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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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흔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보면 자신을 잃게 된다고들 말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아이들 돌보기. 아침을 챙겨주고 등원 가방을 점검하고, 세면과 옷 입히기, 가까운 거리도 관찰하면서 다니는 아이들 덕분에 30분은 걸리는 등원 미션을 완료하고 나면 그제서야 한숨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집안일은 계속된다. 집안 정리와 빨래, 저녁 반찬 준비까지 이런 저런 일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하원 시간. 날이 좋을 때는 놀이터에서 1시간 이상은 함께 뛰어다니고, 들어와서 저녁 먹고 샤워하고 간단한 활동과 잠자리 독서를 마치면 그제야 취침이다. 글로 쓰면 간단해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단계단계에서 벌어지는 예측 못한 일들까지 포함하면 육아와 가사는 끝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 지금이야 육아휴직 중이니 이렇게 낮에 잠깐씩 짬을 낼 수 있지만 복직하고 나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헉헉댈 모습이 떠오르니 가슴이 철렁한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더라면 나는 멋지게 싱글 라이프를 즐길 수 있었을까. 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내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은 것은 아닐까. 이기적인 엄마 때문에 괜히 아이들이 상처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알고 있다. '이기적인 엄마'라며 아이들을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에는 나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해 선택하지 못한 다른 삶을 동경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를 비롯한 많은 엄마들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낳고 싶다는 우스갯소리에 담긴 깊은 애정. 부족한 엄마라도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절대적인 애정의 맛을 알아버렸으니까. 그렇다고 나의 선택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시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어리석다는 말을 종종 한다. 여자의 몸은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자녀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좋은 때란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쁜 때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받아치겠다. 자기 몸도 자기 삶도 아닐 때 사람들은 쉽게 일반화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완벽한 존재의 신화를 이미 여기 있는 훨씬 복잡한 존재보다 우선시하기도 한다. 이미 엄마가 된 사람만이 팔을 붙잡고 '잠깐만요'라고 말해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완벽하지는 않다. 미루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서두른다고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p 490-491

 

이미 엄마인 나는 로즈의 결정에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녀가 결코 쉽게 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해 줄 수 없듯, 나도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삶에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할 수도 선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그저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수다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로즈와 그녀의 엄마 엘리스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작품 속에서 이들을 비롯한 콘스턴스는 빛나는 청춘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신을 통해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반려라는 이름을 벗어난 자신으로 서기 위한 여정.


 

그런데 나는 역설적이게도 이런 모습들도 전부 진정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을 가지고 독립적으로만 살아야 '자신'이라는 말이 통하는 것일까. 연인, 아내, 딸. 너무 구속당하지만 않는다면, 이런 자리에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나'로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가, 즐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성들의 주체성과 사랑에 대해 [컨페션]을 포함 세 작품을 발표한 제시 버튼. 단순히 '여성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오랫동안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이제야 선택과 표현에 있어 자유로워졌음에 주목하고 읽으면 좋을 작품이다. 덕분에 나도 '진정한 자신'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내 자신에 대해 정리할 수 있어 개운한 느낌이다. '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므로. 그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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