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평점 :

B.A.패리스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하인드 도어]라는 훌륭한 작품을 선보여놓고서는, 적어도 저에게는 그 뒤에 발표한 작품들이 그렇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비하인드 도어]를 다시 읽은 뒤로 곰곰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의 작품들에 다가가는 저의 방식이 옳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그 속도감과 스릴을 즐기기 위해 빠르게 책장을 넘겨가며 읽을 때도 있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가정보육 때문에 아이들을 챙기다가 잠시 틈이 생겼을 때 읽어나갔던 [테라피스트]. 스릴러 소설은 한번에 좍 읽어야 재미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이 작품은 틈틈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마주할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 레오와 런던의 호화로운 주택 단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앨리스. 아직 레오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을 뒤로 하고 이웃들과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오직 한 사람, 탐신만이 유독 앨리스를 배척하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거리를 좁히고 싶어 이웃들을 초대한 식사 시간. 어떤 남자가 이웃을 가장해 앨리스의 집으로 들어오고, 앨리스 외에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오히려 모두 그녀의 망상이 아닌가 몰아가요. 그런 와중에 이 집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앨리스. 레오마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앨리스의 일상은 이제 공포와 두려움으로 물들어갑니다. 과거 겪은 비극으로 부쩍 예민해진 그녀를 맴도는 불안한 그림자.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일단 레오와 갑자기 살림을 합친 것부터 불안해요! [비하인드 도어]를 통해 경험했지만 매력적인 남자는 위험인물!! 게다가 비밀도 있고, 이사한 뒤부터 태도도 의심스럽습니다.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앨리스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들만으로 충분하지 않냐며 요상한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면서 앨리스에게 비밀로 한 것은 백번 양보해도 좋게 봐주기 힘들고요. 사실 전 탐신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앨리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어쩐지 나중에는 그녀에게 힘이 되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오히려 앨리스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는 이브가 더 의심스러웠죠. 하지만 역시 진범은 다른 곳에서 출현!! 두둥!!
전개가 으어엄청 빠르지는 않지만 '심리 스릴러'인만큼 앨리스가 느끼는 감정선을 따라 읽는 재미가 있어요. 처음부터 레오가 비밀을 만든 게 잘못이지만, 어쩐지 레오에게 가혹해보이는 앨리스의 심리도 그녀의 과거를 이해하면 이해도 되고요. 이 사람이 범인인가, 아니면 저 사람이??!!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의 마음은 곧 앨리스의 마음이 되어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저 역시 똑같이 느끼는 경험을 했습니다!! 범인은 '혹시 이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었지만 그의 배경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반전의 묘미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푹 빠져 읽고나니 작가의 예전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찬찬히 읽었어야 할 이야기들을 반전과 범인에 맞춰 너무 빠르게 읽어나가지 않았나 후회가 되거든요. 모모에서 [비하인드 도어]처럼 다른 책들도 개정판으로 내어주면 좋겠네요. 표지맞춤으로!!
** <모모>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