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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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억지로 얘기하기를 그만두면,
몸이 오랜 세월에 길든 서로의 리듬을 마음대로 새겨준다.
그러면 대화는 느긋하고 매끄럽다.
-p51

그래도 다도코로 씨는 멍하니 먼 곳을 보면서
고맙다는 말을 할 뿐이다.
딱히 웃지도 않고 위로하지도 않고,
도리어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또 일상이 돌아온다.

나는 현실이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광경을 보면 사람이란 참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어둠을 처리할 장소가 있으면
조용한 사무실에서 비명을 지를 만큼 절박해지지 않는다.
-p61

애도의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유독 명랑했다.
정말 무언가를 잃으면 사람은 잠시 그렇게 된다.
그리고 일상에 섞여 정말로 외로운 때가 천천히 찾아온다.
그렇다는 것을 잘 알지만 친구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보고 있는 것밖에는.
-118



요시모토 바나나는 아줌마가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웃음과 함께 살풋 든 생각이, 그것이었다.

아아- 이제 바나나의 소설은 "하느님 바보"하면서 사랑한다 몸부림치지도 않고, 울먹이며 "하치가 보이지 않으니 눈물이여 멈춰주세요" 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만히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에서 버티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는 바뀌지 않았다. 친구, 가족, 주변에 존재하는 작고 익숙한 것들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속삭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의 작품은 확- 끌리는 맛은 없지만, 한 번 잡으면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단편은, 다도코로씨.
내 친구들은 믿지 않겠지만, 나, 진심으로, 다도코로씨 같은 사람이 되고팠던 적이 있었다. 낡은 고향집의 말라빠진 개처럼, 썩고 더러워졌지만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이정표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정말 그럴수 있다면, 참 많이 행복했을 텐데.

...기다릴 사람을 만나지 못한 탓에, 결국 여기까지 살아왔지만.

그 다음으로 맘에 든 단편은 아빠의 맛.
이 글을 읽으면서 확실히 한 가지 결심. 다른 음식은 다 못해도 좋지만, 나는 정말 맛있는 오믈렛 하나는 만드는 사람이 되리라. 아니, 스파게티여도 좋고, 소면이어도 좋고, 라면이나 돈까스, 카레밥이어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정말 따뜻하고 맛있는, 무엇인가 한가지는 만드는 사람이 될거라고. 

..그래서 꼭, 내 가족에게, 나를 찾아온 친구들에게, 해 먹일거라고. ㅡ_ㅡv

(하지만... 이번호 표지는 좀 너무했다구. 악취미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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