 작고 귤색 머리를 한 친구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좋아' - 라는 한 마디와 함께.

그리고 그 날밤, 읽지 않고 버려두고 있다가, 술에 깬 다음날 아침, 진한 숙취 기운과 함께 읽어버렸다. 읽다가, 읽다가, 다 읽어버렸다. 가만가만, 누군가가 옆에서 허밍으로 노래하고 있는 듯한 느낌. 대낮부터 쓸쓸한 내 마음속으로 밤이 걸어들어와, 편두통의 곁에서 웅얼웅얼 노래부르다가 떠난다. 그것은, 슬픔도, 애절함도, 눈물도 아닌, 뭐랄까. 아무도 힘들다고 하지 않는데, 나는 그 어리석을 정도의 아픔에 푸욱 젖어버리는 느낌. 그러면서 위로받는 내 마음은 또 무엇인지.

눈물나요- 아파요- 외로워요- 라고 말하는 주절대는 글들 따위에서는 느낄수 없는, 어쩔수 없다는 것을 알아, 그런데 왜? 나쁘지 않아- 괜찮아- 그렇게 사는 거야- 라면서, 슬프게 웃음을 지어주는 친구의 달래줌 같은 글.

덕분에 나는, 따뜻한 입김을 품에 가지고 살아갈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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