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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ㅣ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평점 :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후회하거나 큰 불만은 없지만, 만약 서점 직원이나 도서관 사서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면 전 아마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점 직원과 도서관 사서는 저에게 ‘직업’으로 다가오기보다 꿈같은, 환상의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겠지만 좋아하는 책 가까이에 항상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니까요.
오래된 백화점 내 긴가도 서점에서 일하는 츠키하라 잇세이는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보물 찾기 대마왕’이에요. 어느 날 책을 훔치다가 들킨 소년을 뒤쫓던 중 소년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잇세이는 10년이나 일했던 긴가도 서점에 사표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인터넷으로 연락을 취해온 오후도 서점의 주인을 만나러 벚꽃으로 뒤덮인 작은 마을 사쿠라노마치로 떠나요. 그 곳에서 만난 오후도 서점의 주인은 잇세이에게 몸이 아픈 자신을 대신해 대신 서점을 맡아줄 것을 부탁합니다. 한편, 잇세이가 긴가도 서점을 떠나기 전 마케팅을 부탁한 숨은 보물 [4월의 물고기]의 진가를 알아본 동료들은,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을 쏟아냅니다. 시골 마을의 작은 오후도 서점과 오래된 긴가도 서점의 사람들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endif]-->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 다음 날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제가 책에 하염없이 빠져들었던 계기는 임용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였어요. 어쩐지 공부 이외의 다른 것을 하면 꼭 시험에 떨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첫 해의 시험결과는 낙방. 그 다음 해 우연히 알게 된 북카페를 통해 읽게 된 책 한 권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다 중간중간 머리가 복잡해서 잠시 쉬고 싶을 때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또 위안이 되더라고요. 공부에도 더 집중하게 되고 삶에 활기가 생겼다고 할까요. 그렇게 책이 가진 위안의 힘을 알게 되고, 그 때 본격적으로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펼치기만 하면 다른 세상으로 인도해주는, 이렇게 신비하고 경이로운 발명품이 또 있을까요.
이런 책들 가까이에서 누군가에게 책을 팔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팔리는 것을 보는 기분이란 얼마나 멋질지 저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는 그런 서점인들의 마음이 가슴 벅차게 그려져 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알리기 위해 온 마음과 노력을 바치는 모습에서,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나도 저 자리에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작품은 마음 속에 자리한 상처가 물론 책으로도 치유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그 아픔이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책도 중요하지만 곁에서 자신을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사람들의 존재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줘요.
이 작품을 읽다보니 저도 저만의 서점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그런 열망이 가슴 속에 자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도 꽃잎 흩날리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저만의 서가를 열고 소중한 인연을 맺는, 언젠가를 한 번 꿈꿔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