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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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유능한 변호사인 니노미야 아키라. 그러나 그의 정체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다.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일말의 양심의 가책 없이 그 누구든 죽일 수 있다. 그런 그 앞에 갑자기 나타난, 기괴한 가면을 쓰고 도끼를 쓴 살인마. '너희 같은 괴물들은 죽어야 해'라며 갑자기 니노미야를 공격해온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개골 골절을 입은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백발의 여성에게 맞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플래시백 되면서 갑자기 '마음'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그 보호자를 갑자기 살해하기도 하고, 쇼윈도 애인인 미에가 불러주는 노래에 어쩐 일인지 눈물이 흐른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병원에서 찍은 두개골 사진을 통해 그의 뇌에 뇌칩이 심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에게 일어난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는 니노미야. 자신을 공격한 '괴물나무꾼'을 찾아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그 무렵 머리를 깨고 뇌를 꺼내가는 연쇄살인범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벌써 일어난 범행만 몇 차례.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동원하여 수사에 박차를 가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왜 머리를 깨고 뇌를 꺼내가는 것인지 도저히 감도 잡을 수 없다. 그러던 중 피해자들이 모두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들이었다는 것, 더 나아가 그들이 한 때 '토우마 부부'에게 유괴당해 머리에 뇌칩을 심는 시술을 받고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것까지 밝혀진다. 토우마 부부가 아이들을 유괴하고 뇌칩을 심는 시술을 한 목적은 가히 경악할만한 것. 어떻게 인간으로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 대목에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생각해낼 수 있는 잔인함과 기괴함인가. 연쇄살인의 발단이 된 '시즈오카 아동 연속 유괴 살인사건'. 과연 범인은 토우마 부부의 공범인가, 또 다른 피해자인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이 페이지를 쉴 새 없이 넘기게 만든다.

 

지금까지 본 대결 중 최강이자 최악이 아닌가 싶다. 한쪽은 변호사의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 또 다른 한 쪽은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뇌를 꺼내가는 연쇄살인마. 과연 이 대결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인지 궁금한 한편, 양쪽 모두 응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됐든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는 괴물들이지 않나. 그럼에도 밝혀지는 진실 앞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학문과 실험에 대한 잘못된 열정으로 아이들을 유괴하고 머리에 뇌칩을 심는 시술을 한 토우마 부부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말같지 않은 논리로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부디 정신 차려주시기를! 당신들에게도 '괴물 나무꾼'이 찾아갈 지 모를 일이다.

 

'괴물 나무꾼'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니노미야 아키라라는 캐릭터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음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연쇄살인마의 공격으로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게 되는 변화라니. 어렵게 마음을 손에 넣은 자신을 방해하는 자라면 모두 없애버릴 거라 각오하는 니노미야는 어쩌면 최강무적이 된 게 아닐까. 마음을 얻은 사이코패스. 시리즈를 기대하게 되는, '제1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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