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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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이야미스라니, 두려우면서도 기대된다. 읽지 않고 어찌 참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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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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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흑인대통령이 평등과 평화를 외치던 나라가, 국민을 고분고분한 양처럼 길들이고 싶어하는 새 대통령과 모든 사람이 성경의 교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했다.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의 권리를 하나씩 빼앗고 급기야 이제는 하루에 100단어 이상을 말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여성들을 구속하는, 단어 수를 세는 팔찌가 24시간 그녀들을 감시하며 매체는 오직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찬양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결혼 17년 차인 남편과 아들 셋과 딸 하나를 키우는 엄마이자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인 진 매클랠런 박사는 어느 날 정부로부터 실어증 치료제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정부 주요 인물을 암살하고 정권을 뒤엎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이 작품을 읽는 순간부터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에 100단어.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단순한 일상적인 말들-일어나자, 잘 잤어?, 밥 먹자, 이리와, 뭐 먹고 싶어 등등-만으로도 100단어는 무슨, 천 단어는 훨씬 넘을 것 같은데 100단어라니! 킹 목사의 교리와 여성들을 위한 선언문을 읽다보면 당장에라도 책을 집어던지고 싶어진다.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줄 수 없고, 사랑한다는 말조차 아껴가며 해야 하는 세상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딸 소니아의 미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진의 심정이 아프도록 이해되었다.

 

바뜨. 그런 그녀의 캐릭터에 100 퍼센트 공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의 불륜! 아무리 결혼 17년 차이고, 남편과의 잠자리가 습관처럼 되어버려 지루하게 느껴진다 해도, 불륜은 불륜 아닌가. 남편인 패트릭과 불륜남인 로렌조의 성격을 비교하면서 이래서 자신이 로렌조를 사랑한다는 둥, 남편은 이런 상황에서는 이랬을 거라는 둥 하는 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빈정이 상했다. 게다가 뱃속에는 로렌조의 아이까지! 그런 진의 상황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패트릭은 조용히 그녀를 이해해주고 희생을 감수하려고 한다. 패트릭은 호구인가! 아무리 진이 하는 일이 훌륭하다고 해도 인간적인 면에서 이렇게 결점이 나타나버리면, 나는 그 캐릭터에 대해 흥미가 아주 떨어져버려서, 결국 작품 전체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이는 이 작품을 읽고 이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꿈꾸게 될까. 언제가는 또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일까. 그 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비록 진이 인간적인 면에서는 매력이 떨어지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녀가 한 일은 기억해야 할까. 하지만 진만큼 큰 역할을 해낸 것은 패트릭인데. 이런 저런 생각들로 복잡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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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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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유능한 변호사인 니노미야 아키라. 그러나 그의 정체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다.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일말의 양심의 가책 없이 그 누구든 죽일 수 있다. 그런 그 앞에 갑자기 나타난, 기괴한 가면을 쓰고 도끼를 쓴 살인마. '너희 같은 괴물들은 죽어야 해'라며 갑자기 니노미야를 공격해온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개골 골절을 입은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백발의 여성에게 맞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플래시백 되면서 갑자기 '마음'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그 보호자를 갑자기 살해하기도 하고, 쇼윈도 애인인 미에가 불러주는 노래에 어쩐 일인지 눈물이 흐른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병원에서 찍은 두개골 사진을 통해 그의 뇌에 뇌칩이 심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에게 일어난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는 니노미야. 자신을 공격한 '괴물나무꾼'을 찾아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그 무렵 머리를 깨고 뇌를 꺼내가는 연쇄살인범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벌써 일어난 범행만 몇 차례.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동원하여 수사에 박차를 가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왜 머리를 깨고 뇌를 꺼내가는 것인지 도저히 감도 잡을 수 없다. 그러던 중 피해자들이 모두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들이었다는 것, 더 나아가 그들이 한 때 '토우마 부부'에게 유괴당해 머리에 뇌칩을 심는 시술을 받고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것까지 밝혀진다. 토우마 부부가 아이들을 유괴하고 뇌칩을 심는 시술을 한 목적은 가히 경악할만한 것. 어떻게 인간으로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 대목에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생각해낼 수 있는 잔인함과 기괴함인가. 연쇄살인의 발단이 된 '시즈오카 아동 연속 유괴 살인사건'. 과연 범인은 토우마 부부의 공범인가, 또 다른 피해자인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이 페이지를 쉴 새 없이 넘기게 만든다.

