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배우는 초등 수학 개념 : 초 1~2학년
정가영 지음 / 경향BP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가 되면서 첫째 아이가 예비 초등이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키울 때는 힘들었던 기억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그런 기억은 멀리멀리 날아가버리고 훌쩍 큰 아이만 제 눈 앞에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예요. 요즘 같아서는 '시간아, 조금만 천천히!!' 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7세, 흔히들 '예비 초등'이라고 하쥬. 학습의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때가 머지 않았어요. 지금도 거실에서 동생과 자동차를 굴리며, 블럭으로 열심히 탑을 쌓으며 놀고 있는 저 아이가 내년이면 학교에 간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 엄마는 책을 모으는 것만큼이나 교구에도 욕심이 많아요. 데헷!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싶을 정도로 이런 저런 교구를 사들이는 저를 보면, 옆지기가 이런 저를 참아주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생각될 정도입니다. 저는 수학을 그리 잘 하지 못했어요.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던 언어와 외국어와는 달리, 수학만은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고요. 하루 10시간을 공부한다 했을 때, 수학은 8시간, 언어는 1시간, 외국어는 1시간을 투자해도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던 그 때, 저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거의 기억이 '우리 아이들만은 수학으로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교구와 워크북으로 차근차근 수학의 길로 들어섰다 생각했는데, 7세가 되니 또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접하게 된 [그림으로 배우는 초등 수학 개념]입니다. 초등학생이면 읽기 독립이 되어 있을테니 아이가 차분히 넘겨봐도 좋은 책이지만, 저는 보호자들이 먼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아이들이 해왔던 것 체크, 부족한 부분 체크. 가르기와 모으기를 거쳐 덧셈과 뺄셈을 열심히 하고 있는 저희 첫째는 천 단위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해주어야겠고, 자로 길이를 재어본 적이 없으니 요 부분도 챙겨봐야겠고, 곱셈과 세로셈 등도 접하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 아시죠? 아직 충분히 여유는 있고, 차근차근 천천히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서 해나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급증은 아이를 잡습니다. 

 

저는 그림도 동글동글 귀엽고 색감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저자의 약력을 보니 수학교육과가 아닌 초등국어교육을 전공했다고 하셔서 살짝, 아주 살짝 미심쩍었지만,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만능이시니까요! 긴긴 명절 연휴도 지났으니, 내일은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는 교구 정리도 하면서 미처 접하지 못했던 부분 살짝살짝 건드려봐야겠어요.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경향BP>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순찬 그림, 박홍순 글 / 비아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철학책!! 어쨌거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고양이로, 두 명의 인간 저자는 그저 보조적인 역할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소개된다. 무엇보다 고양이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어려운 철학부분도 쉽게 다가올 것 같은 느낌!!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전부였던 서양철학.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면서부터 탐구 대상이 인간 내면으로 향하면서 철학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하는 인문학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지니아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늘 누가 있고, 늘 텔레비전이랑 라디오가 켜져 있어서 아주 시끄러워. 천사가 지나갈 시간이 없어."

"좋잖아. 늘 가족한테 둘러싸여 있다니."

"안 좋아. 우리 집은 천사가 지나갈 수 없는 집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그렇게?"

"혼자가 되고 싶어."

p272

 

혼자가 되고 싶어, 혼자 있고 싶다. 요즘 제 머리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입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고 초조해요. 원인은 알고 있지만 약해지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이유가 있다는 것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머리속은 안개가 낀 듯 뿌옇고, 생각 하나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간절하게 혼자 있고 싶다는 저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코로나의 여파로 아이들은 등원하는 날보다 집에 있는 날이 더 많네요. 으힛. 가끔은 아이들이 부르는 끊임없는 '엄마' 소리에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이 집이 '천사가 지나갈 시간'이 있는 집이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독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그만큼 절실하게 혼자이고 싶었던 거겠죠. 그렇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으니까요. 

