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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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흑인대통령이 평등과 평화를 외치던 나라가, 국민을 고분고분한 양처럼 길들이고 싶어하는 새 대통령과 모든 사람이 성경의 교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했다.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의 권리를 하나씩 빼앗고 급기야 이제는 하루에 100단어 이상을 말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여성들을 구속하는, 단어 수를 세는 팔찌가 24시간 그녀들을 감시하며 매체는 오직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찬양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결혼 17년 차인 남편과 아들 셋과 딸 하나를 키우는 엄마이자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인 진 매클랠런 박사는 어느 날 정부로부터 실어증 치료제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정부 주요 인물을 암살하고 정권을 뒤엎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이 작품을 읽는 순간부터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에 100단어.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단순한 일상적인 말들-일어나자, 잘 잤어?, 밥 먹자, 이리와, 뭐 먹고 싶어 등등-만으로도 100단어는 무슨, 천 단어는 훨씬 넘을 것 같은데 100단어라니! 킹 목사의 교리와 여성들을 위한 선언문을 읽다보면 당장에라도 책을 집어던지고 싶어진다.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줄 수 없고, 사랑한다는 말조차 아껴가며 해야 하는 세상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딸 소니아의 미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진의 심정이 아프도록 이해되었다.

 

바뜨. 그런 그녀의 캐릭터에 100 퍼센트 공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의 불륜! 아무리 결혼 17년 차이고, 남편과의 잠자리가 습관처럼 되어버려 지루하게 느껴진다 해도, 불륜은 불륜 아닌가. 남편인 패트릭과 불륜남인 로렌조의 성격을 비교하면서 이래서 자신이 로렌조를 사랑한다는 둥, 남편은 이런 상황에서는 이랬을 거라는 둥 하는 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빈정이 상했다. 게다가 뱃속에는 로렌조의 아이까지! 그런 진의 상황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패트릭은 조용히 그녀를 이해해주고 희생을 감수하려고 한다. 패트릭은 호구인가! 아무리 진이 하는 일이 훌륭하다고 해도 인간적인 면에서 이렇게 결점이 나타나버리면, 나는 그 캐릭터에 대해 흥미가 아주 떨어져버려서, 결국 작품 전체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이는 이 작품을 읽고 이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꿈꾸게 될까. 언제가는 또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일까. 그 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비록 진이 인간적인 면에서는 매력이 떨어지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녀가 한 일은 기억해야 할까. 하지만 진만큼 큰 역할을 해낸 것은 패트릭인데. 이런 저런 생각들로 복잡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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