 

지금까지 본 대결 중 최강이자 최악이 아닌가 싶다. 한쪽은 변호사의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 또 다른 한 쪽은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뇌를 꺼내가는 연쇄살인마. 과연 이 대결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인지 궁금한 한편, 양쪽 모두 응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됐든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는 괴물들이지 않나. 그럼에도 밝혀지는 진실 앞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학문과 실험에 대한 잘못된 열정으로 아이들을 유괴하고 머리에 뇌칩을 심는 시술을 한 토우마 부부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말같지 않은 논리로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부디 정신 차려주시기를! 당신들에게도 '괴물 나무꾼'이 찾아갈 지 모를 일이다.

 

'괴물 나무꾼'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니노미야 아키라라는 캐릭터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음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연쇄살인마의 공격으로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게 되는 변화라니. 어렵게 마음을 손에 넣은 자신을 방해하는 자라면 모두 없애버릴 거라 각오하는 니노미야는 어쩌면 최강무적이 된 게 아닐까. 마음을 얻은 사이코패스. 시리즈를 기대하게 되는, '제1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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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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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집이었지만 괜찮았다. 소녀에게는 동생 질이 있었으니까. 순진하고 아름답고 밤에 나의 품을 파고들며 잠드는 사랑하는 질. 그것만이 행복이었고 오직 이 집에서 버티게 해주는 생명줄 같은 것이었다. 그런 끈이, 어느 날 툭 끊어진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사고로 반쪽이 날아가는 것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하면서 질 안에 있던 어떤 것이 무너지고, 또 다른 무엇에 잠식당해갔다. 아버지에게도 존재하는 하이에나의 본능. 약한 것을 때리고 괴롭히며 그 마지막 숨결을 빼앗는 것을 즐기는 잔인함이, 질의 몸 안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나는 타임머신을 개발해야 한다. 사고가 있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질을 빼앗길 수 없으니까.

 

소녀를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것은 과학에 대한 열망, 질을 향한 희망, 그리고 소녀에서 여인이 되어가는 몸의 변화로 인한 열정이었다. 비록 마을에서 고양이와 개가 점점 사라지면서 질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처럼 변해버렸고, 아버지의 폭력은 계속되었으며, 어머니는 여전히 그 폭력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지만 그런 열정들이 없었다면 소녀는 이미 망가지거나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남자를 향한 욕망. 아버지가 자신을 먹잇감으로 삼았다는 것을 깨달은 그 밤에 피어난 전사로서의 투지. 소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이제 울지 않겠다고, 저항하겠다고 생각해본다.

 