 

15년만에 개정판으로 찾아온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는 호쿠리쿠 지방 K시에서 벌어진 독살 사건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열일곱 명이나 희생되고 오직 두 사람만 살아남은 잔혹한 범죄. 그 중 한 명은 사건이 발생했던 저택의 장녀 아이자와 히사코입니다. 결국 범인은 유서를 써놓은 채 자살하지만, 작품의 초반에서부터 히사코를 향한 의심스러운 분위기가 피어오르죠. 그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아수라장 속에서 오직 이 소녀만이 그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오싹한 장면은 어느 새 과거로 흘러가고, 그날로부터 20여년 뒤 사이가 마키코가 당시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합니다. [잊혀진 축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책. [유지니아]에는 그 책의 작가와 편집자, 담당 형사, 독을 마시고 생존한 가정부, 범인을 따랐던 동네 아이, 이제는 중년이 된 히사코의 증언이 잇달아 등장하며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진범은 왜,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는가!!

 

한때 온다 리쿠의 작품이라면 닥치는대로 읽었던 저에게 [유지니아]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어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탐색해야 했던 지난 날이 떠올랐습니다. 현재까지 그녀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 제가 어째서 개정 전 [유지니아]를 읽지 않았던가-하는 것은 제게도 큰 의문이지만, 덕분에 지금 이렇게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오히려 기쁘기까지 합니다. 한폭의 그림이 떠오르는 듯한 섬세한 작품. 그 안에서 인간의 바랄 수 없는 욕망과, 해서는 안 되는 죄악과, 인생의 허무함들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따라가며 과거의 흔적들을 따라가는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목이 메었다가 끝내는 맥이 탁 풀렸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시간이었건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찬란했던 과거의 추억들만 빛을 발하는 초라한 현실. 그 안에 갇혀 이제는 스러져 간 사람들의 추억과 죄의 무게만 짊어진 채 남은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그녀가 참으로 가엾게 느껴졌어요.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된 것입니다. 자신이 원했던대로, 그러나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읽는 내내 작품의 배경이 된 날씨가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 했습니다. 살인적인 무더위, 줄줄 흘러내리는 땀, 숨통을 죄어오는 듯한 햇빛. 그럼에도 작품의 배경이 된 이시카와 현의 가나자와 시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요. 온다 리쿠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기억이 될만한 작품 [유지니아]. 이 작품을 저의 2천번째 리뷰로 남겨둘 수 있어 행복합니다. 먼 훗날, 아련한 추억에 잠겨 다시 이 작품을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B.A.패리스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하인드 도어]라는 훌륭한 작품을 선보여놓고서는, 적어도 저에게는 그 뒤에 발표한 작품들이 그렇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비하인드 도어]를 다시 읽은 뒤로 곰곰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의 작품들에 다가가는 저의 방식이 옳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그 속도감과 스릴을 즐기기 위해 빠르게 책장을 넘겨가며 읽을 때도 있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가정보육 때문에 아이들을 챙기다가 잠시 틈이 생겼을 때 읽어나갔던 [테라피스트]. 스릴러 소설은 한번에 좍 읽어야 재미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이 작품은 틈틈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마주할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 레오와 런던의 호화로운 주택 단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앨리스. 아직 레오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을 뒤로 하고 이웃들과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오직 한 사람, 탐신만이 유독 앨리스를 배척하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거리를 좁히고 싶어 이웃들을 초대한 식사 시간. 어떤 남자가 이웃을 가장해 앨리스의 집으로 들어오고, 앨리스 외에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오히려 모두 그녀의 망상이 아닌가 몰아가요. 그런 와중에 이 집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앨리스. 레오마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앨리스의 일상은 이제 공포와 두려움으로 물들어갑니다. 과거 겪은 비극으로 부쩍 예민해진 그녀를 맴도는 불안한 그림자.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일단 레오와 갑자기 살림을 합친 것부터 불안해요! [비하인드 도어]를 통해 경험했지만 매력적인 남자는 위험인물!! 게다가 비밀도 있고, 이사한 뒤부터 태도도 의심스럽습니다.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앨리스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들만으로 충분하지 않냐며 요상한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면서 앨리스에게 비밀로 한 것은 백번 양보해도 좋게 봐주기 힘들고요. 사실 전 탐신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앨리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어쩐지 나중에는 그녀에게 힘이 되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오히려 앨리스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는 이브가 더 의심스러웠죠. 하지만 역시 진범은 다른 곳에서 출현!! 두둥!! 

