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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일면식도 없던 소년에게 폭행당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돌아온 이치로이 고즈에. 그녀를 습격한 범인은 근처 고등학에 다니던, 이제 열일곱이 된 소년 구츠와 기미히코였다. 그는 고즈에 뿐만 아니라 이미 의사, 초등학생, 독거노인을 살해한 전력이 있었고 고즈에는 그의 네 번째 타깃이었다. 격렬한 저항으로 살아남았지만 그가 자신을 공격하던 순간의 살의는 사건 발생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왜 그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인가. 자신의 기억에는 없지만 그에게 모욕을 준 일이 있었나. 구츠와는 고즈에를 공격한 직후 행방을 감춰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고즈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과 두려움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그 동안의 고충을 사건담당 형사였던 나루토모에게 하소연한다. 그는 그녀의 괴로움에 진지하게 응답해, 미스터리 작가와 전직 형사 등이 멤버인 추리모임 <연미회>에 그녀의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츠카와 헤이타, 미스터리 작가 겸 에세이 작가인 야츠메 아리사, 전직 현경 출신의 사립탐정 회사를 운영하는 요보로베 야스노리, 범죄심리학 전문인 이즈미다테 유미코, 본격 미스터리 전문의 슈타라 아츠시. 나름 추리와 미스터리 쪽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의견을 개진한다. 이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 사람이 반론을 내거나 동의하기도 하면서 여러 가설이 흥미진진하게 오가지만 범인인 구츠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다. 과연 고즈에는 이 모임에서 구츠와가 자신을 공격한 동기에 대해 알게 될까. 구츠와가 연쇄살인을 계획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이야기에 정신없이 빨려들어가다가, 마지막에 자리한 경악할만한 진실에 그만 입을 떠 벌리고 말았다.
구츠와의 동기, 구츠와 외의 다른 진범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로 진행되어 정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이 사람의 범행 동기는 평범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악의 화신의 탄생이라고 해야할까.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그를 보면서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됐을 지 생각하니 모든 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끈처럼 이어져 있는 것 듯한 느낌이 든다. 부디 누군가 나타나 그를 멈춰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될 정도. 충격적인 결말에 너무 정신이 없다. 띠지에 적힌 홍보문구처럼 이런 범죄 소설은 처음이다.
내용도 흥미롭고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표지 이미지나 속지 이미지가 너무 아쉽다.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작품을 몇 번 읽었는데 가장 충격적인 표지는 츠지무라 미즈키의 [동그라미]. 츠지무라 미즈키의 완전 팬인데 이 작품의 표지를 보고는 구매의욕을 잃었다. 흥미로운 작품들 많은데 부디 표지의 알흠다움에도 신경 써주시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