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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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사책방 시리즈> 일곱 권 중 처음으로 선택한 도정일의 [만인의 인문학]. 그동안 이해하기 쉬운 인문학 책은 몇 권 읽어봤지만, 이렇게 인문학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고 '인문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해 고찰하게 해 준 책은 처음인 듯하다. 저자의 책은 '과연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하고, 그 물음은 저자가 다루는 모든 주제의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도출한 결론은, 인문학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특별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나하나가 바로 인문학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연결'의 기능이다. 어떤 사실 하나를 다른 일에 연결시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능력. 어쩌면 이것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 아닐까. 그 안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삶을 구성해나간다. 저자는 이를 '삶의 시학'이라 명명했는데, 삶의 시학은 '산다는 것의 예술'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예술을 하면서 사는 삶이 아닌 삶 자체를 예술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나의 삶이 다른 또 하나의 삶과 연결되면서 그 존재가 확장되고, 더불어 소통의 확장, 사랑의 확장을 이룩해낸다.

 

나는 여기에서 '문학'의 위대함을 발견했다. 사실 그 동안 옆지기나 다른 사람들이 '왜 소설을 읽느냐'라고 물으면 복잡한 나의 내면을 설명하기보다 그저 '재미있으니까'라는 말로 대신했는데, 존재의 확장-소통의 확장-사랑의 확장이라는 저자의 도식을 통해 비로소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깨달은 듯한 느낌이다.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이 이야기 속 사람이라면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할 지 생각해보게 된다.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한, '타인'이라는 존재가 되어보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실천을 책을 통해 행한다고 할까.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보고, 그의 감정을 느껴보고 이해하는 것. 이런 과정들은 결국 '사랑의 확장'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저자가 왜 '만인의' 인문학을 주장하는 지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인문학이란 학문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연구하는 분야가 아니다.

 

부산 사람들이 인문학이라는 화두를 손에 쥔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특별히 인간의 삶, 사람의 삶이 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삶의 경험을 표현하고,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할 실천의 방도들에 주목하는 일이다.

p186

 

결국 인문학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모든 것이 된다. 우리의 행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나 권력, 명예 같은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의미'라는 것. 이 말이 참 인상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나의 좋은 삶이 타인의 좋은 삶과 연결되고, 그 좋은 삶에 대한 가치 판단을 집단과 공유한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 특히 저자의 인간에 대한 희망, 따스한 시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들-감동, 환대, 여행, 문화, 행복, 소망, 패션, 평화 등-을 통해 인문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다방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이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임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방식은 물론, 이 지구에 인간이 필요한 이유를. 사람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이유'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각일 것이다. 부디 그 대답들이 가치있고 모두에게 좋은 것이기를. 만인에게 통용될 수 있는 인문학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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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시인의 하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4
장혜진 지음 / 북극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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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시인의 하루]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보면 참 좋은 그림책인 것 같습니다. 심오한 가운데 귀여움이 느껴지는 책이랄까요!


 

산책 좀 다녀오겠다는 꼬마 시인의 등 뒤로 쏟아지는 엄마의 잔소리. 에고, 어쩐지 우리 엄마들의 모습과 약간, 아주 약간 닮아있는 것 같지 않나요 ^^;;;


 


 


 

이렇게 어린 생명이,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합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공부하는 데 힘쓰고 또 가정을 꾸리고 더 좋은 집, 더 좋은 물질적 환경을 찾아 헤매는 어른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꿈꾸다 우리는 결국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요.

 

이런 꼬마 시인의 고뇌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끝을 맺습니다! 대체 이 그림책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했는데 꼬마 시인이 맞닥뜨린 상황에 그만 웃음이 빵 터졌어요.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인생은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은 꼬마 시인. 주옥같은 '오늘의 시'가 탄생합니다. 그 시가 어떤 시일지, 여러분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

 
와우북페스티벌과 네이버 그라폴리오가 주최하는 [제5회 상상만발 그림책] 당선작인 작품. 엄청 심각하면서도 웃음을 선사하고, 또 그 웃음 속에서도 철학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 시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어쩌면 당신도 노트 한 권과 펜을 들고 밖으로 나가 시를 쓰고 싶어질지도요. ^^

 

*출판사 <북극곰>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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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고양이 모그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9
주디스 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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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북극곰 북클럽>에 선정되어 받은 책입니다.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모그 덕에 벌어진 따뜻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어요. 무엇을 깜박깜박 하는지 한 번 들여다볼까요?

 

모그가 함께 살고 있는 다비네 가족입니다. 아빠와 엄마, 다비와 이지, 그리고 모그가 살고 있어요. 착하지만 별로 영리하지는 않은 모그. 그 중 모그의 최고 단점은 역시 깜박깜박 잘 잊어버린다는 점입니다.


 

밥을 먹고도 먹은 걸 깜박해서 또 먹기도 하고 다리를 핥다가 딴 생각이 나서 핥는 걸 그만두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기가 날지 못하는 고양이라는 것도 깜박해요! 더 큰 문제는 부엌에서 정원으로 나가는 고양이 문을 통해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걸 깜박한다는 것입니다.


 

밖에 나가면 그렇게 신이 나나 봅니다! 온갖 냄새를 맡고 새들을 쫓아다니고 나무에도 올라가요. 깜박깜박하기 때문인지자신의 복슬복슬한 꼬리랑 돌고 돌고 또 돌기도 합니다.

