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 사건, 감동적 경험은 요란스레 나팔을 불며 오는 것이 아니라 낙조처럼 소리 없이, 여름 숲의 향내처럼 은은하게 온다. 감동의 능력을 되찾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것들에서 큰 감동의 원천을 발견하는 일이다.

p 143

 

생각해보면 우리 삶의 모든 것에 '감동'이라 이름붙이지 않을만한 것이 없다. 비록 코로나 시대이기는 하지만 가족들과 평범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 눈부신 햇살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모두 감동.

 

오늘처럼 아이가 미열이 있어 대기 상태인 지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이고 감사한 일상이었나 겸허히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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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상상력이 현대에 부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 세계의 현실이 안고 있는 딜레마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의 자원이 신화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신화에서 혼합성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것은 스핑크스, 미노타우르스 같은 괴물의 이미지이다......이성의 오만, 순수성 주장의 허구, 강자의 정체성 폭력 등을 허물고 해체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은유와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론적 도구가 되어 있다.

p 106-107

 

나도 신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단순히 취향이라고 여겼지 저자가 말한 '대안적 상상력의 자원'이라는 관점에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화 속에서 현실의 불합리함을 타파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던 것일까. 앞으로 신화를 읽게 된다면 부족하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른 가능성에 대한 모색, 마술적 세계의 상상, 그것이 창조적 상상력이라 언급한 저자. 이 책 어려운 듯 하면서 알아듣기 쉬운 듯 하면서, 알쏭달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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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우리나라 고유의 설화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고대 중동의 리디아 왕국 설화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런데 <나무꾼과 선녀>, <놀부와 흥부> 까지 우리 고유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니, 깜짝!! '이야기의 교역'이라는 시점이 생각보다 훨씬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구석기인들이 동굴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발견'에만 집중했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상징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은 상징을 씀으로써 인간이 된 것이 아닐까?'라는 문구에 가슴이 뭉클. 진화란, 대단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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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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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내가 사용하던 메일계정과 그 안의 정보들, 스마트폰 안의 연락처들과 이런저런 데이터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밀번호는 옆지기가 알고 있으니 알아서 정리해줄 것 같기도 한데, 혹시나 그 안에 옆지기나 다른 가족들이 보면 안되는 내용들이 있었던가. 현실 속에서 정리하는 일이 서툰 나는, 인터넷 세상 속 데이터들을 정리하는 데도 서툴러서 이런 저런 내용들이 섞여 있기는 한데 (그래도 나같은 사람들이 그렇듯, 무엇이 어디 있는지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아직까지 타인이 봐서 크게 곤란한 내용들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dele.com(디리 닷 컴)'에서는 의뢰인들이 부탁한 데이터를, 의뢰인 사후에 삭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민낯. 휠체어에 앉아 컴퓨터를 이용해 의뢰받은 일을 냉정하게 처리하는 사카가미 케이시와 그의 다리 역할을 하는 마시바 유타로. 대체로 의뢰인의 요청을 무난하게 처리하는 편이지만 타인의 사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타로에 의해 사업의 철칙을 깨고 몇 건의 데이터를 열람하기도 한다. 늘 유타로가 케이시에게 애걸복걸하는 형국이기는 하지만, 어느 때는 케이시가 못이기는 척 유타로의 부탁을 받아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경찰이나 탐정도 아닌 그저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 새 사망한 사람이 생전 전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거나 의문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회사를 만든다면 분명 정반대의 일을 할 거 같아.

정반대의 일?

당신이 죽은 후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을 내게 맡겨달라고. 난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온 힘을 다해 지키겠다고.

p302

 

현실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디리1]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현재로서는 체험해볼 수 없는 죽음 뒤의 모습 같은 것. 남아 있는 마음 같은 것들. '디리 닷 컴'에 의뢰한 사람들의 사연들을 통해 나는 무엇을 '남길 지' 생각해본다. 죽은 뒤 삭제할만한 것은 남기고 싶지 않다. 전할 수 있는 마음이라면 어떻게든 전하고, 미련 없이 상쾌하게 떠나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남기고 싶은 것을 남기겠다.


 

개인적으로 표지가 너무 아쉽다. 음침하고 형태를 잘 알아볼 수 없는 표지 때문에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상상했는데, 담긴 내용들은 상상 이상으로 따스하고 애틋하다. 으헝. 좋은 작품이 이대로 묻힐까봐 걱정이 된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 <살림>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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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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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표지지만 상상 이상으로 따뜻하고 애틋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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