가족 사이에 만연하게 된 폭력으로 의지할 사람이 두 사람 뿐이었던 아이들이, 한 아이의 변화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계기를 얻는다. 이 작품은 내가 그 동안 읽어왔던 성장소설들과는 결이 다르다. 지금까지의 성장소설들이 외부 환경에 기반한 아이의 내적 성찰에 초점을 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작품은 차라리 스릴러에 가깝다. 아버지의 폭력과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잔인함에 눈을 뜬 동생. 그 두 사람에게 당하지 않는 한편, 동생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누나의 모습은 여전사, 딱 그것이었다. 이 소녀가 열다섯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독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하지만, 불행한 가정환경이 일찍부터 소녀를 눈뜨게 만든 게 아니었을까. 그 모든 가혹한 시간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 어디이고 무엇을 해야하는 지 결정한 그녀의 의지와 동생을 향한 사랑은 놀랍고 안타까우면서 기특하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여름이었다. 하지만 소녀의 마음과 그들이 사는 집은 내내 겨울이었으리라. 혹독한 칼바람이 불고, 포근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기가 감도는 집. 이제 소녀가 계절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 여름을 겨울이라 여기지 않고, 혼자서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열다섯은 마냥 행복하기만 해도 되는 나이, 아무 생각 없이 인생의 감미로움을 느껴도 되는 나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폭력 앞에 더 이상 노출되지 않고, 따뜻한 봄, 무더운 여름, 풍성한 가을, 춥지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을 마주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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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지나간 후
상드린 콜레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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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홉 명의 아이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한 가정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다. 그런 그들의 삶에 쓰나미가 닥쳐온다. 물은 마을을, 사람들을,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 그나마 높은 지대의 언덕 위에 살던 오직 11명의 가족만 남겨두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물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먹을 것도 조만간 다 떨어질 것이다. 조금 더 일찍 떠났더라면 어땠을까.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거라는 낙관적인 마음 대신, 불행이 마치 코를 잡고 흔드는 것처럼 서둘렀더라면 가족이 흩어지는 일은 없었을까. 떠날 수 있는 배는 한 척. 배의 정원은 8명.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태울 것인가. 파타와 마디는 육지에 도착하면 데리러 돌아올 거라 다짐하면서, 그러나 남기고 가는 아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버린 거나 마찬가지인 거라 생각하면서 6명의 아이를 선택한다.

절름발이, 애꾸, 난쟁이. 그러니까 제일 성치 못한 애들을 남기자는 거네. 타고난 불운에 어미 아비가 쐐기를 박는 셈이야.

선택받지 못한 아이는 루이와 페린과 노에.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루이, 어릴 때 사고로 한 쪽 눈을 잃은 페린, 체격이 왜소하고 몸이 약한 노에. 공교롭게도 남겨진 아이들은 몸이 제일 성치 못했고, 한 방을 쓰고 있었다. 맨 위의 아들 둘은 아버지를 도와 노를 저어야 하니 꼭 데려가야 했고, 밑의 여자아이들은 엄마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한 방을 쓰는 아이들 중 누구를 선택하면 깨우는 부산스러움에 이별이 어려워질 거라 자위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아이들이 버틸 수 있을 거라 계산한 식량과 편지를 남겨둔 채 육지를 향해 떠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족들이 자신들을 두고 떠나버린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황망함을, 슬픔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왜 자신들만 두고 떠난 것인지, 그 이유가 그들의 몸이 불편하기 때문인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한없이 되묻지만, 급선무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부모님이 남겨두고 가신 식량은 아무리 쪼개고 쪼개보아도 부족했다. 굶주렸다. 외부인의 침략에 두려움에 떨었다. 아이들은 결심한다. 이 집이 물에 잠기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비록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상처는 남았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은 여전히 남아있고, 더 강해졌다.

 

육지를 찾아 떠난 가족들도 마냥 행복하고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망망대해에 오직 자신들만 존재한다는 두려움. 식량이 떨어지기 전에 육지를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 또다시 태풍이 몰려올까 겁을 내면서 노를 저어야 하는 고단함. 그 와중에 괴생물체마저 생존을 위협해온다. 그리고 마침내 오고야 만 비바람에 아이 하나를 잃었다. 부모라면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릴 수밖에 없지만 첫 번째로 아이를 잃는 이 장면에서 정말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분투한 엄마. 하지만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이 허상이었음을 알게 된 그 허망함과 슬픔, 분노와 좌절이 한꺼번에 밀려와 나를 삼켜버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음에도 자신들을 덮친 불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슬프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정신을 놓은 것 같던 엄마는 다시 길을 나섰다. 남편은 이제 그만 놓아주자고, 남아있는 아이들을 생각하자고 하지만 엄마는 그럴 수 없는 법이다. 엄마는, 엄마니까. 마지막 부분은 운명에 의한 것일 수도,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믿고 싶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의지. 강한 삶에의 집착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어우러진 가슴 뭉클한 결말이었다. 최악의 딜레마와 최악의 불행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강해지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통찰하게 만드는 작품. 기억해야 할 작가가 한 명 더 늘었다.

 

자, 당신이 부모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혹은 남겨진 아이들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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