 

전개가 으어엄청 빠르지는 않지만 '심리 스릴러'인만큼 앨리스가 느끼는 감정선을 따라 읽는 재미가 있어요. 처음부터 레오가 비밀을 만든 게 잘못이지만, 어쩐지 레오에게 가혹해보이는 앨리스의 심리도 그녀의 과거를 이해하면 이해도 되고요. 이 사람이 범인인가, 아니면 저 사람이??!!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의 마음은 곧 앨리스의 마음이 되어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저 역시 똑같이 느끼는 경험을 했습니다!!  범인은 '혹시 이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었지만 그의 배경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반전의 묘미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푹 빠져 읽고나니 작가의 예전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찬찬히 읽었어야 할 이야기들을 반전과 범인에 맞춰 너무 빠르게 읽어나가지 않았나 후회가 되거든요. 모모에서 [비하인드 도어]처럼 다른 책들도 개정판으로 내어주면 좋겠네요. 표지맞춤으로!!

 

** <모모>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 -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류재화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문화> 출판사의 '해시태그 아트북' 시리즈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재는 '악마'다. 오싹하고 두려우면서도 어쩐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존재. 악마가 있는 곳, 있어야 할 곳인 지옥의 풍경을 요한계시록과 단테의 글, 여러 문장들을 바탕으로 구현해 낸 [악마]. 표지의 악마가 내뿜는 강렬한 눈빛에 금방이라도 압도당해버릴 것 같아 도저히 오랫동안 바라보기란 불가능했다. 독일의 상징주의 화가 프란츠 폰 슈트크가 그린 <루시퍼> 속 악마는 거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반짝이고 있는 눈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해버릴 것만 같다. 슈투크는 세기말 사회의 강박과 취향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밤의 검은색과 강렬한 푸른색이 주조를 이루는 그의 작품은 근대적 우울의 여러 변형을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악마가 처음으로 그림에 나타난 시기는 6세기부터이며, 그 이후 서기 1000년까지 그려져 왔다고 전해진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는 음탕함과 교활함의 대명사인 그리스의 신 '판'을 차용해 뿔이나 꼬리, 갈라진 굽 등으로 묘사된 염소로 나타냈다. 중세 기독교 시대에는 인간과 반대된 이미지로서 괴물이나 짐승을 닮고 털 달린 모습으로, 12-13세기부터는 타락한 천사를 강조하기 위해 박쥐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악마의 모습부터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까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전달해 준 악마. 과연 그는 누구, 혹은 무엇일까. 

 

그림 관련 책으로는 분량이 얼마 되지 않은 듯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는 상당하다. 악마를 비유한 표현, 악마를 다룬 문학 등 소소한 팁은 물론, 지도로 알아보는 악마, 악마의 표장, 악마를 상징하는 무엇들에 대한 내용까지, 마치 '악마를 집대성' 해놓은 기분이랄까. 악마가 염소나 뱀, 박쥐 등으로 상징된다는 것은 익숙하지만 돼지나 곰으로 묘사되기도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돼지는 더러움으로, 곰은 폭력과 야수성으로 악마를 상징한다. 시대에 따라 악마를 표현하는 부분도 다르다. 예를 들어 중세의 악마는 염소의 뿔과 털을 단 모습으로 상상되었다면, 근대에는 길게 늘어진 꼬리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표지의 '악마' 만큼이나 내 눈길을 강하게 사로잡은 것은 윌리엄 부게로의 작품인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다. 한 악마가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가운데 나체인 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현장. 그 장면을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상대의 팔을 꺾은 채 목을 물어뜯고 있는 처참한 포즈와 사나운 눈빛에 '이곳이야말로 지옥'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잔인함과 폭력성을 통해 내면에 악마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하다. 

 

악마, 나는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내 안에 악마가 있기 때문이다. 

샤를 보들레르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선과 악이 한 몸에 자리한다. 진화와 지식의 발달을 겪으면서 인간은 이러한 부조화에 혼란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자신의 악한 기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사탄'과 '악마'라는 존재가 탄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된 내면의 악마. 그 악마에게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악마에 대한 탐색. 악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예술가들의 외침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미술문화>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