 

그러다! 고양이 문을 깜박한 거예요.


 

결국 모그가 취한 최후의 수단은 부엌 창문 앞 화단에 앉아 문이 열릴 때까지 야옹야옹 우는 것! 화단이 망가진 것을 본 아빠는 '모그 때문에 못 살겠다'며 짜증을 냈죠. 그럴 때 모그를 두둔해주는 건 다비 뿐이었어요!         

                     

깜박깜박하는 모그 때문에 식구들의 짜증은 늘어만갑니다. 다비가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을 깜박한 모그 때문에 무서운 꿈을 꾼 다비도 결국 울음을 터뜨려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모그 '덕분에' 큰 일을 막는 일이 생겨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모그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결과가 발생한 걸까요!

 

1970년에 출간된 이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 어느덧 출간 51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하여 출간되었어요.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로 스타작가가 된 주디스 커는 유대인이었습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유년시절을 나치 치하에서 두려움과 공포로 보내야 했죠. 그런 그녀가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마침내 행복한 삶과 예술 모두를 가지게 됩니다. 작가의 가정을 모티브로 창조되었다는 <고양이 모그> 시리즈!!

 

깜박깜박 잘 잊어버려 가족들을 곤란하게 만들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해 늘 한결같은 표정으로 생활하는 모그의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도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능청과는 또다른, 순진무구 그 자체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북극곰에서 출간된 <안녕, 모그>에서는 모그가 가족들 곁을 떠난다고 하는데 왠지 마음 아프게만 그려져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아요. 차분한 마음으로 <안녕, 모그>도 곧 펼쳐봐야겠습니다!

 

** 출판사 <북극곰>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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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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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흔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보면 자신을 잃게 된다고들 말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아이들 돌보기. 아침을 챙겨주고 등원 가방을 점검하고, 세면과 옷 입히기, 가까운 거리도 관찰하면서 다니는 아이들 덕분에 30분은 걸리는 등원 미션을 완료하고 나면 그제서야 한숨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집안일은 계속된다. 집안 정리와 빨래, 저녁 반찬 준비까지 이런 저런 일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하원 시간. 날이 좋을 때는 놀이터에서 1시간 이상은 함께 뛰어다니고, 들어와서 저녁 먹고 샤워하고 간단한 활동과 잠자리 독서를 마치면 그제야 취침이다. 글로 쓰면 간단해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단계단계에서 벌어지는 예측 못한 일들까지 포함하면 육아와 가사는 끝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 지금이야 육아휴직 중이니 이렇게 낮에 잠깐씩 짬을 낼 수 있지만 복직하고 나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헉헉댈 모습이 떠오르니 가슴이 철렁한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더라면 나는 멋지게 싱글 라이프를 즐길 수 있었을까. 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내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은 것은 아닐까. 이기적인 엄마 때문에 괜히 아이들이 상처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알고 있다. '이기적인 엄마'라며 아이들을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에는 나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해 선택하지 못한 다른 삶을 동경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를 비롯한 많은 엄마들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낳고 싶다는 우스갯소리에 담긴 깊은 애정. 부족한 엄마라도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절대적인 애정의 맛을 알아버렸으니까. 그렇다고 나의 선택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시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어리석다는 말을 종종 한다. 여자의 몸은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자녀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좋은 때란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쁜 때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받아치겠다. 자기 몸도 자기 삶도 아닐 때 사람들은 쉽게 일반화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완벽한 존재의 신화를 이미 여기 있는 훨씬 복잡한 존재보다 우선시하기도 한다. 이미 엄마가 된 사람만이 팔을 붙잡고 '잠깐만요'라고 말해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완벽하지는 않다. 미루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서두른다고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p 490-491

 

이미 엄마인 나는 로즈의 결정에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녀가 결코 쉽게 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해 줄 수 없듯, 나도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삶에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할 수도 선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그저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수다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로즈와 그녀의 엄마 엘리스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작품 속에서 이들을 비롯한 콘스턴스는 빛나는 청춘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신을 통해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반려라는 이름을 벗어난 자신으로 서기 위한 여정.


 

그런데 나는 역설적이게도 이런 모습들도 전부 진정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을 가지고 독립적으로만 살아야 '자신'이라는 말이 통하는 것일까. 연인, 아내, 딸. 너무 구속당하지만 않는다면, 이런 자리에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나'로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가, 즐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성들의 주체성과 사랑에 대해 [컨페션]을 포함 세 작품을 발표한 제시 버튼. 단순히 '여성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오랫동안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이제야 선택과 표현에 있어 자유로워졌음에 주목하고 읽으면 좋을 작품이다. 덕분에 나도 '진정한 자신'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내 자신에 대해 정리할 수 있어 개운한 느낌이다. '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므로. 그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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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상간 금지가 당연히 후천적인 것, ‘문화적 명령’이라 생각했었다. 책에 실린 배현숙씨의 논문을 보니 ‘자연의 명령’ 영향도 무시하기는 힘든 것 같다.

 

근친상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자연계인 식물의 세계에서도 발견된다면, 근친상간 금지명령은 유독 인간만의 금제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 그렇다면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신비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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